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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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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윤명에게 보냄(與鞠潤明 丙子)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6

자료ID HIKS_OB_F9002-01-201801.0006.TXT.0034
국윤명에게 보냄
요즘 세상 풍조의 위급함이 날마다 더욱 긴박해지고 있어서 사방에서 들리는 소식에 아침저녁으로 마음이 놀라니, 요컨대 목숨과 머리카락을 보전할 날이 얼마 되지 않음을 알겠습니다. 이 얼마 안 되는 날이 비록 지극히 짧고 촉박하더라도 일찍이 채허재(蔡虛齋 채청)의 말을 들으니, "철인은 하루로도 만세의 공업을 이룰 수 있다." 했는데, 하물며 지금 남은 날이 또한 하루보다는 거의 많을 뿐만이 아님에 있어서이겠습니까? 만약 그럭저럭 목숨이나 부지하며 지낸다고 한다면 비록 3만 6천 날이 있더라도 또한 거북이나 뱀처럼 수명을 연장하는 것에 불과할 따름이니 어찌 귀하겠습니까? 우리들은 남은 날이 많지 않음을 근심할 것이 아니라 다만 본사(本事)가 허술한데 그럭저럭 세월만 보내며 아무런 주장도 하지 않아 이 생을 잘못 사는 것을 근심할 뿐입니다. 음성 오진영의 무리는 때를 타고서 나날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우리 당은 세를 잃고서 시시각각 더욱 쇠잔해지고 있으니, 전에 스스로 정정당당하다 했던 자들이 이제는 문득 모두 얼굴을 바꾸고 자취를 더럽히며 기꺼이 저들과 영합하고 있습니다. 이를 그만두지 않는다면 선사의 도가 박멸되고 잠식되어 다 없어지지 않는 것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이것이 바로 우리들이 일각이라도 허술하게 그럭저럭 세월을 보낼 수 없는 것입니다. 만약 이 일을 끝내 처리하여 결론짓지 못한다면 비록 세상을 덮을만한 공업과 세대를 뛰어넘는 아름다운 행적일지라도 다만 지류와 말단일 뿐입니다. 도리의 근원과 본령이 잘못되어 이미 멀리 와버려서 거리로 계산할 수도 없으니, 항상 벗을 잃고 홀로 고루하게 지내 아무런 계책을 세울 수 없음을 한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동지를 얻어 이 도를 강론하여 밝힐 것을 생각하지만 막막한 천지에 누가 그런 사람이겠습니까?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집사일 것입니다. 집사는 뜻이 깨끗하고 행실이 후덕하여 오래도록 다른 사람의 흠모를 받아왔습니다. 매번 부는 바람을 맞으며 집사를 그리워하였으니,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거니, 어느 날인들 잊으리오![何日忘之]"라는 시구주 65)가 바로 제 마음입니다. 저 같은 사람은 금일 이후로 더욱 재주 없고 무능하고 졸렬하여 큰일을 하기에 부족하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으니, 왜이겠습니까? 평생 오랜 친지들로 은혜와 예로써 서로 교제했던 사람들이 갑자기 모두 반기를 들고 원수가 되었으니, 만약 형편없는 사람이 아니라면 어찌 이에 이를 줄을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본래가 기꺼이 받아들이고 감히 원망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일이 사문과 관련이 되어 처음부터 형편없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허물하여 물러나서는 안 되었을 뿐이니, 이는 스승에게 받은 은혜주 66)가 벗어날 수 없는 고충주 67)보다 많기 때문입니다. 오호라, 그 고충이 이와 같은 줄을 그 누가 알겠습니까? 지금 이것을 스스로 말하자니 비록 집사의 넓은 아량이 수용해주고 높은 지혜가 살펴주어 드러내주실 것을 믿지만 스스로 용렬함을 돌아봄에 부끄러움을 느낄 따름입니다. 가만히 들으니 군자는 덕으로 사람을 사랑한다고 합니다. 저는 비록 군자는 아니지만 집사는 진실로 아름다움을 증진시킬 수 있는 분이니, 제가 진실로 조금이나마 아는 것이 있어 집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덕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은 또한 장차 남에게 뒤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 때문에 하루가 만 년 같다는 말로 받들어 올리니 이미 잘 알고 있는 일이라고 하지 마시고 다시 마음을 써 주시기를 바랍니다. 도리의 근원과 본령이 더욱 드러나 밝혀지고 일처리가 결론이 나는 효험도 장차 차례대로 드러난다면, 이것은 다만 집사에게만 다행이 아니라 참으로 사문의 다행일 것입니다.
주석 65)마음속에 … 시구
《시경(詩經)》 〈습상(隰桑)〉의 마지막 구절에 나오는 구절로, 이 시는 군자를 만난 즐거움을 노래한 시이다.
주석 66)스승에게 받은 은혜
원문의 '갈류(葛虆)'는 칡덩굴로, 은혜 받음을 의미한다.《시경(詩經)》 〈주남(周南) 규목(樛木)〉은 후비의 은덕에 감복한 후궁들이 지은 시로, "남산 아래로 굽어 늘어진 나뭇가지 있으니, 칡덩굴이 얽히었네. 즐거우신 군자는 복록에 편안하도다.[南有樛木 葛虆纍之 樂只君子 福履綏之]"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주석 67)벗어날 수 없는 고충
원문의 '목출이구해(沐漆而求解)'는 '옻으로 머리를 감으면서 펴려고 한다'는 뜻으로 《고문진보후집(古文眞寶後集)》 〈송진소장서(送秦少章序)〉에 나오는 말이다. 어딘가에 매어 있어 벗어날 수 없는 상태를 말할 때 쓰인다.
與鞠潤明 丙子
見今世風之急, 日復日迫。 四方所聞, 朝暮驚心。 要知命與髪保知有幾日。 此有幾日, 雖極短促, 而嘗聞蔡虛齋之言曰: "哲人能以一日, 作萬世之業。" 況今有日, 又不止幾多一日者乎? 若曰"悠悠泛泛", 雖有日三萬六千, 亦不過龜蛇之引年耳, 曷足貴哉? 吾儕不患餘日無多, 只患本事之虛踈, 悠悠泛泛漫無主張, 以失此生耳。 陰徒乘時, 日以益熾, 吾黨失勢, 時以愈殘。 蓋向之自謂行行堂堂者, 而今輒皆換面汙跡, 樂與之合, 若此不已, 先師之道, 幾何不撲滅晦蝕而且盡乎? 此正吾輩片刻不可虛踈悠泛者也。 若使此事而終無區處著落, 則雖蓋世功業絶代懿行, 只是支流餘裔耳。 道理源頭本領, 失之已遠, 不可以道里計也。 常恨索處孤陋無以爲計, 思得同志講明是道, 茫茫天地, 誰歟其人? 如有其人, 則必執事也。 執事志潔行厚, 久爲人欽, 每臨風想望, '中心藏之, 何日忘之'者, 是也。 如澤述者, 今以後, 益以自知不才無能鄙劣不足以有爲也。 何者? 平生久要恩禮相接者, 輒皆反旗, 便成仇讐, 若非無狀, 豈意致此? 本合甘受, 不敢爲尤, 但以事關師門, 初不當以無狀自引而已者。 是庸葛虆甚於沐漆而求解也? 鳴呼! 孰知其苦衷有如此者乎? 今此自言, 雖恃執事之弘量有以容之高明有以察之而發, 自顧劣下, 旋覺慚愧耳。 竊聞"君子愛人以德", 澤述雖非君子乎, 而執事則實有可增美者。 澤述苟有一知半解之可以有助於執事者, 則愛德之心, 亦將不後於人。 所以以一日萬世之說奉獻, 勿謂已見之昭陵, 而更加之意焉。 源頭本領之道理, 益以著明, 而區處著落之效, 亦將次第而見矣。 此非獨爲執事之幸, 實師門之幸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