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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행록(西行錄) / 1821년(신사) / 12월(十二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0.0010.0007.TXT.0002
2일
새벽에 출발하여 개태령(開泰嶺)을 넘고 선창(船倉)에 이르러 아침을 먹었다. 이곳은 바로 신도(新都)의 하구(下口)인데, 돌아올 때에 구경하려고 멀리서 바라만 보고 지나갔던 곳이다. 진치(盡峙)산정령(散亭嶺)을 넘어 공주(公州)유성(油城) 시장 근처에 이르러 점심을 먹고 오촌(鰲村)에 도착하니 날이 이미 저물었다. 80리를 갔다.
지난 28~29일 이틀 동안 내리던 비는 오촌에 이르니 곧 눈이 되었으므로 지나는 길의 질퍽거리는 상황을 말로 다할 수가 없다. 간신히 이곳에 도착하니 다리 통증이 심했다. 봄에 여기 왔을 때에 용담(龍潭) 정재팔(丁載八)을 만났었는데, 이번 여행길에서도 만나게 되어 다행이었다. 정 석사(丁碩士), 옥천(沃川)의 석사 금석로(琴錫老), 임천(林川)의 석사 정현석(鄭玄錫)과 함께 용운(龍雲)의 집에 머물렀다.
저녁을 먹은 뒤에 들어가 장석(丈席)을 알현하니 기후(氣候)는 일단 편안해 보였으나 숙환(宿患)의 여러 증세가 여전히 낫지를 않으니 걱정스럽다. 장석이 나를 보고 말씀하시기를, "이처럼 변고가 발생하는 해에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이번에 다시 얼굴을 본 것이 기쁘고 다행스럽기는 하지만, 그대가 부탁한 글은 몸의 병 때문에 아직도 짓지 못하였으니 도리어 편치가 않네."라고 하셨다.
初二日
曉發越開泰嶺, 抵船倉朝飯, 此地卽新都下口也。 來時欲玩之意, 只爲望見而過。 越盡峙 散亭嶺, 抵公州 油城市邊中火, 抵鰲村, 日已暮矣。 行八十里。 去廿八九兩日雨, 到此見之, 則乃是雪也, 行路之泥濘不可言。 艱到此處, 脚痛大發。 春間來此時, 逢龍潭 丁載八矣。 今行相面可幸。 與碩士、沃川 碩士 錫老林川 碩士 玄錫, 同留龍雲家。 夕飯後入謁丈席, 氣候姑爲安寧, 而宿患諸症, 尙亦未瘳悶悶。 見我而言曰: "如此變年, 慮無所不到, 今此更面, 雖爲喜幸, 君之所托文字, 以身病尙不得製置, 還爲不安云云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