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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행록(西行錄) / 1797년(정사) / 1월(正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0.0005.0001.TXT.0014
14일
병세가 비록 더하거나 덜하지는 않았으나 새벽부터 정신이 한 가닥 맑아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대개 5~6일 전부터 연이어 계고(鷄膏, 닭고기를 삶은 곰국)를 쓰고, 그 밖에 치담(治痰, 담병을 치료함)을 위한 조제를 쓰지 않은 것이 없다 보니 이날 아침부터 숨 가쁜 증세가 달라진 듯하고 숨을 쉴 때 어깨가 들썩이는 증세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혹 만에 하나라도 살아날 길이 있다면 몸을 보살피고 병을 다스리는 일이 누구인들 간절하지 않겠는가. 생각이 이에 미치자 나도 모르게 탄식하였다. 그러나 오늘은 바로 선비(先妣, 죽은 어머니)의 기일(忌日)인데 단지 나 한 사람만 있을 뿐이고, 이미 사문(師門)의 일로 제사를 지내지 못한 적이 여러 번이었다. 지금 또 천 리 밖에서 와병(臥病) 중이라서 제사를 지낼 수 있을지의 여부를 알 수 없다. 또 하루의 재계를 잡지 못한다면 이는 나의 불효한 죄이니, 비록 객지에서 죽더라도 감히 누구를 원망하고 탓하겠는가.
十四日
病勢雖不加減, 自曉頭精神, 似有一綿開明之意。 盖自五六日來, 連用鷄膏, 及他治痰之製, 無不備用, 自是朝喘促之症, 似有變動, 肩息之症亦止。 意或有萬一得生之路, 而調攝等節, 誰爲親切乎? 思之及此, 不覺咄咄, 然今日卽先妣忌日, 而只有吾一人, 已以門事, 不得祀者累矣。 今又臥病於千里之外, 不知祀事之行否。 又不得執一日之齊, 是吾不孝之罪, 雖死客地, 誰敢怨尤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