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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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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성무에게 답함(答崔性武 戊申)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7

자료ID HIKS_OB_F9002-01-201801.0007.TXT.0036
최성무에게 답함
고명(高明)이 유학(儒學)에 뜻을 두었으나 질병에 얽매어 각고하게 실행해 나가지 못하니 애석할 뿐입니다. 그러나 병중에도 또한 공부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옛날 나금계(羅錦溪)의 문인에 아픈 사람이 있었는데, 금계가 묻기를 "병중에 공부가 어떠하냐?"라고 하니, 대답하기를 "매우 어렵습니다."라고 하자, 말하기를 "다만 아프지 않을 때와 같이 하는 것이 바로 공부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이는 병으로 인하여 조급하고 우려하는 마음이 있어서는 안 됨을 말한 것입니다. 대개 조급하고 우려하는 마음이 있으면 결단코 병이 나아질 가망이 없고 갈수록 더욱더 심해집니다. 소설(小說)의 각병법(却病法)주 93)에 "늘 나보다 못한 자를 생각하며 스스로 너그러운 마음을 갖도록 노력한다."라고 했고, "조물주가 생활로 나를 수고롭게 하였는데, 병을 만나 조금 한가하게 되었으니 도리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라고 하였습니다. 이 두 방법은 매우 묘합니다. 만약 마음에 일단의 번뇌가 생겨나서 쫓아 보내지 못한다면 다만 바람 쐬고 시를 읊조리며 몸을 살피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장자(張子)는 "빈궁과 걱정 속에 처하게 함은 너를 옥(玉)으로 이루어 주려 함이다."주 94)라고 하였습니다. 진실로 병에 이르지 않았다면 이를 살필 수 없었을 것이니, 병이 어찌 마음을 다스리고 본성을 기르는 것에 해가 되겠습니까? 그러므로 평소 병을 달고 살면서도 크게 성취하는데 해가 되지 않았던 고인(古人)이 있었으니, 명나라의 석계도(席啟圖)와 우리나라의 성우계(成牛溪 성혼(成渾))가 이들입니다.
고명은 병 때문에 조금도 기운이 꺾이지 말고 점점 동심인성(動心忍性)주 95)하는데 힘을 기울여 분수에 따라 공부를 해서 순조롭게 배우길 좋아하여 병을 잊는다면 덕이 진보하여 얼굴이 맑아지고 몸이 윤택해지는 날에, 저 두 아이[二豎子]주 96)가 어찌 그 재주를 멋대로 부릴 수 있겠습니까? 편지에 타고난 명이 허약함을 탄식하는 말이 있었는데 우울한 뜻이 있는 것 같기에 대략 이리 언급한 것이니 또한 깊이 헤아려 주길 바랍니다.
주석 93)각병법(却病法)
《지봉유설(芝峯類說)》 〈질병조〉를 참조하면, 병을 물리치는 8가지 방법[却病八法]을 말하고 있는데, 위에서 제시한 방법은 세 번째와 네 번째 방법이다.
주석 94)빈궁과……함이다
장재(張載)의 〈서명(西銘)〉에 보인다.
주석 95)동심인성(動心忍性)
《맹자(孟子)》 〈고자 하(告子下)〉에 "하늘이 어떤 사람에게 큰 사명을 내리려 할 때에는, 반드시 먼저 그의 마음과 뜻을 고통스럽게 하고, 그의 힘줄과 뼈를 수고롭게 하고, 그의 육체를 굶주리게 하고, 그의 몸을 궁핍하게 하여, 그가 행하는 일마다 어긋나서 이루지 못하게 하나니, 이는 그의 마음을 격동시키고 그의 성질을 굳게 참고 버티도록 하여, 그가 잘하지 못했던 일을 더욱 잘할 수 있게 해 주기 위함이다.[天將降大任於是人也, 必先苦其心志, 勞其筋骨, 餓其體膚, 空乏其身, 行拂亂其所爲, 所以動心忍性, 增益其所不能]"라고 하였다.
주석 96)두 아이[二豎子]
두 아이는 곧 병마(病魔)의 뜻이다. 춘추 시대 진 경공(晉景公)이 병들었을 때, 두 아이가 고황(膏肓 : 심장과 격막의 사이)으로 들어가는 꿈을 꾸었는데, 그 후 의원을 데려왔으나 의원은 병이 고황에 들어 고칠 수 없다고 하였다. 《좌전(左傳)》 成公 10年
答崔性武 戊申
高明有志此學,而爲疾病所嬰,不能刻意做去,爲之慨惜。然病中亦未嘗無工夫。昔羅錦溪門人有病者,錦溪問: "病中工夫何如?" 對曰: "甚難." 曰: "只如不病時,便是工夫。" 此謂不可因病而有煩躁憂慮之心也。蓋有煩躁憂慮之心,則決無痊差之望,愈往而愈甚。小說却病法曰: "常將不如我者,巧自寬鮮。" 又曰: "造物勞我以生,遇病稍間,反生慶幸。" 此二法甚妙。如遇心下一段煩惱,排遣不去,儘好風咏軆察也。張子有曰: "貧賤憂戚,庸玉汝成。" 茍不至於病,不能省事,此何足爲治心養性之害乎? 故昔人有平生善病而不害大就者,明之席啟圖、我國之成牛溪是也。高明勿因病而少挫其氣,漸加動忍之力,而隨分施功,馴致嗜學而忘病,則德進睟面潤身之日,彼二竪子者,安能恣其伎倆耶? 來書有咏嘆賦命脆薄之語,似不免有悶鬱之意, 故聊此奉及,應亦深諒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