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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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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자정에게 답함(答趙子貞 戊寅)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7

자료ID HIKS_OB_F9002-01-201801.0007.TXT.0022
조자정에게 답함
어떤 사람이 시(詩)는 반드시 괴롭게 생각한 연후에 아름다운 시구를 얻을 수 있다고 하고, 황모(黃某)의 옷을 깨물며 스스로 뼈를 녹이는 일을 인용하여 말을 하는 자가 있었는데 매우 우스운 일입니다. 무릇 시란 뜻을 말하는 것으로 밖에서 구하여 얻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뜻이 바르면 시 또한 바르고, 뜻이 사특하면 시 또한 사특합니다. 옛날의 삼백편(三百篇) 《시경》은 훌륭합니다. 후세에는 비록 시법(詩法)을 진술하였지만 사특함과 바름을 폐하고 논하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다만 이미 드러난 볼 만한 것을 가지고 말해보겠습니다. 두공부(杜工部 두보(杜甫))의 충의를 숭상하는 뜻이 있어야만 가을빛과 높음을 다투는 시가 있을 수 있으며, 이청련(李靑蓮 이백(李白))의 활달한 뜻이 있어야만 문을 열면 산을 보게 되는 시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뜻이 없는데 시가 있는 자를 나는 보지 못하였습니다. 어찌 억지로 힘써 찾으며 괴롭게 옷을 깨물고 뼈를 녹임에 이르러야 아름다운 시구를 얻을 수 있겠습니까가? 또 시는 음악과 가까운 것입니다. 그러므로 《내칙(內則)》에는 음악을 배우고 시를 읊조리는 것으로 한 때의 일로 삼았고,주 62) 공자는 시에서 흥기하고 음악에서 완성하는 것으로 시작과 끝을 삼았습니다.주 63) 음악은 화락을 위주로 합니다. 그렇다면 시 또한 그 심기가 평화로워 곧바로 자기의 뜻을 표현한 뒤에야 혼연히 저절로 이루어지는 아름다운 시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아무개의 말처럼 반드시 괴롭게 생각하여 옷이 물어뜯기고 뼈가 녹듯이 해야만 한다면 이는 성인이 시교(詩教)를 베푼 것이 바로 사람들로 하여금 마음을 수고롭게 하여 생명을 해치게 하는 것이니, 어찌 이런 이치가 있겠습니까? 그 말은 이치가 없는 것으로 우스울 뿐만 아니라 이치를 해치는 것으로 배척해야 하는 것입니다.
주석 62)내칙(內則)에는……삼았고
《예기(禮記)》 〈내칙(內則)〉에 "13세가 되면 음악을 배우고 시가를 읊으며 작무를 배운다.[十有三年, 學樂誦詩舞勺]"라고 하였다.
주석 63)공자는……삼았습니다
《논어(論語)》 〈태백(泰伯)〉에 "시에서 흥기하고, 예에서 세우고, 음악에서 완성한다.[興於詩, 立於禮, 成於樂]"라고 하였다.
答趙子貞 戊寅
某人之謂詩必苦思然後乃得佳句,而引黃某齧衣自家銷骨事以爲說者,甚可笑也。夫詩言志,而非外求而得者也, 故志正則詩亦正,志邪則詩亦邪。古之三百篇尚矣,後世雖陳詩法, 廢邪正不論。然但以已著之可見者言之,有杜工部忠義之志然後有秋色爭高之詩,有李青蓮豁達之志然後有開門見山之句,無其志而有其詩者,吾未之見也。豈強探力索之苦至於齧衣銷骨而可得佳句乎哉? 且詩近於樂者, 故《內則》以學樂誦詩爲一時事, 孔子以興詩成樂爲始終事。樂是以和爲主者,則詩亦可知其心平氣和,直寫已志而後, 可以得渾然天成之佳句也審矣。如必苦思衣齧骨銷而得之,若某人之言,則是聖人之設詩教也,乃所以使人勞心而戕生也,豈有是理哉? 其言也,非直無理之可笑,亦爲害理之可斥者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