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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四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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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행록(西行錄) / 1823년(계미) / 4월(四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0.0011.0002.TXT.0016
16일
새벽에 출발하여 사근천(肆覲川, 현 의왕시 왕림마을)에 이르러 아침을 먹었다. 대황교(大皇橋)주 28) 근처에 이르러 동행과 용주사(龍珠寺)주 29)에 들어가 승려 정현(貞賢)을 찾아보았다. 정현은 바로 흥양 탑승(興陽塔僧)이었는데, 지금은 이 절에 있다. 천보루(天保樓)주 30)에 누워서 낮잠을 자고 나니 정현이 점심을 내왔다. 밥을 먹은 뒤에 육당(陸堂)의 부처를 완상하니 다른 것과 별다른 것이 없었는데, 불좌(佛座)주 31) 좌우에 쌍대 유리등(雙臺琉璃燈)이 있었다. 정현이 말하기를, "이 등은 바로 선왕(先王, 정조를 말함) 때 어전의 물건으로, 이 절에 하사하신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동쪽 편에 큰 목궤(木櫃)가 있어 열어 보니 또한 어전 책상(御前冊床)이었다. 이 세 가지 물건들은 평생 처음 보는 것이었다. 이어 건릉(健陵)주 32) 아래로 가서 멀지 않은 곳에 능소(陵所)의 석물(石物)을 바라보니 또한 평생의 장대한 구경이었다. 길을 재촉하여 오산(烏山)주 33)에 이르러 묵었다. 80리를 갔다.
주석 28)대황교(大皇橋)
대황교의 본래 위치는 수원시 대황교동과 화성시 황계동의 경계에 있었는데, 수원시 권선구 대황교동 138번지 부근의 황구지천이다. 《대동지지》를 보면 대황교가 남쪽으로 15리, 건릉(建陵)의 영내에 있다고 하였다.
주석 29)용주사(龍珠寺)
경기도 화성시 화산(花山)에 있는 조선후기 현륭원의 능사로 창건된 사찰이다.
주석 30)천보루(天保樓)
용주사에 있는 조선시대의 건축물로, 1983년 9월 19일 경기도의 문화재자료 제36호로 지정되었다. 1790년(정조14) 정조가 장헌세자의 명복을 빌기 위하여 용주사를 세우고, 이때 대웅보전(경기도 문화재자료 제35호) 안마당으로 들어가는 문루로 함께 세워진 것이 천보루이다.
주석 31)불좌(佛座)
부처가 앉거나 서 있는 대좌를 말한다.
주석 32)건릉(健陵)
정조(正祖)의 능이다. 지금은 1821년(순조21)에 승하한 효의왕후(孝懿王后) 김씨(金氏)와의 합장릉(合葬陵)을 지칭한다.
주석 33)오산(烏山)
경기도 남서쪽에 있다. 옛날에는 서해에서 오산에까지 바닷물이 들어와 배가 드나들었다고 하여 오산(鰲山)이라 불렸다고 하지만 정확한 것은 알 수 없다. 조선 중기에는 오미장(梧美場)으로 불리거나 다른 지방보다 까마귀가 유난히 많다고 하여 오산(烏山)으로 불렸다고 한다.
十六日
曉發抵肆覲川朝飯。 抵大皇橋邊, 與同行入龍珠寺, 訪貞賢僧, 僧乃興陽塔僧, 方在此寺者也。 臥天保樓就寢後, 也進午飯。 飯後玩陸堂佛, 則與他無別, 而佛座左右, 有雙臺琉璃燈, 而僧曰: "此燈卽先王以御前之物, 賜此寺者也。" 東邊有大木櫃, 而開示則亦御前冊床也。 此三物平生初見也。 仍往健陵下, 不遠之地, 瞻望陵所石物, 亦平生壯觀也。 促行抵烏山留宿。 行八十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