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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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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재 전장에게 답함(答靜齋田丈 癸酉)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5

자료ID HIKS_OB_F9002-01-201801.0005.TXT.0063
정재 전장에게 답함
현동의 묘에 석물이 없다는 것은 진실로 편지에서 한탄한 바와 같습니다. 그러나 삼백 원의 돈이 진실로 모으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모으기 어려운 것은 의론입니다. 이제 사인(士仁)이 이장하고자 하고 순형(舜衡)이 힘을 쓰고 있으니, 비록 정성과 힘이 있는 자라도 누가 이 일에 기꺼이 참여하여 돈만 쓰고 구설을 초래하려고 하겠습니까? 기이하도다! 한쪽 사람의 무함으로 선사의 평생 절의가 사라진 마당에 동문의 그 많은 재물로 고용한 사람들이 손을 댄 난본(亂本)을 간행하면서 유어비어와 이간하는 말로 스승 집안 형제들의 불화를 초래하는 바람에 장사지내는 날 즉시 갖출 수 있었던 석물을 십여 년이나 오래도록 까마득하게 하였으니, 그 마음이 잔인합니다. 용동에서 간행한 일에 이르러서는 또한 어찌하여 그렇게 한 것입니까? 우리 어른이 그 일에 참여한 것은 지금에 이르러 뒤늦은 후회가 있지 않으십니까? 시세와 의리로 헤아려 보건대, 이장은 해서는 안 됩니다. 만약 사인이 마음을 돌리기만 한다면 석물의 비용을 마련하고 운용하는 것은 사람이 없을까 근심할 것이 없습니다. 부디 정성을 들여 사인의 마음을 돌려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음성의 오진영이 한창 스승을 무함할 때에 사인이 그들 편이 되었던 것은 사실 한때 미혹된 것입니다. 몇 년 전에 함재 어른을 찾아가 전날의 잘못을 사죄하고, 제 동생을 찾아와 저에게 그러한 뜻을 전하고 갔습니다. 사람이 이미 잘못을 깨달으면 마땅히 이전의 허물을 추궁하지 말고 합심하여 뒷일을 도모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듣건대 올가을 선사의 기일에 임참봉(任參奉)이 우리 어른의 허물 때문에 제사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된 것은 진실로 자식의 도리가 편안하지 않기 때문이고, 또한 조카와 화합하지 못하는 뜻을 보였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율곡이 말하기를, "한 집안 사람이 불화하는 것은 다만 성의를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주 188) 했으니, 이 말을 생각해 볼만 합니다. 비록 그러나 제 견해로 헤아려 본다면 우리 어른이 선대의 일을 성취하지 못함을 한스러워 하는 것으로 석물보다 더 급한 게 있습니다. 가장(家狀)과 연보(年譜)가 이것이니, 왜입니까? 석물은 훗날에 정성과 힘이 있는 자가 있다면 가능하고, 가장과 연보는 우리 어른처럼 사실을 두루 알고 있는 자가 아니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두 가지의 완급을 결국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깊이 헤아려 주시기를 바랍니다.
주석 188)한 집안……때문이다
《율곡전서(栗谷全書)》 권40 〈자경문(自警文)〉에 보인다. 〈자경문〉에는 화(和)가 아닌 화(化)로 되어 있다.
答靜齋田丈 癸酉
玄阡石儀之闕, 誠如下喩所歎。 然三百圓金, 實非難合。 所難合者, 議論也。 今士仁欲緬遷, 而舜衡宣力焉, 雖有誠力者, 孰肯與於是役, 費金而招口哉? 異哉! 一邊人之誣了, 先師生平節義銷了,同門幾多物力, 印出手分之亂本, 而以游辭間言, 致師家骨肉之不和。 使此葬日, 卽具之石儀, 茫然於十餘年之久, 其心忍矣。 至於龍刊之事, 又何爲而然者? 吾丈之與其役, 至今不有追悔乎? 大抵揆以時勢義理, 緬葬不可爲者。 如得士仁回意, 則石儀之運謀出力, 不患無人。 幸積誠而回之, 如何? 方陰之誣師也, 士仁之右彼, 實爲一時之惑。 年前來謁涵丈, 謝前日迷錯, 訪見舍弟, 傳意鄙生而去。 人旣覺悟, 不宜追咎, 而同心圖後事, 可也。 聞"今秋師忌, 任參奉以吾丈之累, 不參祀有言"云, 如此者, 固爲子道之不安, 亦不爲示不和令姪之意乎? 栗翁言"一家之人不和, 只爲誠意未盡。" 此可思也。 雖然料以淺見, 吾丈所痛先事未就, 有尤急於石儀者。 家狀年譜, 是也, 何也? 一則後日之有誠力者, 可能, 一則非吾丈之備知事實者, 不可能。 二者之緩急, 竟如何? 願有以深諒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