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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행록(西行錄) / 1792년(임자) / 10월(十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0.0001.0002.TXT.0015
15일
밤을 새고 닭이 울 무렵에 눈이 비로소 개었는데 호랑이의 피해가 많은 곳이어서 일찍 출발하지 못하였다. 행인들이 모두 말하기를, "중원(中原)의 호랑이가 강을 건너와 안주(安州) 경내에서 죽인 사람의 수가 5~60명에 이른다."라고 하였다. 먼동이 틀 무렵 길을 떠나 안주 읍내에 이르러 말에게 꼴을 먹이고 요기를 한 다음, 백상루(百祥樓)주 62)에 올랐다. 백상루는 성의 서쪽께에서 청천강(晴川江)과 안주성 안의 천만 호 집들을 굽어보고 있으니, 참으로 빼어난 모습이었다. 마침내 절구 한 수를 지었다.

서쪽 변방 빼어난 경관 참으로 끝이 없어(西塞奇觀儘不窮)
안주에서 또 백상루의 풍광 얻었어라(安州又得百祥樓)
청천강은 난간을 휘감고 넘실넘실 흘러가고(晴川繞檻鳴濤漲)
묘향산은 난간에 임하여 자욱한 안개 떠 있네(香嶽臨軒積氣浮)
부벽루 아래로 시원스레 툭 트여 거침이 없고(爽豁不居浮碧下)
월파루 끝은 웅장하고 드높음 독차지하였네(雄高剩占月波頭)
전생 인연에 행여 이런 강산 있었던가(夙緣倘有江山否)
우리 동방 최고의 명승지 맘껏 보았도다(看盡吾東最勝區)

망일문(望日門)으로 나와 청천강을 건너 수종점(樹宗店)까지 60리를 가서 아침을 먹었는데, 날이 이미 저물어서 그대로 묵었다.
주석 62)백상루(百祥樓)
평안남도 안주군 안주읍에 있는 고려 시대의 누정으로 청천강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 있다. 백상루란 이름은 여기서 백 가지 아름다운 경치를 다 볼 수 있다는 데서 유래된 것이라 하는데, 예로부터 관서팔경 중 으뜸으로 꼽혔다.
十五日
達夜鷄鳴時, 雪始霽, 而虎患大盛, 不得早發。 行人皆言, "中原之虎, 渡江而來, 安州一境殺人, 迨五六十命"云。 開東登程, 至安州邑內, 秣馬療飢, 遂上百祥樓。 樓臨城西, 俯壓晴川江, 及城中千萬家, 儘勝區也。 遂吟一律, "西塞奇觀儘不窮, 安州又得百祥樓。 晴川繞檻鳴濤漲, 香嶽臨軒積氣浮。 爽豁不居浮碧下, 雄高剩占月波頭。 夙緣倘有江山否, 看盡吾東最勝區。" 自望日門出, 渡晴川江, 至樹宗店六十里朝飯, 日已夕矣, 因留宿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