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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행록(西行錄) / 1821년(신사) / 12월(十二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0.0010.0007.TXT.0009
9일
최 석사(崔碩士)가 그대로 출발하였는데, 동행하지 못하니 너무 아쉬웠다. 아침 전에 정서(正書)하기 시작하여 아침을 먹은 뒤에 다 쓰고, 다시 《서재실기(西齋實記)》와 편차(編次)를 바로잡았으니 매우 다행한 일이다.
재원(齋院)의 이름은 '송씨세충사(宋氏世忠祠)'로 정하였는데, 내가 살고 있는 고을에 남양(南陽)의 송씨(宋氏)가 있고, 그 선대에 세충(世忠)이라는 이름자가 있었기 때문에 대립되는 점이 있어 아직까지 편액을 걸지 못했었다. 이것을 혐의스럽게 여긴다면 다시 다른 이름을 정하여 써서 주겠다고 이미 여러 번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오늘 답하기를, "어찌 이것을 가지고 혐의를 삼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하니, 또한 두 가지로 써서 주셨다. 기쁘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공부했던 것은 다 읽었지만 너무 급하게 섭렵했다는 탄식을 면할 수 없는 것이 매우 흠이라 하겠다.
저녁 때 대흥(大興)성영석(成永錫)도 왔는데, 사람 됨됨이가 신중하고 사랑할만한 데다가 나와 서로 아끼는 마음이 있으니 기뻤다. 저녁도 주인댁에서 준비해 주었다. 밥을 먹은 뒤에 밤이 깊도록 이야기를 나누다가 작별을 고하였다. 장석이 말씀하시기를, "내가 늙고 병들어 훗날 서로 만나기가 그다지 쉽지 않을 테니 무척 서글프다……." 하였다. 이에 내년 봄에 와서 뵙겠다는 뜻으로 말씀드렸더니, 장석이 "가을이 좋지만 거리가 6백여 리나 되니, 다시 만나는 것이 어찌 쉽겠는가."라고 하셨다. 자못 서운하고 서글픈 마음이 있었으나 애써 하직인사를 드리고 물러나와 흠성(欽成)과도 작별 인사를 하니 또한 마음이 서글펐다. 행랑채로 나와 머물다 율시 한 수를 지어 함께 고생한 사람들에게 주었다.

오늘 처음 만났으나 오랜 친구 같아라(今始相逢若故舊)
산에는 수북이 눈이 쌓이고 강물은 얼어붙었네(山多積雪水氷時)
뭇 어진이들 모두 사문의 제자이니(群賢俱是斯門弟)
참된 공부 실천하여 스스로 기약할 만하여라(踐履眞工自可期)
初九日
碩士仍爲發程, 不得同行, 大是欠事欠事。 朝前始正書, 食後畢書, 更正《西齋實記》與編次, 幸幸耳。 齋院號以宋氏世忠祠爲定, 則生所居鄕中有南陽 宋氏, 而其先世有世忠名字, 故仍爲枝梧, 尙未揭額, 以此爲嫌, 則更定他號書給之意, 曾已累此告白矣。 今日答以, "豈可以此爲嫌哉?" 亦以二件書給, 忻幸忻幸。 所業則盡讀, 而未免忙迫涉獵之歎, 欠事欠事。 夕時大興 成永錫, 亦爲入來, 爲人愼重可愛, 厥亦於吾有相愛之情, 可喜。 夕飯亦以主人宅備給, 食後夜深奉話, 仍爲告別, 則丈席曰: "吾老且病矣, 日後相面稍間未易, 甚悵云云。" 故以明春進拜之意, 仰告則丈席曰: "秋則好矣, 而六百餘里之程, 更面豈可易也?" 頗有悵缺之意, 强爲拜辭, 退與欽成作別, 亦有悵意。 出來廊底, 留咏一律, 贈同苦諸人曰: "今始相逢若故舊, 山多積雪水氷時。 群賢俱是斯門弟, 踐履眞工自可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