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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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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위헌익유에게 보냄(與洪韋軒翼裕 ○戊寅)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6

자료ID HIKS_OB_F9002-01-201801.0006.TXT.0003
홍위헌익유에게 보냄
옛날 을묘년(1915) 겨울 계화도(繼華島)에 있던 날에 존안(尊顔)을 뵈어 세상의 의리를 강론하고 이별하며 글을 지어 주신 일이 어제 일처럼 뚜렷한데, 손가락을 꼽아 세어보니 세월이 벌써 24년이 되었습니다. 존자의 선친 겸와옹(謙窩翁) 어른이 임인년(1902)에 교남(嶠南 영남)으로 돌아가는 길에 우리 선친 벽봉공(碧峰公)을 방문하여 한 번 만남에 오랜 친구 같아서 선장(先丈)과 선친이 대화 중에 교분을 맺는 맹세가 있었습니다. 선친이 선장에게 준 시(詩)에 '지기(知己)'라는 글귀가 있었으니, 이를 보면 두 분이 흉금으로 기약한 감개가 깊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계화도에 있었을 때에 이미 집사와 나눈 말인데 집사께서 지금 기억하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벗들과 함께 지내는 날부터 평소에 한 생각이 일찍이 집사에게 있지 않은 적이 없었으니, 집사는 겸옹의 아들이고 겸옹은 선친의 친구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세상이 크게 변한 끝에 도로가 많이 막히고 스승이 돌아가신 뒤로주 4) 만날 기회가 없었던 것은 형세라 어찌할 수 없으나 아울러 편지마저도 통하지 못하여 아프다고 하더라도 아무 관심이 없었던 것은 실로 저의 허물입니다. 근래에 사문 천하운(千河運)이 방문하여 집사께서 지난 몇 해 모든 것이 편안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참으로 위로되는 마음 이길 수 없었습니다. 또 경소(敬所 임경소(林敬所))의 문집을 간행하여 길이 전해지도록 했다는 소식을 들었으니 의리를 좋아하는 마음을 더욱 우러르게 되었습니다. 다만 경소의 문집을 나누어 배송하여 온 나라에 두루 했는데 유독 저만 빠졌으니, 전날 강론했던 우의는 아마도 기억하지 못하시는가봅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 사람이 요즘 사문의 일로 음성 오진영 무리들에게 미움을 받고 있기 때문에 성인이 "반드시 살펴야 한다." 하신 교훈주 5)을 소홀히 하셔서 갑자기 절교 당함을 면하지 못한 것일까요? 이로 보나 저로 보나 부끄러워 말을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한 가지 우러러 여쭐 것은 오직 겸와옹과 벽봉공 두 분의 당시의 친분을 생각하시는가 일 뿐입니다. 만일 끝까지 저를 버리지 않으신다면 부디 답장을 해 주시겠는지요?
주석 4)스승이 돌아가신 뒤로
원문의 '산퇴(山頹)'는 태산(泰山)이 무너졌다는 뜻으로 스승이나 철인의 죽음을 이른다. 공자가 자신이 별세할 꿈을 꾸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 뒷짐을 지고 지팡이를 짚은 채 노래하기를 "태산이 무너지고 대들보가 쓰러지니 철인도 시드는구나.[泰山其頹乎, 梁木其壞乎, 哲人其萎乎.]"라고 노래하였는데, 그 후 7일 동안 병들어 누웠다가 돌아가신 데서 유래하였다.
주석 5)성인이……교훈
《논어(論語)》 〈위령공(衛靈公)〉에 "뭇 사람들이 그를 미워하더라도 반드시 살피고 뭇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더라도 반드시 살피라.[衆惡之, 必察焉, 衆好之, 必察焉]"라고 한 것을 가리키는데, 이를 인용하여 상대가 혹시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 말만 듣고 절교한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뜻을 보인 것이다.
與洪韋軒翼裕 ○戊寅
昔在乙卯冬, 華島之日, 得拜尊顏, 講世誼, 贈別章, 歷歷如昨日事, 而屈指星霜, 忽忽爲二十四周。 尊先丈謙窩翁, 壬寅歲, 嶠南歸路, 訪鄙先人碧峰公, 一靣如舊, 先丈與先人語有定交之誓。 先人贈先丈詩, 有知己之句, 觀此, 可以知兩翁襟期之所感者深矣。 此在華島日, 已說與執事者, 而未知執事今能記存否。 鄙生則自盍簪以後, 居常一念, 未嘗不在於執事者, 以執事之爲謙翁子, 而謙翁之爲先人友故也。 然滄桑之餘, 道路多梗, 山頹之後, 會合無梯, 勢也無柰。 而并與魚鴈而不通, 痛痒而無關者, 實澤述之咎也。 近得千斯文河運委訪, 以知執事年來諸節之安, 則固已慰不自勝。 又聞印敬所稿而壽傳, 則好義之心, 尤可仰也。 但敬稿分送, 殆遍國中, 而獨漏鄙生, 則前日所講之誼, 意其不能記存矣。 不然, 此漢方以師門事, 爲陰衆所惡, 故不免忽於聖人必察之訓, 而遽爾絶之耶? 以此以彼, 慙無以爲言, 猶一仰問者, 亦惟以謙碧兩翁當日之故爾, 如終不棄, 幸賜巍覆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