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비문[贗碑文]'과 관련한 상대방의 문제 제기에 대해, 발신자가 자신의 입장을 논증한 간찰이다. 발신하려고 한 간찰의 초안이거나 수신한 간찰의 일부로 보인다. 발신자명, 수신자명, 연기(年紀)가 모두 없다. 저희 집안인 곡성군의 면섭(冕燮)으로부터 나의 이름을 거론하고, '완지(莞誌) 간행소에 안비문(贗碑文)을 싣지 말라는 부탁을 했었는데 장차 어찌할 것인가.'라고 하였다고 하면서, 이에 대한 답변으로 안비문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있다. 당초 임승모(任承模)의 변문(辨文)이 나오자, 안씨(安氏)는 사문난적(斯文亂賊) 등으로 원수처럼 성토하였으나, 필암서원(筆巖書院)에서는 '하서(河西) 비문을 모방했을 뿐 아니라 하서보다 낫다.'고 하였다는 등의 의견을 소개하고, 우암 송시열과 연재(淵齋, 송병선(宋秉璿)의 호)의 말, 영송 김재홍(嶺松 金宰弘)과의 토론, 옛글의 진위를 파악하는 것과 관련한 주자(朱子) 등의 말, 우암(尤庵)이 포은(圃隱)·정암(靜庵)·율곡(栗谷)·사계(沙溪)·하서(河西) 등을 평가한 말 등을 들어 이들 5명이 공자와 주자의 도통을 이었다고 하는 등의 의견을 진술했다. 안비(贋碑)에서 한 말인 '하늘이 사문(斯文)을 열었으니, 당세에 도를 행할 수 없으나 만세에 능히 전할 수 있다.'는 글의 취지를 옹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뒷면의 맨 처음에는 주자가 황중본(黃仲本)의 〈붕우설(朋友說)〉에 대해 쓴 글을 읽고 이를 모방하여 지었다고 밝혔다. 시는 '심산은 시 짓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心山非是愛吟詩]'로 시작하며, 내용에 천속(天屬)이 포함된 시 5수의 초고와 메모가 있는 초안이다. 시 5수의 첫구는 모두 '심산은 시 짓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로 시작하는 것으로 보아 심산이 지은 것으로 보인다. 천속지합(天屬之合)인 부자‧형제 관계, 천속으로 말미암아 이어진 부부관계, 천속에 힘입어 온전한 군신관계, 천속에 힘입어 바른 붕우관계 등에 대한 시 5수이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맹자(孟子)》 의 글 등을 적었다. 주자의 글은 《주자대전(朱子大全)》 권81의 〈발황중본붕우설(跋黃仲本朋友說)〉이다.(星州李氏譜所)에서 이종협이 발신한 것으로 되어 있다. 우체국 소인이 찍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