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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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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성무장열에게 보냄(與崔性武長烈 ○丙午)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7

자료ID HIKS_OB_F9002-01-201801.0007.TXT.0035
최성무장열에게 보냄
경초(勁草)주 88)와 한송(寒松)주 89)은 예로부터 만나기 드뭅니다. 오늘날 글을 읽는 선비들은 모욕하고 공갈하는 풍조에 쓰러지고, 포승과 총칼에 넘어짐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간혹 이미 유문(儒門)에 종사하고서 숨기고 꺼리면서 다시 움직이지 않거나 떨고 두려워하면서 후회하는 자가 있으며, 유문에 종사하고 싶지만 주저하면서 감히 나오지 못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고명(高明)은 이런 상황에서 비록 머리 위에 철륜(鐵輪)주 90)이 내리친다고 하더라도 장차 떨치고 일어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곧바로 전진하여 나아갈 수 있습니까?
이천 선생(伊川先生)이 조정에서 사학(邪學)으로 공격을 받았을 때 마신(馬伸)이 정문(程門)에 의탁하여 배우고자 하였습니다. 이천이 말하기를 "시론이 바야흐로 달려져 그대에게 누를 끼칠까 두렵다."라고 하니, 마신이 대답하기를 "제가 도를 들을 수 있다면 죽어도 한이 없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주 91) 그 뜻이 얼마나 정성스럽고 돈독합니까.
제가 고명(高明)이 마신의 뜻으로 뜻을 삼고 전적으로 간옹(艮翁)의 문하에 의탁하여 배우길 바라는 것은 무엇 때문이겠습니까? 공자가 말하기를 "사람이 살아가는 이치는 정직함이니, 정직하지 않으면서 생존하는 것은 요행으로 죽음을 면하는 것일 뿐이다."주 92)라고 하였습니다. 윤리를 말미암고 공맹의 가르침을 따라는 것이 정직함이고,. 오륜을 폐하고 공맹을 배반하는 것이 정직하지 못한 것입니다. 정직하지 않으면서 사는 것은 비록 산다고 해도 오히려 죽은 것이며, 정직한 삶을 살다가 죽는 것은 비록 죽는다 하더라도 오히려 산 것입니다. 이것으로 나아갈 바를 알 수 있습니다. 더구나 정직하게 산다고 해서 반드시 죽는 것이 아니며 정직하지 않는다고 해서 반드시 사는 것이 아니니 더욱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ㄸ한 한 번 다스려지는 운수가 돌아와서 도가 밝혀지고 교화가 행해져서 한 세상의 태평이 유자(儒者)의 손에서 나와서 저 패도(悖道)와 이유(異教)가 모두 갑자기 사라지지 않을지 어찌 알겠습니까? 고명께서는 천만 속히 도모하기 바랍니다.
주석 88)경초(勁草)
당 태종(唐太宗)이 소우(蕭瑀)를 칭찬하면서 하사한 시에 "질풍 속에서 굳게 버티는 초목을 알고, 난리 속에서 충성스러운 신하를 안다.[疾風知勁草 板蕩識誠臣]"라고 하였다. 《구당서(舊唐書)》권63〈소우열전(蕭瑀列傳)〉
주석 89)한송(寒松)
사혼은 그의 조카 사영운(謝靈運)과 이름을 나란히 하였는데, 당시 사람들이 "사혼의 풍운은 하늘의 해를 바라보는 해바라기 같고, 엄숙함은 차가운 바람을 맞서는 소나무를 같다.[混風韻爲高日望葵, 蕭如寒風振松]"라고 하였다. 《예문유취(藝文類聚)》권88
주석 90)철륜(鐵輪)
쇠로 만든 수레바퀴로, 불교에서 지옥의 악귀(惡鬼)를 제압하는 무서운 형구(形具)이다. 또는 철륜발(鐵輪拔)의 준말로 수미(首尾)에 칼날이 달린 병기로 말 위에서 적을 쳐 죽이는 데 쓰인다.
주석 91)이천선생(伊川先生)이……하였습니다
정자(程子)의 학파가 위학당(僞學黨)으로 몰려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을 때에 마신은 자신과 연루될까 염려한 정이천(程伊川)과 정명도(程明道)의 고사(固辭)에도 불구하고 십여 차례 반복하여 가르침을 받기를 청하면서 "저가 도를 듣게 된다면 죽은들 무슨 유감이 있겠습니까. 하물며 죽음에 이르지 않는 경우이겠습니까." 하였다. 《송명신언행록宋名臣言行錄》 권9
주석 92)사람이……뿐이다
《논어(論語)》 〈옹야(雍也)〉에 보인다.
與崔性武長烈 ○丙午
勁草寒松,邃古罕覯。今讀書之士類,未免侮嚇恐喝之風所偃,縲絏刀銃之威所推,或有已從儒門而隱諱不復動者,惴惧以爲悔者,欲從儒門而趑趄不敢進者。不識高明於此,雖轉鐡輪於頂上,將奮不顧慮,而直前做去也否? 伊川先生被朝廷之攻以邪學也,馬公伸欲依程門學,伊川曰: "時論方異,恐貽子累。" 對曰: "使伸得聞道死無憾。" 此其志何等誠篤!
鄙欲令高明以馬公之志爲志,專依艮翁之門而學焉,夫何故? 吾夫子曰: "人之生也直,罔之生也,幸而免。" 倫常之道,鄒魯之教,是直也; 倫常是斁,鄒魯是背,是不直也。不直而生,雖生猶死; 爲直而死,雖死猶生。此可以知所往矣, 況爲直而未必死,不直而未必生乎? 不惟是也, 又安知不一治運回,道明教行,一世昇平出於儒者之手,而彼悖道異教, 皆條爾消滅也耶? 惟高明千萬亟圖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