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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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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재 전장에게 보냄(與靜齋田丈 乙丑四月)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5

자료ID HIKS_OB_F9002-01-201801.0005.TXT.0061
정재 전장에게 보냄
지난 그믐에 답장을 올리며 온 정성을 다했고, 또 답장을 내려주시라고 청했는데 아직까지 잘잘못을 듣지 못했습니다. 삼가 생각할 때 오진영과의 화해가 서리 내리면 곧 얼음이 얼 듯 이미 굳어진 것 같습니다. 비루한 제가 따뜻한 봄볕이 아니니 어떻게 해빙시킬 수 있겠습니까? 다만 저의 입장에서는 도리를 다 할 뿐이고, 들어주고 말고는 기필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한 번 두 번 보내 세 번에 이르고, 세 번을 보내 효과가 없다면 그만둘 뿐입니다. 아, 우리 어른은 피눈물을 뿌리며 부친의 무고함을 변론하고 의로운 깃발을 휘날리며 음성의 도적을 성토한 전정재(田靜齋)가 아니십니까? 어찌하여 성토하던 도끼를 돌려 폐백으로 만들고 광명을 잃어 안개 속을 헤매신단 말입니까? 천만 번 그 까닭을 생각해 봐도 알 수가 없습니다. 오진영이 죄줄 만한 것이 없어 앞에서 성토하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여기십니까? 그렇다면 '문집 간행을 그대가 헤아려서 하라', '인가 받는 것을 구애하지 말라' 하셨다는 오진영의 글과 '나 자신을 욕보이는 것이다', '절대로 따르지 말라' 하신 유서의 내용은 끝내 얼음과 숯처럼 서로 용납될 수 없는 것인데, 오진영이 죄가 없다고 말한다면, 어른의 선고(先考)요 선사(先師)를 어디에 두어야 한단 말입니까? 하물며 '일찍이 인가를 받을 뜻이 있으셨다.〔曾有認意〕'는 네 글자는 우리 어른이 직접 들은 것이 아닌 데이겠습니까? 고소를 당한 화가 헤아릴 수 없어서입니까? 그렇다면 군자는 의리에 있어서 진실로 사는 것을 버리고 의리를 취함이 있는데, 하물며 이 몸은 부모님이 남겨주신 몸을 돌려드리는 것이니 부친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 것이 또한 무엇이 아깝겠습니까? 하물며 사림이 공적으로 다함께 받은 화이고 우리 어른이 홀로 담당할 일도 아닌 데이겠습니까? 저쪽을 수습하는 것이 뒷일을 도모하기에 이로워서입니까? 그렇다면 마땅히 의리를 바르게 하여 이익을 도모하지 않으며, 도를 밝혀 공을 계산하지 않는 것은 진실로 군자가 일을 처리하는 방법입니다. 하물며 부친을 모함에 빠뜨린 자의 힘을 이롭게 여겨 부친의 뒷일을 도모한다면 부친의 혼령이 어찌 기꺼이 편안해 하시겠습니까? 가족의 보호와 화합을 위해서입니까? 그렇다면 부자와 숙질은 본디 친속이니, 진실로 외부 사람인 오진영을 기다린 이후에 보호하고 화합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물며 오진영은 내 부친의 큰 절개를 파괴시킨 자이니, 오진영과 화해하여 가족을 보호하고 화합하는 것을 구한다면 가족을 화합한 방법이 곧 내 부친을 파괴하는 것이 됩니다. 뿌리가 보존되지 못하는데 가지가 장차 어떻게 전해지겠습니까? 이로 보나 저로 보나 동으로 가나 서로 가나 단 하나도 오진영과 화합할 의리가 있음을 보지 못하겠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어른께서 마침내 이와 같이 하고자 하신다면 이것은 또한 운수 소관이지 인력으로 될 일은 아니겠지요. 오호라, 일신의 이기기 어려운 사욕은 천 길의 구덩이로 떨어지기 쉽고, 한때의 잘못된 견해는 영원한 공론의 성토가 두려우니, 한 사람과 구차히 화합하여 온 세상의 버림과 배척을 받을 것이 부끄럽습니다. 우리 어른께서 다시 십분 생각하여 후회하는 일을 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스스로 그만둘 수 없는 심정으로 말을 다하여 이렇게 까지 하였으니, 만약 그르다고 여기지 않으신다면 부디 속히 답장을 주시기 바랍니다.
與靜齋田丈 乙丑四月
去晦上覆, 旣罄衷悃, 又請賜答, 尙不聞皂白。 竊想和震之霜氷已堅矣。 鄙生之非陽春, 何足以解之? 但在我者, 有可以盡其道, 其聽與否, 有不可必。 故一之再之, 以至于三, 三而無效, 則可以已矣。 噫, 吾丈非灑血淚而辨親誣, 麾義旗而討陰賊之田靜齋乎? 胡爲乎回斧銊而作皮幣, 失光明而困霧霾乎? 千萬思量其故, 不可知也。 謂震無可罪, 而前討之誤也耶? 則'料量''不拘'之震筆, '自辱''勿從'之遺書, 終是氷炭之不相容。 謂震無罪, 則置尊先考先師於何地? 而况'曾有認意'四字, 非吾丈之親聞者乎? 爲訴禍之罔測也耶? 則君子之於義, 固有舍生而取之者, 而况此身還是親之遺體, 爲親而致死, 亦復何惜? 而况士林公共之禍, 而非吾丈之所獨當者乎? 爲收拾彼邊, 利圖後事也耶? 則正誼不謀利, 明道不計功, 固君子處事之方, 而况利陷親者之力, 圖親之後事, 則親之靈, 豈肯安乎? 爲家族之保合也耶? 則父子叔姪, 本是天屬, 固非待外人吳震泳而後, 可保合者。 而况震是破壞吾親之大節者? 和震而求保合, 則其所以合家族者, 乃所以破壞吾親也。 本之不存, 支將安傳乎? 以此以彼, 以東以西, 一不見其有和震之義, 吾丈乃欲如此, 是亦運氣攸關, 而非人力之致歟? 鳴呼, 一己之難克, 千仞之坑塹易陷, 一時之誤見, 千古之公討可畏, 一人之苟合, 擧世之棄斥, 是羞。 切乞吾丈更加十思, 勿致後悔焉。 情不自己, 極言至此, 如不爲非, 幸亟賜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