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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행록(西行錄) / 1821년(신사) / 3월(三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0.0010.0003.TXT.0006
6일
오촌(鰲村)에 들어가 절구 한 수를 지었다.

십여 일 온갖 고초 겪은 끝에(萬苦千辛十日餘)
이제야 간신히 인후한 고을에 이르렀다네(間關始到里仁廬)
마을 앞 흐르는 냇물 드넓고 뒷산은 높은데(前川水闊山高後)
그 사이 초가 있어 장자주 13)가 살고 있네(中有茅宮長者居)

윤익(允益)이 차운하였다.

고향을 뒤로하고 북쪽 향해 온 지 십여 일(背南首北十日餘)
험한 여정 끝에 이곳에 이르렀어라(間關行色到此廬)
물 따라 밀려온 자라가 이른 듯한 마을인데(水流鰲退格當村)
그 위에 하늘이 내린 장자가 살고 있구나(其上天然長者居)

이찬(而贊)용담(龍潭) 정재팔(丁載八)에게 시를 지어 주었다.

객지에서 같은 도의 친구를 만나니(客裡相逢同道友)
예전에 본적 없어도 더욱 오랜 친구 같아라(曾雖無面倍知舊)
함께 모여 놀지도 못하고 도로 이별하는데(團遊未極還爲別)
어느 때나 다시 손을 맞잡을른지 모르겠네(不識何時更握手)

나도 그에게 주었는데, 시는 다음과 같다.

오촌 문하 높은 제자 중 이런 사람 있다니(門高弟有斯人)
그 용모 단아하고 몸가짐 신중하여라(端雅其容謹飭身)
오손도손 맘껏 즐기지 못하고 이별하는데(未極團欒旋贈別)
푸르고 푸른 강가 나무 새봄을 둘렀구나(蒼蒼江樹帶新春)

윤익이 주었는데, 시는 다음과 같다.

객지에서 만난 사람과 친구를 맺었나니(客地逢人結親友)
교분의 깊고 친밀함이 옛 친구 같아라(交契深密如故舊)
가련타 한 자리에 모여 얼마간 얘기 나누는데(可憐一席多少話)
머지않은 훗날 다시 손을 맞잡을 수 있으려나(早晩他時更握手)

내가 차운하였다.

고상한 친구 처음 만나 이야기를 나누니(逢初敍話是高友)
오랜 친구인 듯 한참을 앉아 회포를 풀었네(坐久論懷若故舊)
몇날 며칠 밤 베개를 나란히 하여도 부족하니(聯枕數宵猶不足)
회화나무 꽃 노래지면주 14) 다시 만나 손을 맞잡으세나(槐秋爲約又摻手)

또 절구 한 수를 읊었다.

선조의 일 경영하려 현자의 집에 이르렀는데(經營先事到賢門)
다행히 저버리지 않고 정성스런 은택 베푸시네(幸被不遐眷眷恩)
그믐 이래로 실컷 취하고 배불리 먹으니(承晦以來精醉飽)
한 무더기 화한 기운주 15)에 사시가 훈훈하네(一團和氣四時薰)
주석 13)장자
'장자(長者)'는 덕망이 있는 사람을 뜻으로, 여기서는 오촌 송치규를 가리킨다.
주석 14)회화나무 꽃 노래지면
원문의 '괴추(槐秋)'는 홰나무 꽃이 누렇게 변할 무렵의 가을이라는 뜻이다. 당(唐)나라 때 과거에 실패한 응시생들이 6월 이후 계속 장안(長安)에 머물러 공부하면서 서로 간에 시험 문제를 출제하여 실력을 점검한 뒤 홰나무 꽃이 노랗게 될 즈음에 해당 관원에게 새로 지은 글을 작성하여 천거되기를 원했으므로 '홰나무 꽃이 노래지면 수험생들이 바빠진다.[槐花黃, 擧子忙.]'라는 말이 유행했다. 《南部新書 卷乙》
주석 15)한 무더기 화한 기운
사양좌(謝良佐)가 정호(程顥)의 인품을 평하기를 "명도 선생은 온종일 단정히 앉아 있을 때에는 흙으로 만든 소상과 같았으나, 사람을 대하면 완전히 한 덩어리의 화기셨다.[明道先生, 終日端坐, 如泥塑人, 及至接人, 則渾是一團和氣.]"라고 하였다. 《近思錄 卷14 觀聖賢》
初六日
鰲村, 吟一絶曰: "萬苦千辛十日餘, 間關始到里仁廬。 前川水闊山高後, 中有茅宮長者居。" 允益次曰: "背南首北十日餘, 間關行色到此廬。 水流鰲退格當村, 其上天然長者居。" 而贊贈龍潭 丁載八韻曰: "客裡相逢同道友, 曾雖無面倍知舊。 團遊未極還爲別, 不識何時更握手。" 余贈之曰: "門高弟有斯人, 端雅其容謹飭身。 未極團欒旋贈別, 蒼蒼江樹帶新春。" 允益贈之曰: "客地逢人結親友, 交契深密如故舊。 可憐一席多少話, 早晩他時更握手。" 余次曰: "逢初敍話是高友, 坐久論懷若故舊。 聯枕數宵猶不足, 槐秋爲約又摻手。" 又吟一絶曰: "經營先事到賢門, 幸被不遐眷眷恩。 承晦以來精醉飽, 一團和氣四時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