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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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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사익에게 보냄(與吳士益 戊子)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8

자료ID HIKS_OB_F9002-01-201801.0008.TXT.0023
오사익에게 보냄
듣자하니 서원을 건립하자는 통문이 귀측에도 도달한 것으로 아는데, 그들과 일을 함께 하고자 하는 것입니까? 맹자가 말하기를 "조정의 신하를 관찰할 때에는 그 집에 누가 머무는지를 보고, 외지에서 와서 벼슬하는 사람을 관찰할 때에는 누구의 집에 머무는지를 보라."주 88)라고 했습니다. 이러한 까닭으로 사군자가 출사(出仕)할 때에는 먼저 추천해준 사람을 살펴야 하고, 남과 함께 일을 할 때에는 먼저 일을 주관하는 자를 살펴야 합니다. 지금 서원의 일을 주관하는 자는 누구입니까? 사람들이 선사를 무함하고 원고를 고치는 자와 혈당을 맺는 것도 부족하여, 또 천고의 흉악한 역적 완용(完用)의 적퇴비(賊退碑)를 사들여 선사의 묘갈로 만들었으니, 이 짓을 차마 한다면 무엇을 차마 하지 못하겠습니까? 지금은 비록 온 세상의 공론 때문에 감히 그만두지 않을 수 없었지만, 그가 간행한 〈연보〉 중 '묘갈명성(墓碣銘成)'의 '갈' 자는 바로 이 돌을 가리켜서 말한 것이니, 예전 그대로 일을 이룬 것이었습니다. 또 저쪽이 증거로 내세운 이등박문(伊藤博文)의 동상을 때려 부수어 안의사(安義士)의 동상을 주조해서 만들었다는 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당연한 의리가 되니, 그만두었던 것은 심복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형은 매번 이 일이 전적으로 전(田)에게 달린 것이지 유(柳)가 아는 바가 아니라고 하는데, 어찌 유에게는 그렇게 후하게 대하면서 전에게는 이처럼 박하게 대할 수 있습니까? 세상의 천석 집안에서 조상의 가업을 지키며 완성하는 자는 명철한 결단이 아니고서는 또한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가 부친과 조부를 이어서 지키고 이루었던 것이 과연 어떠하였습니까? 그의 자세히 살피는 성격으로 볼 때에 비록 예사로 매매하는 것도 반드시 소홀히 하지 않았을 것인데, 하물며 지금 이것은 사안으로 따지자면 중대사이고 재물로 따지자면 거액이 들어가는 것입니다. 어떻게 그것이 무슨 돌인지 살펴보지도 않고 사들였을 이치가 있겠습니까? 《춘추》에서는 행위가 드러나지 않더라도 나쁜 의도가 있으면 벌하였는데, 하물며 그 자취가 이미 드러난 것이야 더욱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이러한 까닭으로 그와 가까운 인사들은 비록 그를 매우 아끼고 공경하지만, 또한 이 일을 두고서는 큰 실수를 면치 못한다고 하였는데, 형만 유독 이처럼 하는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악을 감추어주는 것[隱惡]'은 비록 매우 좋은 제목이지만, 의식적으로 공정하게 보이는 것도 심술에서는 크게 경계하는 것인데 다시 일이 대의(大義)에 관계된 것이겠습니까? 오직 그대가 깊이 헤아려 주길 바랍니다.【완용의 적퇴비는 왜가 망한 이후 그의 묘 앞에서 뽑아간 것이다.】
주석 88)조정의……보라
《맹자(孟子)》 〈만장 상(萬章上)〉에 "내가 들으니, '조정의 신하를 관찰할 때에는 그 집에 누가 머무는지를 보고, 외지에서 와서 벼슬하는 사람을 관찰할 때에는 누구의 집에 머무는지를 보라.' 하였다. 만약 공자가 옹저와 시인 척환을 주인으로 삼았다면 어떻게 공자라 할 수 있겠는가?[吾聞觀近臣, 以其所爲主, 觀遠臣, 以其所主. 若孔子主癰疽與侍人瘠環, 何以爲孔子?]"라고 하였다.
與吳士益 戊子
似聞建院通文來到貴邊,未知欲與之同事否? 孟子曰: "觀近臣,以其所爲主; 觀遠臣,以其所主。" 是故士君子出仕,先觀薦主; 與人同事,先觀主事者。今之主院事者誰? 人人也血黨於誣師改稿而不足,又買取千古兇逆完用賊退碑,用作先師之墓碣,是可忍也,孰不可忍也? 今雖以擧世公論,而不敢不罷,然彼刊年譜中"墓碣銘成"之"碣"字,正指是石而言,則依舊是成事。且彼邊所證打破伊藤博文銅像鑄成安義士像者,自成一副當義理,則其罷之者非心服也。兄每謂此事專在於田,非柳所知,何厚於柳而薄於田也? 世之千石之家守成祖業者,非明斷亦不能爾。彼之繼父祖能守成,顧何如也? 以其詳審之性,雖尋常買賣,必不疎忽。况今於此事則重大,財則巨額也,豈有不探知何石而買之之理乎? ?春秋?誅心,况跡已著乎? 是以彼近人士,雖甚愛敬彼者,亦云此事則不免大失手,兄獨如此何也? 隱惡雖甚好題目,然有意爲公,亦心術上大戒,而復事係大義者乎? 惟兄深諒之。【完用退碑,倭亡後援去於其墓前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