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콘텐츠
  • 특화콘텐츠
  • 일기
  • 서행록(西行錄)
  • 1823년(계미)
  • 4월(四月)
  • 9일(初九日)

서행록(西行錄) / 1823년(계미) / 4월(四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0.0011.0002.TXT.0009
9일
아침을 먹은 뒤에 정 진사(丁進士)의 사관(舍館)에 가서 잠시 쉬었다가 구리개동(九里介洞)박영수(朴永壽) 집에 갔다. 문욱(文旭)과 과장(科場)에 함께 들어가기로 약속한 뒤에 종묘동(宗廟洞)에 가서 구환(龜煥) 형제를 방문하였으나 출타하여 만나지 못했다. 오는 길에 구례(求禮)이지문(李志文)을 만나 빚 얻을 방도를 의논하였는데, 물어볼 만한 곳이 없다 하니 장차 어찌 한단 말인가. 해 진 뒤에 다시 오겠다 말하고 헤어졌다.
성균관 앞에 가서 문욱을 만나 함께 관주인(館主人)인 이쾌철(李快哲) 집에 들어갔다. 신시(申時)에 문을 열기 때문에 저녁을 먹은 뒤에 과장에 들어갔다. 문욱의 동접(同接)주 13)과 정 진사(丁進士)의 동접(同接)을 찾아갔는데, 서로의 거리가 멀지 않았다. 초저녁 때에 동접들마다 등을 걸었다. 춘당대(春塘臺)의 백포장(白布帳) 안에 한 조각의 공지(空地)도 없이 등을 달고 등불을 밝힌 것이 끝이 없어 하나의 큰 장관이었다. 과거를 보는 유생의 모임은 전후로 처음인데, 경신년에 비해 더 많다고 하였다.
밤이 깊은 뒤에 문욱과 함께 월근문(月覲門)으로 나와 이쾌철(李快哲) 집에 머물렀는데, 과거에 응시하는 유생들이 많이 모여서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주석 13)동접(同接)
과거 응시를 앞두고 선비들이 한곳에 모여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만든 동아리 또는 그 구성원을 이른다.
初九日
食後往進士舍館, 暫憩後, 往九里介洞 朴永壽家。 與文旭同入場中之意相約後, 往宗廟洞, 訪龜煥兄弟, 則出他不得相見。 路逢求禮 李志文, 議得債之路, 則無問處, 此將奈何。 斜後更來爲言, 而相分往成均館前, 逢文旭同入館主人李快哲家。 申時開門, 故夕飯後入場中, 推尋文旭接與進士接, 則相去不遠也。 初昏時, 各接懸燈, 春塘臺白布帳內, 無一片空地, 懸燈觀燈無恨, 一大壯觀也。 科儒之會, 前後初度云矣, 比庚申年尤多云。 深夜後, 與文旭同爲出來月覲門, 留李快哲家, 而科儒多會, 不得就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