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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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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익부해룡에게 보냄(與吳翼夫海龍 ○戊寅)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7

자료ID HIKS_OB_F9002-01-201801.0007.TXT.0038
오익부해룡에게 보냄
옛날 30년 전에 같은 방을 쓰면서 학업을 같이 할 때 서로 기약한 것이 과연 어떠했습니까? 이윽고 나라의 운수가 불행하여 천지가 뒤엎어지고, 세상 일이 다단하여 학업에 둔 뜻도 해이해졌습니다. 비록 이후에도 계속 만나서 일찍이 이 일에 마음을 두지 않은 적이 없었지만 옛날에 했던 것처럼 경전(經傳)을 강론하여 정미한 뜻을 찾고 명리(名理)를 상의하여 극치를 궁구해서 이른바 서로 기약한 것을 구하는 일은 아마도 없었습니다. 가만히 생각건대, 우리 형은 비록 학문을 표방한 적은 없었지만 덕기(德氣)를 하늘로부터 타고났고 효우(孝友)를 가정에서 행하여, 밖으로는 뭇사람과 화합하면서도 스스로 지키는 것이 있었고 안으로는 의리를 밝혀 시비를 아셨으니, 이것은 그 이름은 없지만 그 실지는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처럼 한갓 이름만 달고 실제로 터득한 것이 없어서 걸핏하면 허물이 있고 재앙이 또한 뒤따르는 자로서는 부끄러울 뿐입니다.
선사가 돌아가신 뒤에는 변괴가 거듭 출연하고 의리가 캄캄하게 막혔습니다. 선사를 오래 따라서 독서를 더욱 많이 한 자는 그 견해가 더욱 어긋나며 그 마음이 더욱 험하여, 선사를 무함함에 못하는 것이 없었습니다. 아, 선사를 따른 것은 의리를 듣기 위함이고, 책을 읽는 것은 심술을 밝히기 위함인데, 어찌하여 이런 지경에 이르렀단 말입니까? 결단코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저는 형의 친동생이 아니지만 편지를 조금 읽어보니, 곧 "만약 '간옹(艮翁)이 인의(認意)와 인교(認敎)가 있었다.'고 말한다면 절의를 크게 손상시키는 것이다."라고 하고, "인의와 인교에 관한 설이 있고부터 많은 사람들이 간옹을 의심하였다. 먼저는 유서(遺書)가 있다 하여 절의(節義)라는 명성을 취하였고, 뒤에는 홀로 앉아계실 때 명한 것이 있다 하여 원고의 간행을 인가하는 사사로움을 이루었는데, 매우 불행한 일이다. 간옹의 문인들은 마땅히 인의(認意)와 인교(認敎)에 관한 설에 대해 분명히 분별하고 통렬히 배척하여 터럭만큼이라도 선사에 접근하지 못하게 해야만 선사가 온전히 선사가 될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이 말들은 얼마나 명쾌하며 얼마나 엄정합니까! 이에 사람의 견식과 심술에는 본디 등급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앞서 우러러 칭찬했던 "그 이름은 없지만 그 실지는 있다."고 한 것을 더욱더 증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영재종(令再從) 두남(斗南 오해겸(吳海謙))은 명민하고 민첩한 자질로 선사를 오래도록 따르고 책을 많이 읽은 것이 우리 형에 비교하면 어찌 몇 배가 될 뿐이겠습니까. 그러나 형은 이처럼 명쾌하고 엄정한 반면, 두남은 도리어 저 설에 현혹되어 갑자기 정견(定見)을 바꿨으니, 나는 진실로 그 사이에 무어라 말해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두남을 위해 근심하는 것이 형을 위해서 기뻐하는 것보다 진실로 깊습니다. 이것은 천고토록 우리 사문(斯文)의 큰일로서 사정(邪正)을 구분하고 주적(主賊)을 판별하는 것이니 관련되는 바가 매우 중대합니다. 이 때문에 깊이 근심하지 않을 수 없었고 절실하게 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형은 집안의 친척이니 어찌 제가 벗으로서 근심하는 것보다 못하겠습니까. 모쪼록 때때로 의리에 근거하고 이치를 논하여 명백하게 고하여 깨우쳐서 두남이 의리가 아닌 일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이 편지를 두남과 함께 보고, 제가 두남에게 보낸 편지도 가져다 보아서 기어코 반복해서 논변하여 실효를 거두기를 기대합니다.
與吳翼夫海龍 ○戊寅
憶昔三十年前,同牕聯業也,所相期者果如何? 旣而邦運不幸,滄桑翻覆; 世故多端,志業廢弛。雖其源源相從,未嘗不在此事之中,至於講質經傳, 精義是索, 商確名理, 極致是究, 以求所謂相期者,如曩時之爲,則蓋未之有也。竊念吾兄雖無學問之標榜,然德氣禀於天,孝友行於家,外和於衆而自有所守,內明於義而知其是非,是則可謂無其名而有其實。而如弟之徒然佣名而無所實得,動輒有咎而禍亦隨之者,知所愧也。
屬當山頹之後,變怪疊出,義理晦塞,從師愈久而讀書愈多者,其見愈差,其心愈險,其所以誣陷先師者,無所不至。噫! 從師所以聞義理也,讀書所以明心術也,胡爲而至此? 絕不可曉也。若吾,兄之非親弟而少讀書, 則乃曰"若云艮翁有認意、認教,則大傷節義",曰"自有認意、認教之說,人多有疑以艮翁。先有遺書取節義之名,後有獨命濟認稿之私者,甚是不幸。爲艮翁門人者,當於認意、認教之說,明辨痛斥,不使毫髪近於先師,然後先師爲先師"。凡諸說何其明快! 何其嚴正! 乃知人之見識心術本自有品第,而向所仰贊"無其名有其實"者,尤可驗矣。
且也令再從斗南之聰明敏達,從師久讀書多,視吾兄奚啻倍蓗? 然而兄則如是明嚴,斗則却眩彼說而忽改定見,吾誠不知所以爲說於其間。然爲斗而憂者,加於爲兄而喜者,則誠有之。此是千古斯文大事,邪正之分,主賊之判,所關甚重,故憂之不得不深,言之不得不切也。兄在同堂之親,豈下如弟朋友之憂? 望須時時據義論理,明白告喻,俾不陷於非義,如何? 此書與斗同看,弟與斗書亦取看,期於反覆論辨,以收實效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