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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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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여달준에게 답함(答全子與達準 ○辛酉)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7

자료ID HIKS_OB_F9002-01-201801.0007.TXT.0049
전자여달준에게 답함
허명(虛名)의 비유는 자신을 말한 것임을 알았습니다. 북방(北方) 풍기(風氣)의 질박함은 남토(南土)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좌하는 자실과 모습이 순박하니 반드시 외면을 힘쓸 분이 아니니, 진실로 감히 외람되게 대낮에 등불 같은 도움조차 드릴 수가 없습니다. 다만 '허명' 이 두 글자는 근세 유문(儒門)의 공통된 근심거리가 된지 오래되었습니다. 저 이름은 유적(儒籍)에 올려놓았지만 전혀 계책이 없는 자는 말할 거리가 못됩니다. 그런데 주성(州省)에서 명망을 받고 있는 모모(某某)의 경우는 성리(性理)의 심오함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천인(天人)의 함의도 극치까지 궁구하지만 그 마음과 몸가짐을 살펴보면 간혹 주위 사람의 의심을 끊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상례(常禮)와 변례(變禮)에 대해 모여서 따지고 변론하여 예(禮)를 제정한 본뜻에 훤할 것 같지만 그 집에서 행하는 것을 살펴보면 간혹 이해가 걸려 있을 경우 지키지를 못합니다. 그 배운 바를 미루어 자신과 집안에 적용하는데도 오히려 어긋남이 이와 같은데, 오히려 어찌 《대학》의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의 실지를 함께 논하길 바라겠습니까? 그러나 바야흐로 또한 가득히 스스로 대견해 하면서 실학(實學)으로 자처하고, 다른 사람들이 그를 취할 경우에도 또한 그 실견(實見)과 실덕(實德)이 어떠한가를 묻지도 않고, 한갓 언어문자의 풍부함으로 모두 똑같이 실학이라고 하며, 글을 남겨 후세에 전하게 되면 후세 또한 실학이라고 여길 것입니다. 그러니 그 언론(言論)과 풍지(風旨)가 어찌 오늘과 후세에 어찌 조금의 도움이 없겠습니까마는, 명망과 실지가 서로 걸맞는다고 말한다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것이 세속의 조롱과 업신여김을 부르고 도술이 비하하게 되는 까닭입니다. 이 한 가지에 대해 우리들은 정히 주제로 삼아 더욱 힘을 써서 자신의 처신과 남을 살핌에 있어 이런 풍조에 갇히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대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答全子與達準 ○辛酉
虛名之喻, 認出自道。北方風氣質實, 非南土之比,座下之資貌淳樸,必非務外者,則固不敢猥獻晝燈之下助矣。第此二字,爲近世儒門之通患則久矣。彼掛名儒籍,全没猷爲者, 已不足道。其在某某之佣望州省者,理邃性奧, 毫分縷析,天人之蘊, 期究極致, 觀其用心行己, 則或不能絕旁人之疑。常節變目,聚訟居辨,制禮本旨,若將瞭然,觀其行之家庭,則或失守於利害之際。推其所學,用之一己一家,猶齟齬若此,尚何望與論《大學》治平之實乎? 然而方且充然自多,處之以實學; 人之取之也,亦不問實見實德之如何,徒以言語文字之富,僉同謂之實學; 遺文傳之後世,後世亦以爲實學。是其言論風旨,豈無少裨於今與後, 而謂之名實之相稱,則末也。此所以來世俗之嘲侮而道術之汙下也。此一著,吾輩正宜做題加勉, 處已與觀人, 求其不囿於此風也。未知尊意以爲如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