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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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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국진에게 답함(答鄭國振 丁丑)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7

자료ID HIKS_OB_F9002-01-201801.0007.TXT.0045
정국진에게 답함
편지에 "마귀가 물러나는 날을 조금 얻어서 기필코 심중(心中)의 일을 도모하고자 한다."고 하였습니다. 대저 마귀는 무엇입니까? 내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변괴가 밖으로부터 온 것으로서 마치 귀신이 시기하는 것 같으면서도 또한 내가 능히 물리칠 수 없는 것을 말함이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질병(疾病), 화환(禍患), 수화(水火), 도적(盜賊) 이외에 마땅히 이른바 마귀란 것은 없습니다. 형의 지금 분란한 것에 대해 응해야 하므로 응하는 경우는 이는 내 일을 도모하는 조건이니, 진실로 마귀라 할 수 없습니다. 반면에 응해서는 안 되는데 태만하게 우선 응하는 경우 이것을 마귀라 말한다면 결국 스스로 마귀를 만드는 것이고 진짜 마귀가 아닙니다. 이를 물리치는 방도는 또한 내가 스스로 그것을 물리치는 것뿐이니, 진실로 물리치고자 한다면 손을 한 번 뒤집는 사이에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우선 행하지 않고 앉아서 마귀가 물러가기를 기다린다면, 끝내 그런 날은 없을 것이고, 심중의 일도 영원히 도모할 수 없을 것입니다. 선자(禪子)의 게송에 "해를 차갑게 할 수 있고 달을 뜨겁게 할 수 있어도, 뭇 마귀는 감히 진결을 파괴시킬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저 사도(邪道)가 진짜 마귀에 대해서도 오히려 이렇게 하는데, 하물며 우리의 정학(定學)으로 스스로 만든 마귀에 대하여 무슨 어려움이 있겠습니까? 형은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答鄭國振 丁丑
來狀喻以稍得魔退之日,期圖心中之事。夫魔者, 何也? 非謂不自我致而變自外來,有若鬼神猜之而又非吾之所能退者乎? 然則疾病、禍患、水火、盜賊以外,宜無所謂魔者也。
若兄之目下紛擾,其當應而應之者, 旣此是圖吾事之條件也,固不可謂魔。其不當應而謾且應之者,以是謂魔,則究是自魔,非眞魔也。退之之方,亦在我自退之而已,茍欲退之,在一反手之間耳。然且不爲而坐待魔退,則是終無其日,而心中之事,永不可圖矣。禪子之偈曰: "日可冷,月可熱,衆魔不敢壞眞訣。" 彼邪道之於眞魔猶然,況以吾正學,其於自魔也何有? 惟兄諒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