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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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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자정에게 답함(與趙子貞 甲申)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7

자료ID HIKS_OB_F9002-01-201801.0007.TXT.0028
조자정에게 답함
영자부(令子婦)의 묘문(墓文) 중에 '하종(下從)' 두 글자는 마땅히 고쳐야 하니, 근간에 과연 고쳐 새겼는지 모르겠습니다. 대개 '하종'이라는 문자가 어느 책에서 시작되었는지는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남편의 죽음에 따라 죽는다는 명칭이라고 인식하는 것은 사람들 간에 이견이 없습니다. 남편이 죽은 부인에게는 열행(烈行)이 큰일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사람은 한갓 하종의 열행만 알고 수절(守節)의 열행은 알지 못합니다. 원래 하종의 열행이 수절하는 것만 못하고 시부모를 봉양하고 후사를 세우는 것이 최선의 열행이 되는 것은 알지 못합니다. 또한 주자(朱子)가 《소학(小學)》을 편찬한 때에 제일 앞에 진 효부(陳孝婦)주 76)를 기재하면서 하종에 대해서는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만은(晩隱) 황전(黃㙻)의 말이 훌륭한데, "세상에 열부(烈婦)로 이름이 난 자는 많다. 그러나 그 중에 남편이 비명에 죽었거나 혹은 적에게 겁탈을 당해 의리가 아니어서 이 때문에 죽는다면 우뚝한 일이다. 만약 부부의 정을 참지 못하고 한갓 하종만 하고 다시 아비 잃은 아이를 돌보고 후사를 세워서 남편 제사를 전하도록 하지 못한다면, 이는 다만 그 남편이 아내만 좋아했다는 것을 드러낼 따름이니, 또한 어찌 무슨 아름다움이 있겠는가!"라고 하였습니다. 주자의 뜻도 마땅히 또한 이런 것이었습니다.
대저 금석(金石)의 문자는 마땅히 사실을 써야 합니다. 영자부가 어찌 아프지도 않았는데 남편이 죽은 지 20일 만에 죽었겠습니까? 비록 하종의 열행이 지극한 것이더라도 진실로 감히 사실과 어긋나게 그 내용을 부풀려서는 안 됩니다. 하물며 지극하지 않은 경우에야 더욱 말할 것이 있겠으며, 하물며 영자부가 병석에서 "제가 비록 박명이나 병이 나아서 뱃속의 아이를 순산하여 지아비의 후사를 있기를 바랍니다."라는 말이 있었으니 더욱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묘에 비(碑)를 세우는 것은 선행을 드러내고자 함입니다. 그런데 지금 그 장점은 가리고 그 단점을 거짓으로 썼으니, 혼령이 알게 된다면 어찌 지하에서 한스럽지 않겠습니까? 글을 지은 사람이 이처럼 호도(糊塗)할 줄은 생각지도 못하였습니다.
대개 남편이 죽고 오래지 않아서 죽은 것을 하종이라 하는 것도 또한 속견(俗見)을 벗어나지 못한 것입니다. 지극하지 않은 것을 지극하다고 하여 이것을 가지고 망자를 뒤미처 찬미하는 것은, 비록 사실을 아니더라도 후중한 쪽을 따르는 데에는 방해가 되지 않는다 말하지만, 오히려 망자를 도리어 해치는 것임을 알지 못한 듯합니다. 이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다만 고명(高明)한 분이 묘문을 짓는 사람을 깊이 믿고서 죽은 며느리에게 해가 되는 줄을 깨닫지 못하고, 서둘러 개정하지 않는 것은 매우 답답합니다.
주석 76)진 효부(陳孝婦)
전한(前漢) 문제(文帝) 때의 사람이다. 변방(邊方) 수비군(守備軍)으로 떠난 남편이 죽자, 친정 부모는 자식도 없이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된 딸을 가엾게 여겨 개가시키려 하였으나, 진 효부는 남편이 떠날 때 노모(老母)를 잘 모시겠다고 승락한 약속을 저버릴 수 없다고 하여 듣지 않고 끝까지 시어머니를 잘 모셨다. 《소학(小學)》 〈선행(善行)〉
與趙子貞 甲申
令子婦墓文中"下從"二字,在所當改,未知間果改刻否? 蓋"下從"之文,雖不詳始出何書,而認爲夫亡從死之名,則人無異辭矣。婦人喪夫者,烈行爲大。今之人徒知下從之烈,不知守節之烈。而元不知下從之烈不如守節, 而養舅姑立嗣承爲盡善之烈。并不知朱子編《小學》之日,首載陳孝婦而一不及於下從者也。是善乎晩隱黃公之言, 曰: "世以烈婦名者多矣。然其中夫死非命,或賊劫非義,于是死則卓哉。如不忍伉儷之情,徒以下從,不復以撫孤立嗣,使夫祀有傳,則只彰其夫好內耳, 亦何懿之有!"【止此】朱子之意,宜亦以是也。夫金石文字,當以其實。令子婦豈不病終於夫亡二旬乎? 雖使下從之烈爲至者,固不敢爽其實而溢其辭,況於未至者乎? 況於令子婦席有"我雖薄命, 願得病愈,順生腹中兒,以承夫後"之言乎? 銘于墓, 所以彰善行。今乃掩其所長,誣書其短,靈而有知,豈不恨於冥冥乎? 不料作文人之若是糊塗。槩以夫亡未久而死爲下從也,抑亦不免俗見。以未至者爲至者,而以此推贊亡者,謂雖非其實,無妨從厚,而却不知反損亡者歟? 是不可知矣。但高明之篤信其人,不覺損害亡婦,而不汲汲於改正者,深可憫憫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