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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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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자정에게 답함(答趙子貞 辛巳)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7

자료ID HIKS_OB_F9002-01-201801.0007.TXT.0026
조자정에게 답함
그대가 어제 전하길, 어떤 사람이 내가 연전에 막내며느리의 질병을 위해서 멀리까지 의원과 약을 구한 것을 조롱하며 "어찌 자식으로 하여금 그 처의 병을 구하게 하지 않고, 60세가 다 된 나이에 유의(儒衣)와 유관(儒冠)을 하고서 풍설을 피하지 않고 도로를 분주히 뛰어다니는가?" 하였다고 했습니다. 나는 이 사람이 일찍이 독서를 했는지 여부는 모르겠습니다. 비록 그렇지만 《논어》에도 "공자가 삼간 것은 재계와 전쟁과 질병이었다."주 73)고 하지 않았습니까. 질병은 사람의 생사가 달려 있는 것이기 때문에 성인이 삼갔던 것입니다. 이제 나이어린 며느리가 괴이한 여러 증세로 죽지 않으면 폐인이 되는 큰 병에 걸렸는데, 시아비가 된 자가 아무 일도 모르는 약관의 어린 자식에게 맡겨서 병을 구하게 하고, 늙었다는 핑계를 대고 스스로 편안하게 집에 있다고 한다면, 성인도 삼가셨다는 가르침을 어겨서 유자가 되지 못할 뿐만이 아니라, 어찌 일찍이 조금의 윤리가 있는 자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유의와 유관을 귀하게 여기는 것은 윤리를 밝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 사람이 윤리를 잊지 아니하고 며느리의 병을 구한 것에 대해 유의와 유관을 한 자의 허물을 삼고 있으니, 어찌 괴이하지 않겠습니까.
옛날에 선사께 가르침을 받았는데, "자식인 된 자가 매번 부친이 병이 있을 때마다 스스로 마음에 두려워하면서 '내가 이번에 반드시 대고(大故)를 당할 것이다.'고 한다면, 의원과 약을 구함에 마음을 다하는 것이 절로 지극하지 않음이 없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이는 천리(天理)와 인정(仁情)을 친절하고 정밀하게 말씀하신 것으로서 만세의 법이 될 만한 것입니다. 자식과 며느리의 아버지와 시아버지의 관계는 그 분수가 비록 낮고 가볍지만 그 윤리는 어찌 다름이 있겠습니까. 아! 하늘로부터 타고는 떳떳한 윤리는 천하가 똑같이 여기는 것입니다. 저 사람이 만약 나의 처지를 당하게 한다면 나도 그 역시 전날에 사람을 조소했던 것을 잊고서 내가 했던 것처럼 할 것이라는 것을 장담합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윤리가 없는 것이니, 내 알 바가 아닙니다. 나는 조소를 해명하여 스스로 선한 자리에 처하고 싶은 것이 나이라 다만 저 사람의 말이 세상에 행해져서 모두가 윤리가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 두렵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언급하는 것입니다.
주석 73)공자가……질병이었다
《논어(論語)》 〈술이(述而)〉에 "공자께서 삼간 것은 재계와 전쟁과 질병이었다.[子之所愼, 齊戰疾]"라고 하였다.
答趙子貞 辛巳
賢弟昨傳: 有人嘲余年前爲末媳病遠求醫藥,而曰: "胡不使子救其妻病,而年將六旬儒衣儒冠,不避風雪,奔走道路爲?" 吾雖未知此人之曾讀書與否,然《論語》不云乎? "子之所愼, 齊、戰、疾。" 疾者,人之死生係焉,故聖人愼之。今於妙齡婦女祟怪證惡非死即廢之大病, 爲其舅者任諸弱冠昧事之子,使救其病,引老自逸晏然在家,則非惟違悖聖人所愼之教而不得爲儒者,豈可謂曾有一分倫理者乎? 所貴乎儒衣冠者,以其明倫理也。彼乃以不忘倫理而救婦之病,爲儒衣冠之累,豈不異哉?
昔承先師之教,有曰: "爲人子者,每當親癠,自悚于心,曰'我今番必遭大故矣',則其所以盡心於醫藥者,自無所不至。" 此言說得天理人情親切精當,可以爲萬世法。子媳之於父舅,分雖卑輕,其倫理則豈有異乎? 噫! 倫理之秉彛,天下之所同。使彼若當我所遭,吾知其亦將忘前日嘲人,而行我所爲矣。如曰不然,則無倫理,非吾所知也。吾非欲鮮嘲而自處善地, 只恐彼說之行世,皆爲無倫之人, 故不得不言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