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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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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사익에게 답함(答吳士益 乙亥)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8

자료ID HIKS_OB_F9002-01-201801.0008.TXT.0004
오사익에게 답함
제가 천하가 중화세계인데 유자가 능히 중화인이 될 수 없다면 천하가 즉시 오랑캐가 된다는 말로 세도(世道)에 해가 된다고 여긴 것은 감히 가혹하다 할 수 없으니 그 말의 실수를 취한 것에 불과하여 마치 죄를 판단하는 사람이 그 말을 듣고 그 죄를 살피는 것과 같습니다. 형은 말의 병통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식견의 병통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여겼는데, 형은 시험 삼아 생각을 해 보십시오. 말이라는 것은 마음의 소리이니, 말이 이미 병통이 있다면 심술(心術)의 병통이라 말한다 해도 또한 불가하지는 않습니다. 하물며 식견의 병통이라고 말할 수 없겠습니까. 형은 이른바 유자는 중화되지 않은 이전에 얻은 호칭을 가리켜 말한 것이고, 중화되지 않은 이후에 이 칭호를 얻어야 할 자를 아울러 가리켜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니, 그렇지 않다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중화되지 않았을 뿐 유자는 아니니 가볍고 천하게 될 여지가 너무 심합니다. 얼마나 소중하기에 위 문장에서 오랑캐가 될 수 없는 유자와 똑같이 천하에 중요한 관건이 되게 하여 천하의 중화인을 다 모아서 모두 오랑캐라고 하는 것입니까. 오랑캐가 될 수 없는 자를 중화인이 될 수 없는 자와 똑같이 유자라고 이를 수 있다면, 이것은 또한 중화인도 될 수 있고 오랑캐도 될 수 있어서 유자의 본 모습을 회복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중화인이 곧 오랑캐인이라는 것이 위 문장의 '천하가 오히려 중화이다'라는 것에 해가 될 뿐만이 아니니, 또한 어찌 병통이 없을 수 있겠습니까. 송나라 말기에 허형(許衡)이라는 유자의 명성이 얼마나 성대했습니까. 만약에 허형으로 하여금 빠르게는 북송의 전성시기에 태어나게 하고 늦게는 명나라 황제가 나라를 건국한 때 태어나게 하여 홀로 오랑캐 제도를 행하게 했다면, 그가 평일에 유자의 이름이 있었던 까닭으로 송나라와 명나라 천하를 즉시 오랑캐 세계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이것은 중화와 오랑캐를 섞어서 유자라고 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또한 형이 대신하여 해명한 음성 오진영의 설을 가지고 말을 해보면, 중화인도 되고 오랑캐도 된다는 것은 단지 유자에게 달려있고 천하에 달려있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유자가 유자가 될 수 있는 까닭은 그가 중화인이기 때문이니 다만 중화인이 되는 것은 유자에 달려있다고 말한다면 충분할 것입니다. 어찌 반드시 다시 오랑캐가 되는 것이 유자의 손에 달려있고, 어찌 반드시 다시 천하에 달려있지 않다고 말합니까.【천하에는 중화가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유자가 중망(重望)을 받는 것은 다만 중화인이 되는 데 있는 것이 아니고 또한 오랑캐 사람이 되는 것에도 있으니, 오랑캐가 되었는데도 귀중하게 여길 수 있다면 이것은 중화인도 되고 오랑캐도 되고 유자도 될 수 있다는 설이 아닙니까. 어찌 다만 제가 중화도 될 수 있고 오랑캐도 될 수 있고 유자도 될 수 있다는 것으로 사람들을 몸을 두지 못할 곳으로 내몰아낸다고 합니까. 끝내 음성 오진영의 설을 어찌할 수 없는 것이 본래 이와 같기 때문에 형도 또한 스스로 어쩔 수 없이 이와 같이 하였고 이를 통하여 스스로 반성한다면 저의 의론이 가혹하지 않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또한 형은 세도에 해롭다는 네 글자를 듣고서 매우 놀랐으나 어찌 생각이 이런 점에는 미치지 않았습니까. 양묵(楊墨)의 폐해가 부모도 없고 군주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으나 주자는 "그 본심을 베푸는게 어찌 사악함이 있겠는가. 다만 약간의 실수가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제 중화와 오랑캐를 뒤섞어서 유자의 설을 하는 것이 어찌 다만 약간의 실수가 있었다는 것과 비교할 따름 있겠습니까. 이것이 만약에 평상시의 편지와 글자에서 나왔다고 한다면 오히려 일시의 말의 병통으로 돌려서 반드시 깊이 논할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 문장은 입언하여 전해진지가 오래되었습니다. 그 일은 절개를 우뚝 세웠고 그 작업은 심력을 다하여 한 것입니다. 그 무리들이 추존하여 식견이 선사보다 뛰어나다고 하니 그 말의 실수가 이와 같으니 그 해로움이 어찌 다함이 있겠습니까. 이 점이 어쩔 수 없이 깊이 논해야 하는 까닭입니다. 다만 형 또한 이미 자세히 보고 의심스럽게 여기고 말의 병통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므로 끝내는 훤하게 깨달을 날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날을 기다릴 뿐입니다.
答吳士益 乙亥
弟之以"天下華而儒不能華,則天下即夷"之語,爲世道之害者,非敢爲苛刻,不過就言論失,如斷獄者之聽其辭,而勘其罪也。兄乃以爲可謂語病,而不可謂識見之病,兄試思之。言者心聲也,言既有病,則謂之心術之病,亦無不可。而況不可謂識見之病乎? 兄謂其所謂儒指不華前,所得稱號而言,非謂并指不華後,當得是稱也者,非曰不然。然則不華已矣,非儒已矣,其可輕賊甚矣。有何所重,而與上文能不夷之儒,同一關重於天下,而蓋盡天下之華而并夷之乎? 能不夷者,旣可與不能華者,同謂之儒,則是亦可華可夷者,而非復儒者本面矣。然則,非但此華即夷之爲有害,上文天下猶華,亦安得而無病乎? 夫許衡儒名,何等盛也? 如使衡早生北宋全盛之世,晚生明帝建國之際,而獨行胡制,則以其平日儒名之故,謂宋明天下即夷可乎? 是非混華夷爲儒而何? 且以兄所代解陰吳說者言之,有曰 '爲華爲夷,只在乎儒,不在乎天下',夫儒之所以爲儒者,以其爲華也,但曰'爲華在乎儒',足矣。何必復曰'爲夷在乎儒',何必復曰'不在乎天下也' 【天下之中有華在】 然則,儒之負有重望,不只在於爲華,而亦在乎爲夷,爲夷而可且重之,則是非可華可夷可儒者之說乎? 何獨以弟之斥以可華可夷可儒者,謂歸人於不容身之地也? 蓋以終無柰陰說本自如此,故兄亦自不得不如此,因此而自反,則可以知弟論之非苛刻也。且兄以'世道之害'四字,聞甚瞿然,何不思之至此? 夫楊墨之害,至於無父無君,然朱子謂: '設其本心,豈有邪哉? 特微有差失.' 今此混華夷爲儒之說,豈但微有差失之比而已? 此若出於尋常書詞之間,則猶可歸之一時語病,而不必深論也。今也則不然。其文則立言之傳久也。其事則立節之卓爾也,其作則專致之心力也。其從之推尊,則見識優於先師者也,而其言之差失乃如此,其害庸有極乎? 此所以不得不深論也。但兄亦既謂細看可疑,又謂之語病,則終有了悟之日矣。惟是之俟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