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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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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위재병주에게 답함(答金危齋炳周 ○癸亥)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6

자료ID HIKS_OB_F9002-01-201801.0006.TXT.0001
김위재병주에게 답함
부모가 돌아가심에 형제같다는 말씀은 천리(天理)와 인정(人情)을 대단히 극진하게 말한 것이라 사람으로 하여금 감격하여 거의 눈물을 흘리게 합니다. 아! 한번 벗을 사귀는 도가 사라진 뒤로 간절하고 자상하게 권면하는주 1) 풍조를 볼만한 곳이 없게 되었는데, 오직 어른이 세태를 뛰어넘어 이처럼 진실하고 간절한 가르침을 주시니, 경건한 마음으로 공경히 받든 나머지 또한 이런 의리를 널리 전달하여 동문제자의 마음속에 골고루 전하고 싶습니다. 뛰어난 재주와 두터운 덕이라고 장려하신 것은 어찌하여 걸맞지 않음이 이에 이르렀습니까? 만약 한두 가지 취할 만 점이 있는데 군자가 사람을 칭찬하여 시험해보려는 뜻에서 나와 곧바로 편지에 써서 드러내 칭찬한다면 어찌 오만한 마음을 열어주어 진덕수업(進德修業)주 2)에 방해가 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다만 이것은 곧 형제로 보지 않는 것입니다만 혹여 세상의 풍조에 관계가 된다는 것을 어른께서는 혹 생각하지 않으셨습니까? 무릇 이런 일은 반드시 서로 도와서 강론하고 익힌 후에 성취됩니다. 그러므로 "학문은 반드시 강론한 이후에 밝아진다." 했고, 또 "벗을 기다리지 않고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했으니, 하물며 이제 스승이 돌아가신 뒤이겠습니까? 이후로는 편지로든 만나서든 장점을 인정하지 말고 오직 단점을 책망하여 하나의 깨진 기물(器物)이 되지 않도록 해 주기를 지극히 바랍니다. 저는 스승을 20년간 따랐지만 텅텅 비어 하나도 터득한 것이 없습니다. 정말로 강가에 집을 지었으나 목말라 죽는 처지라 할 수 있으니, 어찌 충분한 국량이라 일컬으며 발휘하는데 감히 참여하겠습니까? 비록 그러할지라도 이미 보살펴주시고 아껴주심을 입었으니, 가르침을 받을 때에 질정하고 의문 나는 것이 있으면 감히 터득한 하나의 견해를 드려서 태양 아래의 등불 같은 미력이나마 돕지 않겠습니까?
주석 1)절시(切偲)
《논어(論語)》 〈자로(子路)〉에 "간절하고 자상하며 화락하면 선비라 부를 만하다.[切切偲偲, 怡怡如也, 可謂士矣.]"라고 한 데서 나온 말로, '절절시시'를 줄인 말이다. '절절시시'는 붕우에게 간절하고 자상하게 권면하는 것을 말하고 '이이여야'는 형제에게 화락하게 대하는 것을 말한다.
주석 2)진덕수업(進德修業)
《역경(易經)》의 건괘(乾卦) 문언(文言)에 "군자는 덕에 나아가고 업(業)을 닦는다. 충신은 진덕하는 방법이요, 말을 닦아서 그 정성을 세움은 업에 거하는 방법이다.[君子進德修業, 忠信所以進德也, 修辭立其誠, 所以居業也]" 하였다.
答金危齋炳周 ○癸亥
親沒兄弟之喩, 說到天理人情十分盡頭, 令人感激, 幾乎淚下。 噫, 一自友道之喪, 切偲之風, 無地可見。 惟丈超出世習, 有此眞切之敎, 虔心祗奉之餘, 亦願廣將此義, 均播於同門諸子心田中也。 才儁德厚之獎, 胡不稱之至此? 如使有一二可取, 而出於君子譽人有試之意, 直於書尺顯揚, 豈不啓侈心而妨進修乎? 只此便是不以兄弟視, 而或涉世風也。 丈或未之思歟? 大抵此事, 必待麗澤講習而後就。 故曰: "學必講而後明。" 又曰: "未有不須友而成者。" 而況今日山頹之後乎? 自後書面, 毋長之是與, 惟短之是攻, 俾不作一箇破器物, 至仰。 澤述從師二十年, 空空無一得, 眞所謂家河而渴死者, 何充量之是稱, 而發揮之敢與哉? 雖然, 旣荷眷愛, 承誨之際, 有可質疑者, 敢不效一得之見而助日下之燈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