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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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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국진에게 답함(與鄭國振 丙子)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7

자료ID HIKS_OB_F9002-01-201801.0007.TXT.0044
정국진에게 답함
지난번 선장(仙庄 상대의 집)에 나아가 달을 감상하고 시를 읊었는데, 어느덧 시간이 흘러 벌써 얼음이 얼고 눈이 내리는 섣달이 되어 거의 일 년이 다 되었습니다. 풍조(風潮)가 더욱 심해져서 성학(聖學)이 장차 끊어지고, 인심이 더욱 변하여 대의(大義)를 밝히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때에 우리와 그대들이 비록 밤낮으로 머리를 맞대고서 덕을 세우고 학문을 전하며 윤리를 바루고 의리를 돕는 방도를 강구해 밝히더라도 오히려 공을 이루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그런데 근래에는 만나고 편지를 보내는 것도 모두 막혀 걸핏하면 한 해를 넘기니, 어떻게 우뚝한 지혜를 세우고 확연한 논리를 세워 조금이라도 쓰러져가는 풍속을 구하겠습니까? 바라보아도 다가갈 수 없어서 진실로 한심스러울 뿐입니다. 노형은 고명한 견해와 강직한 기운을 하늘로부터 타고나서 일반사람보다 뛰어납니다. 덕과 학문을 닦고 세상에 법도를 맑게 하는데 마땅히 스스로 이룸이 있어서 다른 사람을 기다릴 것도 없습니다. 다만 이치는 반드시 궁구한 이후에 더욱 밝아지고 기운은 반드시 함양한 이후에 더욱 굳세게 됩니다. 이치가 더욱 밝아져서 지극한 밝음에 이르고 기운이 더욱 굳세져서 지극한 굳셈에 이른 이후에 그쳐야 합니다. 이와 같이 하고자 하는 자는 강학(講學)이 아니면 할 수가 없고, 강학을 하고자 한다면 붕우와 서로 도움을 주지 않으면 할 수가 없습니다. 삼가 살펴보건대, 형은 방술이 갈래가 많고 응대하는 것이 매우 번잡합니다. 도는 비록 여기에서도 볼만한 것이 있으나 만약 이같이 한다면 혼란스럽게 세월만 보내며 그칠 때가 없으면, 아마도 이치를 궁구하고 기운을 함양하는 공부에 정밀함을 다하여 지극히 밝고 지극히 굳센 경지에 도달할 수 없을까 두렵습니다. 바라건대 형은 이 점에 유의하여 응대는 조금 줄이고 강학은 조금 늘려서 이것을 중시하고 저것을 경시하며 이것을 주인으로 삼고 저것을 손님으로 삼아야 합니다. 그리되면 정치하게 이치를 궁구하고 기운을 함양하는 방도에 있어서 이미 절반은 이루게 될 것입니다. 현광(玄狂)은 지난 섣달에 선장에서 함께 사람 중의 한 명이었는데, 어찌 갑자기 죽으리라고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그의 높은 재주와 바른 의론을 다시 어디에서 볼 수 있겠습니까. 이것은 오당(吾黨)의 불행이고 음당(陰黨)의 기뻐할 바이니, 옛사람의 이른바 "하늘도 이 무리를 위하여 원수를 갚아준다."라는 경우란 말입니까. 아. 슬픕니다.
與鄭國振 丙子
曩造仙庄,賞月賦詩,居諸幾何,窮臘冰雪,恰滿一周矣。風潮益甚,聖學將絕; 人心益渝,大義難明。當此時也,吾儕若爾人,雖日夕聚首,講明立德傳學正倫扶義之方,猶懼不克奏功。乃者面書俱阻,動輒經歲,其何以立卓然之知,立確然之論,而少救靡然之俗乎? 瞻望靡及,良可於邑如。老兄者,高明之見,剛直之氣,得之天資,超乎凡輩。其於修德學而淑世程也,宜有以自成而不須乎人。但理必窮而後愈明,氣必養而後愈剛,愈明而至於至明,愈剛而至於至剛而後已。欲如此者,非講學不能; 欲講學,非朋友麗澤不能也。竊覸兄方術多門,酬應甚煩,道雖於此,亦有可觀,然若如此紛汨度日,無有已時,則吾恐其無以致精於窮理養氣之功而至至明至剛之域也。願兄加意於此,就酬應而減却分數,就講學而添却分數,要使此爲重而彼爲輕,此爲主而彼爲賓,則其於致精窮養之道,思過半矣。玄狂是客臘仙庄鼎坐中一人,豈意其遽爾觀化? 其高才正論,更於何而得見? 此吾黨之不幸而陰黨之所喜也,古人所謂天亦爲此曹報仇者耶? 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