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렉토리열람
  • 디렉토리열람
  • 유형분류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6
  • 족숙 의재낙청에게 보냄(與毅齋族叔洛清 ○乙丑)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6

자료ID HIKS_OB_F9002-01-201801.0006.TXT.0002
족숙 의재낙청에게 보냄
조카 인(麟)은 뜻이 이미 학문을 지향하고 재주 역시 우둔하지 않은데다 부지런히 책을 읽는 것에 있어서는 사원 전체의 많은 인원 중에서 최고입니다. 돌아보건대 지금 청년들이 금수와 같은 때에 이와 같은 인재를 얻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니, 잘 가르치면 훌륭한 그릇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곳에 와서 며칠 만에 자못 문리가 진전되어 처음 타오르기 시작한 불과 같고 막 솟아 흐르기 시작한 샘과 같음을 보았습니다. 부채질하여 잘 타오르게 하고 깊이 파서 이끌어 준다면 들판을 태우고 바다에 도달하는 것을 끝내 기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정에서의 교육이 비록 의리가 엄하다 할지라도 문을 닫고 홀로 배운다면 끝내 벗을 떠나 홀로 지내는 근심주 3)을 면하지 못할 것이니, 졸졸 흐르고 토닥토닥 타오른들 어떻게 성대해지고 장구해지는 것을 보장할 수 있겠습니까? 소년의 학문은 야인이 농사짓는 것과 같으니 한번 때를 잃으면 다시 따라갈 수 없습니다. 지금 조카의 학문이 이른 단계는 농부가 씨를 뿌리고 김을 매는 단계입니다. 야인이 씨를 뿌리고 김을 매는데 있어 비용이 넉넉하지 않으면 동서로 달려가 빌려서 이르지 않는 곳이 없게 해야 가을의 수확하는 시기에 그 이익이 열 배가 되는 것입니다. 하물며 현명한 자손이 학문을 많이 한 이익은 백 배가 되는 데이겠습니까? 부디 한때의 얽매임 때문에 어렵게 여기지 마시고 반드시 복과 이익을 장구하게 한다고 생각하여 빨리 행장을 꾸려 보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저처럼 학문이 얕고 누추한 사람은 이미 다른 사람을 성취시켜주는 지혜가 있지 않으니, 번거롭게도 이렇게 누누이 말하는 것이 진실로 매우 염치가 없습니다만 족친 간에는 틈이 없기 때문에 혐의로 여기지 않습니다. 또 스스로 생각할 때 조카의 스승이 되는 것은 혹여 해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일가는 국초(國初) 이래로부터 대대로 문학으로 행세하여 그 훌륭함이 나라에 알려져 오늘에 이르기까지 남은 명성이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노성한 몇 분이 세상을 떠난 후로 그 뒤를 잇는 젊은 사람이 없으니, 어찌 쓸쓸하고 적막하지 않겠습니까? 조카와 같은 자는 가망이 있는 자입니다. 그런 적임자를 잘 길러서 성취시키지 않는다면 한 집안에게만 복과 이익이 아닐 뿐만 아니라 또한 온 친족에게도 빛과 윤택이 없어지게 하는 것이니, 깊이 헤아려 주시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주석 3)벗을……근심
원문의 '이삭(離索)'은 '이군삭거(離群索居)'를 줄여서 한 말로, 자하(子夏)가 "내가 벗을 떠나 쓸쓸히 홀로 지낸 지가 오래이다.[吾離群而索居, 亦已久矣]"라고 한 데서 유래하였다. 《예기(禮記)》 〈단궁(檀弓)〉
與毅齋族叔洛清 ○乙丑
麟姪, 志旣向學, 才亦不鈍, 至於勤讀一節, 全社衆員之最。 顧今靑年禽犢之日, 得如此材, 亦非易事。 善敎之, 可成好箇器物。 來此幾日, 頗見文理進就, 若火始然泉始達, 噓煽之浚導之, 燎原放海之, 終可期也。 家庭之敎, 雖云義嚴, 杜門獨學, 終不免離索之憂, 則涓涓燄燄, 何以保其盛且長也? 夫少年之學, 若野人之於農, 一失其時, 更不可追。 今此姪所至, 乃農家種耘之際也。 野人之於種耘, 費用不給, 則東借西貸, 無所不至, 以有秋之日其利十倍也, 況賢子孫富學之利, 乃百倍者乎? 幸勿以一時拘掣爲難, 須以永長福益爲念, 速爲治裝起送, 如何? 顧茲淺陋, 旣未有成物之智, 則煩此縷縷, 誠甚沒廉, 但在族親無間也, 故不以爲嫌。 且自念爲渠師, 則或可能焉爾。 吾宗自國初來, 世世以文行, 彬彬聞邦國, 迄于今餘韻未已。 然老成幾箇人去後, 無年少者繼之, 則豈不落莫? 若此姪, 則可望者, 其人焉, 不有以培養成就之, 非惟一家之非福益, 亦全族之沒色澤, 并有以深諒千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