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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행록(西行錄) / 1823년(계미) / 9월(九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0.0011.0004.TXT.0010
10일
일찍 출발하여 차령(車嶺)을 넘을 때에 여심(汝心)이 먼저 읊었다.

둥글고 네모난 천지의 험한 길 건너(涉險止方圓)
누각에 오르니 마음이 더욱 넉넉하여라(登閣意益寬)
참 공부는 가는 곳마다 있으니(眞工行處在)
평안히 앉아 있을 것 뭐 있겠나(何必坐平安)

여백이 다음과 같이 차운하였다.

천 리 길 떠나온 영주의 나그네(瀛洲千里客)
고개를 넘으니 마음이 여유롭네(越嶺以爲寬)
계곡물 흐르는 소리 웃는 듯 성내는 듯(溪聲笑有怒)
산세는 가도 가도 편안하구나(山勢行且安)

경오가 다음과 같이 차운하였다.

길동무하며 떠나온 천릿길(作伴千里路)
동행하여 마음이 참으로 여유롭구나(同行意盡寬)
어젯밤엔 공주의 길손이더니(昨夜公州客)
오늘 아침엔 천안에 도착하였네(今朝到天安)

내가 다음과 같이 차운하였다.

부끄러워라 나의 시정의 졸렬함이여(愧我詩情拙)
넉넉한 그대들 주량이 부럽기만 하여라(羨君酒戶寬)
험난한 여행길 가도 가도 그치지 않으니(間關行不止)
어느 곳이 장안이란 말인가(何處是長安)

여심이 또 읊었다.

괴이한 바위 위태로운 듯 벼랑에 달려 있고(怪石懸如危)
단풍은 연지를 찍어놓은 듯 붉게 단장하였네(丹楓色欲脂)
우리들이 구경하는 곳에도(吾人覽物處)
중양절주 65) 아니 잊고 누런 국화가 피었어라(重九黃花時)

내가 다음과 같이 차운하였다.

기암괴석은 꼭대기마다 솟아있고(怪石頭頭在)
단풍은 곳곳마다 붉게 물든 연지로다(丹楓面面脂)
느긋하게 지팡이 짚고 봐도 봐도 질리지 않아(緩笻看不厭)
날이 저물어 가는 지도 몰랐어라(不覺夕陽時)

두엽(斗燁) 명이관(明以寬)이 다음과 같이 차운하였다.

대여섯 사람 함께 부대끼며 떠나온 길(五六人相與)
걷고 또 걸으며 마음이 느긋해졌네(行行意有寬)
돌아가는 길 어드메에 있으랴(歸程何處在)
해 떨어지는 곳 바로 장안이라오(日下是長安)

덕평(德坪)에 이르러 아침을 먹고 천안 읍내에 이르러 점심을 먹었다. 직산(稷山) 삼거리에 이르러 묵었다. 70리를 갔다.
주석 65)중구
원문의 '중구(重九)'는 음력 9월 9일로 곧 중양절(重陽節)을 가리킨다.
初十日
早發越車嶺之際, 汝心先吟曰: "涉險止方圓, 登閣意益寬。 眞工行處在, 何必坐平安。" 汝伯次曰: "瀛洲千里客, 越嶺以爲寬。 溪聲笑有怒, 山勢行且安。" 敬五次曰: "作伴千里路, 同行意盡寬。 昨夜公州客, 今朝到天安。" 余次曰: "愧我詩情拙, 羨君酒戶寬。 間關行不止, 何處是長安。" 汝心又吟曰: "怪石懸如危, 丹楓色欲脂。 吾人覽物處, 重九黃花時。" 余次曰: "怪石頭頭在, 丹楓面面脂。 緩笻看不厭, 不覺夕陽時。" 斗燁 以寬次曰: "五六人相與, 行行意有寬。 歸程何處在, 日下是長安。" 抵德坪朝飯, 抵天安邑內中火。 抵稷山三巨里留宿。 行七十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