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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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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신헌에게 답함(答李愼軒 辛未)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6

자료ID HIKS_OB_F9002-01-201801.0006.TXT.0011
이신헌에게 답함
학술의 오류는 그 지극한 폐단을 말하면 맹자가 양주(楊朱)와 묵적(墨翟)에 대해 아버지도 없고 임금도 없다주 12)고 말하기까지 하였으니, 허무와 선학은 그 궁극에 어느 곳인들 이르지 않겠습니까? 어른의 편지에서 이른바 "다만 대의와 관계된 바가 아닌가?" 하신 것은 참으로 지당하니, 다만 그 실마리가 처음부터 다른 것입니다. 그러나 단지 근세 리학(理學)의 근원처럼 견해 차이일 뿐 일반적으로 행패를 부리고 폐를 끼치는 등의 미워할 만한 점이 없다면 어찌 미리 그 사람을 대의로 판단하여 배척할 수 있겠습니까? 양주와 묵적의 오류를 정자가 오히려 보통사람을 뛰어넘는 행위라고 했습니다. 하물며 노자의 청수(淸修)와 육상산의 독실함은 현인을 업신여긴 자와 같은 사안으로 볼 수 없는 것이 비교적 분명함에 있어서이겠습니까? 어른이 자신하는 데에 독실하여 현인을 업신여긴 자도 공경할 만하다고 말함에 이르렀으니, 지나칩니다. 공자가 말하기를, "성인을 비난하는 자는 법도가 없다."주 13)했습니다. 현인은 성인의 형체를 미세하게 갖추고 있으니, 현인을 업신여기는 것은 또한 어찌 법도가 없는 것의 다음을 범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것을 가지고 헤아려보면 공경할 만하다는 의론은 진실로 바꿀 수 없는 정론이 되지 못하고, 일반적인 예를 지나치게 따르는 것도 또한 베푸는 것이 타당한지 모르겠습니다.
주석 12)맹자가……없다
《맹자(孟子)》 〈등문공 상(滕文公上)〉에 "양씨(楊氏)는 자신만을 위하니 이는 군주가 없는 것이요, 묵씨(墨氏)는 똑같이 사랑하니 이는 아버지가 없는 것이니, 아버지가 없고 군주가 없으면 이는 금수(禽獸)이다.[楊氏爲我, 是無君也, 墨氏兼愛, 是無父也. 無父無君是禽獸也]"라고 하였다.
주석 13)성인을……없다
《효경(孝經)》 〈오형장(五刑章)〉에 나오는 말이다.
答李愼軒 辛未
學術差繆, 言其極獘, 則孟子至謂楊墨爲無父無君, 虛無禪學, 其究也, 亦何所不至? 尊喩所謂"獨非大義所關乎"者, 誠爲至當, 但其端之始異也。 只如近世理學源頭之差見而已, 未見有一般行悖貽獘之可惡也, 則惡得以預斷其人以大義而斥之乎? 楊墨之差, 程子尚謂過人之行, 況於老氏之清修, 象山之篤實也, 其不可與侮賢者同科也, 較明矣, 而丈篤於自信, 至發侮賢者亦可敬之言, 則過矣。 孔子曰: "非聖者, 無法。" 賢者, 聖之體微也, 侮賢者, 亦豈不得爲無法之次犯乎? 執此而揆之, 可敬之論, 固未爲不可易者, 而過從常禮, 亦未知施得其當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