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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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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수경에게 답함(答朴受卿 己酉)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7

자료ID HIKS_OB_F9002-01-201801.0007.TXT.0006
박수경에게 답함
오늘 아침은 새해의 첫 번째 길일입니다. 하늘에는 삼양(三陽)이 회태하여주 25) 만물이 새롭게 바뀌는 때이고, 나라에는 인정(仁政)을 베풀어 그 명을 새롭게 하는 때이니, 인사에 있어서도 어찌 과실을 뉘우치고 반성하여 그 덕을 스스로 새롭게 하는 기회가 아니겠습니까? 형은 평소에 감백(甘白)의 자질로 화채(和采)의 수식을 더하여주 26) 문학과 행실을 겸비하고 명성과 실지가 모두 융성하여 사우(士友)의 기대가 참으로 작지 않습니다. 이번에 실수한 바는 평소의 말하고 행동하는 것과 매우 달랐으니, 이에 연성(連城)의 백옥주 27)에 하나의 하자가 있게 되었습니다. 완전한 덕을 갖춘 사람이 아니면 실수가 없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재아(宰我)는 공자 문하의 십철(十哲)이면서도 오히려 상기(喪期)를 단축하고 취렴(聚斂)하는 실수가 있었으니,주 28) 하물며 나머지 사람들이야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그러나 우리들의 스스로 수행하는 도리에 있어서는 이것에 핑계를 대고서 해될 것이 없다고 해서는 안 됩니다. 다만 통렬히 옛 과실을 징계하여 새로운 덕으로 옮겨가도록 해야 합니다.
형의 편지를 보니, 후회하는 말이 마음속에서 우러나왔으니 스스로 반성하는 도를 얻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상심하고 기운이 꺾인 뜻이 많고, 힘써 닦아서 옮겨서 나아가려는 기운이 적으니, 이것은 타당하지 못한 것입니다. 또한 형의 실수는 형의 연고로 그런 것이 아니고 부친의 명을 감히 어길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도로써 부친을 깨우칠 수 없어서 부친의 명령을 따르는 효도를 면치 못하였으니, 이것이 실수를 한 까닭입니다. 그런데 장차 이것에 얽매어 부끄러워하고 한탄만 하다가 마침내 나아가지 못하고 그칠 뿐이겠습니까? 아니면 장차 더욱 다리 힘을 씩씩하게 하여 무거운 짐을 지고 멀리 간 뒤에 그치겠습니까. 원컨대 형은 하늘의 해에 맹세하고 백배로 힘을 써서 스스로 그 덕을 새롭게 하여 옛날의 허물을 능히 고친다면, 동우(東隅)에서 잃은 것을 장차 상유(桑楡)에서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주 29) 힘쓰고 힘쓰기 바랍니다.
주석 25)삼양(三陽)이 회태(回泰)하여
신년(新年)을 축하하는 말이다. 10월의 순음(純陰)에서 한 달이 지날 때마다 양효(陽爻)가 하나씩 살아나서, 1월이 되면 양효가 셋이 생겨 태괘(泰卦)가 되는데, 이는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며 음(陰)이 소멸하고 양(陽)이 신장(伸長)하여, 길형(吉亨)의 상(象)이 있다. 그러므로 신년을 축하하는 말로 쓰인다.
주석 26)감백(甘白)의……더하여
충신(忠信)한 자질로 예의를 익혔음을 말한다. 《예기(禮記)》 〈예기(禮器)〉에 "단맛은 모든 맛의 근본이라서 백미(百味)를 조화시키고, 흰색은 모든 색의 근본이라서 어떤 채색이나 받아들인다. 이와 마찬가지로 오직 충신한 사람이라야 예를 배울 수 있는 것이다.[甘受和, 白受采, 忠信之人, 可以學禮]"라고 하였다.
주석 27)연성(連城)의 백옥
값이 성(城) 몇 개와 대등한 옥이란 말이다. 전국 시대에 조(趙) 나라 혜문왕(惠文王)이 화씨벽(和氏璧)을 구하여 얻었는데, 진(秦) 나라 소왕(昭王)이 듣고서 조왕(趙王)에게 사람을 보내어 열다섯 성과 바꾸기를 청했었다. 《사기(史記)》 〈염파인상여열전(廉頗閵相如列傳)〉에 내용이 보인다.
주석 28)재아(宰我)는……있었으니
《논어(論語)》 〈양화(陽貨)〉에, 재아가 어버이의 복을 1년만 입기를 청하자 공자가 책망하며 "자식이 태어나서 3년이 지난 뒤에야 부모의 품을 벗어나게 된다. 삼년상은 온천하의 공통된 상이다.(子生三年然後, 免於父母之懷, 夫三年之喪, 天下之通喪也.)"라고 하였다. 《논어(論語)》 〈선진(先進)〉 "계씨가 주공보다 부유하였는데도 염구가 그를 위해 세금을 많이 거두어 재산을 늘려 주었다.[季氏富於周公, 而求也爲之聚斂而附益之]"라고 하였다.
주석 29)동우(東隅)에서……것입니다
《후한서(後漢書)》 〈풍이열전(馮異列傳)〉에 "동우에서 잃었으나 상유에서 수습한다.(失之東隅, 收之桑楡.)"라고 하였다. 동우(東隅)는 동쪽 해가 뜨는 곳이니 젊은 시절을 말하고, 상유(桑楡)는 서방 해가 지는 곳으로 만년(晩年)을 비유한다.
答朴受卿 己酉
今朝新年第一吉日也。在天則爲三陽回泰,萬物賁新之時; 在邦國則爲發政施仁,維新其命之會; 其在人事,豈不爲悔過修省自新厥德之機耶? 兄素以甘白之質,加以和采之飾,文行兼備,名實俱隆,士友之期待,實非淺淺地也。今此所失,殊異乎平日之云爲,於是乎連城之璧,有一點之瑕矣。人非成德,不能無失。故宰我以孔門之十哲,尚有短喪聚斂之失,况餘人乎? 然在吾人自修之道,則不可諉之於此而以爲無傷,只當痛懲舊過,以遷新德可也。
竊觀兄書 怨艾之辭,出於肺肝,可謂得自修之道矣。但隕廓沮喪之意多,淬礪遷進之氣少,此不當然也。且兄之所失,非兄之故,出於親命之不敢違也。不能喻父於道,而未免從親令之孝,此其所以爲失也。其將坐此而羞愧憂歡,遂止不進而已乎? 其將益壯脚力,任重致遠而後已乎? 願兄指天誓日,百倍用功,使自新之德,能改舊愆,則東隅之失,將復有桑榆之收矣。勉旃勉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