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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행록(西行錄) / 1823년(계미) / 9월(九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0.0011.0004.TXT.0009
9일
일찌감치 판치(板峙)를 넘어 효포(孝浦)에서 아침을 먹었다. 금강(錦江)을 건너 모로원(慕露院)에서 점심을 먹었다. 나는 먼저 떠나 광정(廣亭)주 63)송상철(宋相喆) 집에 들어가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출발하려고 할 때에 한사코 만류하였다. 그러나 동행과 떨어지기가 어렵기 때문에 곧바로 출발하여 주인과 길가에 도착하였더니, 동행이 뒤처져 광정(廣亭)에서 조금 기다렸다가 길 가에서 동행을 만났다. 저녁에 팔풍정(八風亭)에 이르러 묵었다. 70리를 갔다.
저녁을 먹은 뒤에 계순(啓淳) 이여백(李汝伯)이 먼저 절구 한 수를 지었다.

달을 보니 더욱더 고향 생각나는데(見月倍鄕思)
푸른 하늘에 달 뜬 지 얼마나 되었던고(靑天來幾時)
한밤중에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中夜眠無暇)
애오라지 짤막한 시를 지어보네(聊將短律詩)

순근(順根) 경오(敬五)가 다음과 같이 차운(次韻)하였다.

뗏목 타고 천리 먼 길 온 나그네(浮槎千里客)
구월의 용산주 64)이 생각나는구나(九月龍山思)
경성이 어디 있느냐 묻노니(京城問何在)
큰 깃발 북쪽으로 돌아가네(大旆北歸時)

계영(啓榮) 여심(汝心)이 다음과 같이 차운(次韻)하였다.

공주로 향하는 길 나그네 생각이 많은데(公州歸路客多思)
오늘밤 달이 뜨니 더욱더 간절해지네(倍切今宵且月時)
회포를 풀기 위해 담소를 나누다가(爲遣心懷談且笑)
술과 시로 호걸스런 흥취 즐겨보네(正耽豪興酒還詩)

내가 다음과 같이 차운(次韻)하였다.

맑은 밤 달빛에 걸으니 더욱 고향 생각나는데(淸宵步月倍鄕思)
더구나 누런 국화 한창인 중양절이로다(況又重陽黃菊時)
억지로 술잔 잡고 두세 잔을 마신 뒤(强把數三盃酒後)
취한 끝에 호방한 흥취 일어 부질없이 시를 읊네(醉餘豪興浪吟詩)
주석 63)광정(廣亭)
충청남도 공주군 정안면 소재지의 마을이다. 삼남길이 통과하는 길목이고 서울로 가던 인마가 차령을 넘기 전에 한숨 돌리던 곳이다. 때문에 광정역(廣亭驛)이 설치되어 운영되었다.
주석 64)용산
진(晉)나라 맹가(孟嘉)가 일찍이 정서 장군(征西將軍) 환온(桓溫)의 참군(參軍)이 되었을 때, 한번은 중양일(重陽日)에 환온이 용산에서 연회를 베풀어 그의 막료들이 모두 모여서 술을 마시며 즐겁게 놀았다. 그때 마침 바람이 불어서 맹가의 모자가 날려갔으나 맹가는 미처 그것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풍류를 한껏 발휘했던 데서 온 말이다. 후에 중양절에 높은 곳에 올라 모임을 갖는 것을 비유하는 고사로 쓰였다. 《晉書 卷98 孟嘉列傳》
初九日
早發越板峙, 至孝浦朝飯。 越錦江, 抵慕露院中火。 余則先行, 入壙亭 宋相喆家。 暫話欲發則堅挽, 而以同行難離之致, 卽發與主人來路邊, 則同行落後, 廣亭稍待, 路邊逢同行。 暮抵八風亭留宿。 行七十里。 夕飯後, 啓淳 汝伯先吟一絶曰: "見月倍鄕思, 靑天來幾時。 中夜眠無暇, 聊將短律詩。" 順根 敬五次曰: "浮槎千里客, 九月龍山思。 京城問何在, 大旆北歸時。" 啓榮 汝心次曰: "公州歸路客多思, 倍切今宵且月時。 爲遣心懷談且笑, 正耽豪興酒還詩。" 余次曰: "淸宵步月倍鄕思, 況又重陽黃菊時。 强把數三盃酒後, 醉餘豪興浪吟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