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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암일기(棲巖日記)
- 1913년(계축)
- 2월(二月)
- 2일(무자)(二日 戊子)
서암일기(棲巖日記) / 1913년(계축) / 2월(二月)
2일(무자)
맑음. 집에서 황동(黃洞)을 향하여 길을 떠났다. 서정(西亭)주 31)을 지나 현암(玄岩)주 32)에 도착했는데, 골짜기가 깊숙하였으며, 앞에는 덕치(德峙)주 33)가 우뚝 솟아있어서 넘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벼랑에 다다라 생각해보니 고개를 넘어갈 때 힘든 것은 섭족(躡足, 걸음걸이)이 바르지 않는 데 있으니, 힘이 덜 들게 할 계책은 지섭(止躡)하는 데 있다. 때문에 조금씩 전진하며 그 평정을 살펴가면서 올라가면 조금도 숨이 가쁠 근심이 없게 된다. 뒤를 돌아보니 한 사람의 장정이 있는데 숨을 헐떡이며 따라오고 있었다. 이에 비로소 걸음걸이가 발라야만 수고로움을 잊게 됨을 깨달았다. 정상에 오르니 경물이 한 눈에 다 보였다. 한가로이 이곳저곳을 거닐며 남쪽을 향하여 바라보니 미암선생(眉岩先生)의 묘가 문득 눈앞에 있어서 마음속으로 희열하며 위기지학 공부를 해야 함을 다시 깨달았다.
- 주석 31)서정(西亭)
- 담양군 무면 서정리로, 현재 담양군 무정면 성도리 서정마을에 해당된다.
- 주석 32)현암(玄岩)
- 창평군 가면 광암리로, 현재 담양군 창평면 광덕리 현암 마을에 해당된다.
- 주석 33)덕치(德峙)
- 창평군 가면 덕치리로, 현재 담양군 창평면 광덕리 덕치마을에 해당된다.
二日 戊子
陽。自本第向黃洞。 過西亭到玄岩。 峽邃谷深。 前頭德峙嵬嵬。 未可以容易踰越。臨崖思之。 則踰嶺之勞。 在躡足不正然。 則弛勞之計。 在於止躡。故寸進步履。 察其平正而上。 少無脅息之患。 而顧後有一壯丁。 喘息而隨。 於時始覺踐履得正而忘勞。上上頂。 對景備見。 逍遙徜徉。向南而觀之。 眉岩先生廟。 忽焉在前。 中心悅而更覺爲學之工夫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