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암일기(棲巖日記)
- 1917년(정사)
- 3월(三月)
- 9일(신축)(九日 辛丑)
서암일기(棲巖日記) / 1917년(정사) / 3월(三月)
9일(신축)
맑음. 조대(釣臺) 시를 읊다.
시내 가에 암벽 있고 암벽 위에 대(臺) 있으니(溪上有巖巖上臺)
하늘이 주신 것을 주인이 열었다네(皇天錫以主人開)
길은 율리주 33)의 중양절 국화와 통하고(路通栗里重陽菊)
기러기는 소상강주 34) 양 언덕의 이끼 끌어오네(鴈引瀟湘兩岸苔)
달빛은 엄자릉주 35)의 부춘산에 가득하고(月規嚴子富春滿)
구름은 강태공주 36)이 사는 위수로부터 온 것이라(雲自大公渭水來)
오직 한 가닥 낚싯줄이 참으로 애석하니(惟釣一絲眞可惜)
한나라 구정을 지키기 어려워 홀로 시름 하누나주 37)(保難漢鼎獨愁哉)
- 주석 33)율리(栗里)
- 율리는 진(晉)나라 도연명(陶淵明)이 살았던 마을 이름으로, 그의 별칭으로 쓰이게 되었다.
- 주석 34)소상강(瀟湘江)
- 소상강은 중국 남쪽 동정호(洞庭湖)로 흘러 들어가는 강 이름이다. 순(舜) 임금의 두 아내 아황(娥皇)과 여영(女英)이 남쪽 지방을 순행하다 죽은 순 임금을 소상강 가에서 애타게 그리며 통곡하다가 물에 빠져 자살했다는 전설이 있다.
- 주석 35)엄자릉(嚴子陵)
- 후한(後漢)의 은자인 자릉(子陵) 엄광(嚴光)을 말한다. 어릴 때 광무제(光武帝)의 친구였는데, 광무제가 즉위하자 변성명(變姓名)하고 숨어 사는 것을, 광무제가 찾아 간의대부(諫議大夫)를 제수하였으나 사양하고 부춘산(富春山)에 은거하였다.(≪후한서≫ 권83 〈일민열전(逸民列傳)·엄광(嚴光)〉)
- 주석 36)태공(太公)
- 태공은 태공망(太公望) 여상(呂尙)을 가리킨다. 그는 위수(渭水) 물가의 반계(磻溪)에서 낚시질하다가 문왕(文王)을 처음 만나 사부(師傅)로 추대되었고, 뒤에 문왕의 아들인 무왕(武王)을 도와서 은(殷)나라를 멸망시키고 천하를 평정하였다.
- 주석 37)오직 …… 하누나
- 명나라 장무(章懋)가 지은 ≪풍산어록(楓山語録)≫의 '동강의 한 가닥 낚싯줄이 한나라의 구정을 부지하였네.[桐江一絲扶漢九鼎]'라는 말을 원용한 것이다. 동강은 중국 엄주(嚴州)에 있는 물이름으로 엄광(嚴光)이 이곳에서 은거하면서 낚시질한 곳이다.
九日 辛丑
陽。詠釣臺韻。
溪上有巖巖上臺。 皇天錫以主人開。 路通栗里重陽菊。 鴈引瀟湘兩岸苔。 月規嚴子富春滿。 雲自大公渭水來。 惟釣一絲眞可惜。 保難漢鼎獨愁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