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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월(二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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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행록(西行錄) / 1797년(정사) / 2월(二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0.0005.0002.TXT.0004
4일
백건이 일찍 와서 이조 정랑 윤기의 족속이 윤 이랑(尹吏郞)에게 가서 편지를 가져왔는데, 대개 이랑이 내가 직접 뵙고 청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청한 것을 의아스럽게 여겼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나의 병세에 대한 사유를 자세히 진술하여 이조에서 숙직하고 있는 팔선(八仙)이조(吏曹) 직방(直房)주 7)으로 보냈다. 주동(注洞)의 종인(宗人) 자승(子昇)이 찾아와서 만났는데, 또 공전(工錢)주 8)의 어려운 상황에 대해서 말하고 갔다.
천노(千奴)가 오기만을 몹시 기다렸으나 오지 않아서 정득(貞得)에게 점을 쳐 보게 하였더니, 괘에 "이번 달 14일에 반드시 올 것이다."라고 하였다. 반드시 이와 같을 리는 없겠지만 오늘내일하면서 초순이 되도록 오지 않는다면, 연회일은 점점 다가오고 행기(行期, 길 떠나는 기한)는 지체되니 이를 장차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오후에 조카 호(豪)가 노복과 말을 데리고 오니, 병중에 기쁘고 다행스러운 마음 이루 다 말할 수 없었다. 이조 낭청좌랑(佐郞) 윤기(尹愭)를 청득(請得, 청촉(請囑)하여 허락을 얻음)하려 하였기 때문에 궐내에 관고(官誥, 사령장)를 들여보냈는데, 오늘 정사를 아직 열기 전이라 옥새를 찍지 못하였으니 서글프고 한탄스러운 마음이 어찌 끝이 있겠는가.
이조의 색구(色驅)주 9)가 와서 만났는데, 흥양의 연회는 물력이 부족하여서 연회의 날을 3월 17일로 물려 정하였다고 하였으므로 이러한 내용을 색구에게 분부하였다. 색구가 말하기를, "내연(內宴)주 10) 날짜를 만약 여러 날 뒤로 물린다면 불편한 일이 많을 것입니다. 전에 정한 24일에 연회를 베풀기 위해 행차하겠다고 이미 공사(公事)를 발송했기에 중지하기도 어렵습니다, 만약 며칠을 물린다면 변통할 수 있는 방도가 있겠지만, 3월 보름 이후로까지 미루게 된다면 이는 곧 반드시 시행될 것이라고 기약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본조(本曹)가 별 탈 없이 출발할지를 미리 알 수도 없습니다."라고 하더니, "기한을 정한다면 그믐과 초하루 사이가 매우 좋겠습니다."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즉시 관상감(觀象監)주 11)에 사람을 보냈더니 김 동지(金同知)가 다시 날을 택하여 왔다.
주석 7)이조(吏曹)의 직방(直房)
직방은 조방(朝房)이라고도 하는데, 조정 관리들이 조회 시각을 기다릴 때 사용하는 방으로, 궁성(宮城) 밖에 관아마다 따로 있었다.
주석 8)공전(工錢)
물건을 만들거나 수리해 준 대가로 주는 품삯을 말한다.
주석 9)색구(色驅)
높은 벼슬아치가 부리는 하인의 무리 가운데 우두머리를 이르던 말이다.
주석 10)내연(內宴)
내진연(內進宴)의 약칭으로, 곧 내빈(內賓)을 모아 베푸는 잔치를 말한다.
주석 11)관상감(觀象監)
조선 시대, 천문, 지리학, 역수(曆數), 기후 관측, 각루(刻漏) 등의 사무를 맡아보는 관청을 이르던 말이다.
初四日
友早來, 裁吏郞之族抵吏郞書來, 而盖吏郞, 以吾之不面請, 而轉請爲訝云, 盛陳吾病勢之由, 於吏曹直中, 故送八仙吏曹直房。 注洞 子昇宗人來見, 又言工錢苟艱之狀而去。 奴苦待不來, 故使貞得問卜, 則卦云"今十四日必來"云。 必無如此之理, 而今日明日, 拖至初旬而不來, 則宴日漸迫, 而行期滯遲, 此將奈何? 午後姪, 率奴馬而來, 病裡喜幸, 不可言。 吏郞請得佐郞 , 故入送官誥於闕內矣, 未及於今日開政, 不得安寶, 悵歎何極? 吏曹 色驅來見, 而興陽宴次, 物力不足, 故宴日以三月十七日退定云, 故以此意, 分付於色驅, 則色驅言 "內宴日, 若多日遲退, 則事多難便。 前定卄四日, 設宴行次之意, 已爲發公事難中止。 若退數日, 則可以有變通之道, 若至於三月望後, 則此卽之必行, 未可期也。 且本曹之無故發卽, 未可預知"云, "爲定限晦初間危好"云, 故卽送人於觀象監, 同知更擇以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