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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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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자정제원에게 답함(答趙子貞濟元 ○戊申)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7

자료ID HIKS_OB_F9002-01-201801.0007.TXT.0016
조자정제원에게 답함
옛날에 주나라 왕실이 쇠락하자 현인군자가 당시의 혼란을 슬퍼하고 풍속의 쇠퇴함을 가슴 아파하여 탄식을 하며 읊조리고 노래하였는데, 공자가 그것을 채집하여 변아(變雅)주 44)에 기재하니, 그 말이 강개하고 깊고 절실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백세 이후에도 감탄케 하였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그것을 변(變)이라고 한 것은 그 시가 슬픔에 지나치게 상심하여 성정의 바름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공자가 세상을 근심한 것은 이것과는 달랐으니, 그 마음이 깊고 절실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말은 일찍이 지나치게 상심한 뜻은 없었고 다만 "도가 행해지고 폐해지는 것은 명(命)이다"주 45), "봉황이 이르지 않고 황하에서 하도(河圖) 나오지 않으니, 나는 그만인가보다."주 46), "옛날에 백성에게 삼질(三疾)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것마저 없구나."주 47)라고 했을 뿐입니다. 이것은 성정의 바름을 얻고 근심한 것이 깊고 절실한 것이니, 또한 강개한 사람이 능히 미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보내주신 편지의 어투를 가만히 살펴보면 주의(周意)의 뜻에는 거의 가깝다고 말할 수 있지만, 공자의 말씀하는 법도에는 진실로 쉽게 말하지 못할 것이 있으니, 이 뜻을 알지 않으면 안 됩니다. 대체로 세상이 완전한 음(陰)의 시대로 들어가게 되면, 비록 성인이더라도 또한 어찌할 수 없습니다. 다만 우리의 도를 지켜서 양(陽)이 회복되는 날을 기다릴 뿐이지, 반드시 발을 동동거리며 무익한 염려를 하고 떠들썩하게 쓸모없는 분노를 발하여 도리어 서로 얽매이는 병폐를 만들어 내면을 수양하는 공부를 손상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주석 44)변아(變雅)
〈시경집전서(詩經集傳序)〉를 참조하면, 변아는 《시경》 의 소아(小雅), 대아(大雅)를 일컫는 정아(正雅)에 상대되는 개념으로, 대개 주나라가 쇠퇴하여 정치가 문란했던 시대를 반영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소아는 〈녹명(鹿鳴)〉부터 〈청청자아(菁菁者莪)〉까지를 정소아(正小雅), 〈유월(六月)〉부터 〈하초불황(何草不黃)〉까지를 변소아(變小雅)라고 하고, 대아는 〈문왕(文王)〉부터 〈권아(卷阿)〉까지를 정대아(正大雅), 〈민로(民勞)〉부터 〈소민(召旻)〉까지를 변대아(變大雅)라고 한다.
주석 45)도가……명이다
《논어(論語)》 〈헌문(憲問))〉에 "도(道)가 장차 행해지는 것도 명(命)이며 도(道)가 장차 폐해지는 것도 명(命)이니, 공백료(公伯寮)가 그 명(命)에 어떻게 하겠는가.[道之將行也與도 命也며 道之將廢也與도 命也니 公伯寮其如命何]."라고 말하였다.
주석 46)봉황이……그만인가보다
《논어(論語)》 〈자한(子罕)〉에 보인다.
주석 47)옛날에……없구나
삼질 즉 세 가지 병통은 광(狂)ㆍ긍(矜)ㆍ우(愚)를 말하는데, 《논어(論語)》 〈양화(陽貨)〉에 보인다.
答趙子貞濟元 ○戊申
昔周室之衰,賢人君子憫時世之亂亡,病風俗之頹敗,發於咨嗟,登之咏歌,而夫子采之,載於變雅,其言慷慨深切,使人感歎於百世之下。然猶謂之變者,以其過傷於哀而不得性情之正也。若夫子之憂世,則異於是,其心非不深切也,其言未嘗有過傷之意,只曰"道之行廢,命也","鳳鳥不至,河不出圖,吾已矣夫","古者民有三疾,今也或是之亡也"。此其得性情之正,而憂慮之深切,又有非慷慨之人所能及者也。竊觀來書詞氣,其於周意之意,則可謂庶幾焉,而於夫子詞氣之法,則誠有未易言者,此意不可不知也。蓋世入窮陰之時,雖聖人亦無如之何矣。只得守吾之道,以俟陽復之日,不必憧憧然致無益之慮,呶呶然發無用之憤,反成係累之病,而損了向裡之工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