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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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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재 종장에게 보냄(與懶齋宗丈 丙子)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5

자료ID HIKS_OB_F9002-01-201801.0005.TXT.0053
나재 종장에게 보냄
지난봄에 제가 조자정이 부북첨좌에게 편지를 주어서 계화도 제사에 음성의 무리를 똑같이 나오게 한 것이 잘못됨을 논한 일에 연좌되어, 어른에게 스승을 폄하한 자를 용서했다는 죄목을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이후로 두려워하며 날마다 벌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직 이 몸이 비난을 만나서 비록 어른께 충고를 한 것에 대해 근래에 미안하다 사과하고 싶었지만 통할 길이 없었습니다. 다만 어른께서 실수로 잘못 들어간 것이 거울처럼 명백한데도 천박한 저를 수용하기 어려움이 한스러울 뿐입니다. 다행스럽게도 겨울이 되어 석동에서 알현한 기회를 얻었고, 죄를 준 이유에 대해 받들어 물었습니다. 답하시기를, "이것이 무슨 말이냐? 이것이 무슨 말이냐? 그대에게 뿐만 아니라 조자정도 일컬었다."라고 운운하여 저는 그 과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미 그의 과실을 알고 사과를 받았으니, 내가 어찌 감히 전에 받았던 혐의를 기억하고 마침내 충고할 것을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옛날에 음성의 오진영이 인교(認敎)로 스승을 속여 대절을 없애버림에, 어른께서 문장으로 성토하고 아울러 그 당주 171)들을 다스려서 스승을 높이는 도리를 다하였습니다. 이것은 모두 오진영이가 손수 쓴 증거물에 의거한 것이니, 우연히 잘못 기입한 것이 아니라 죽을 때까지 그렇게 하려고 한 것이지 한 때의 일은 아니었습니다. 이제 태도를 고치고 전철을 바꾸어서 그 무리를 스승의 영정이 지척에 엄히 계시는 앞에 나오게 하고, 또 음성의 오진영과 더불어 마주보며 인사하고선 예전의 강론과 예설을 이야기하니, 자기도 모르게 스스로 선사를 망령되게 한 적에게 붙는 일에 빠질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대저 이러한 실수주 172)는 보통의 일에 비할 것이 아닙니다. 대의와 관련 있으니 방치하여 다시 이해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마땅하지 않음이 분명합니다. 정자가 말했습니다. "학문의 도는 불선함을 알았다면 빨리 고쳐서 선을 따르는 것뿐이다."라고 했으니, 종장을 두고 비록 사람들이 스스로 이기는데 성벽이 있는 분이라 일컫더라도 지금 이 일에 대해서는, 또한 마땅히 감히 스스로 옳다고 여겨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면 어찌 빨리 고쳐서 다시 옛날의 길함주 173)을 따르지 않습니까. 만약 "불선하다 여기지 않는다면 이전에 어른이 동참했던 오진영을 성토한 문장이 여기에 있으니 그 문장을 가지고 다시 스스로를 다스린다면 몸 둘 곳이 없을 것"이니 그리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일찍이 김용승이 자주 말했던주 174) 현천문(玄阡文) 첨주 중에 나오는 김태희 김익용 등 여러 군자가 남에게 사주를 받았다는 것을 알고서, 다시 옛날처럼 잘 사귀며 지내자고 했다고 합니다. 종장(宗丈)께 우러러 질문하니, 종장께서 대답하기를 "나는 이런 일을 한 적이 없다. 이와 같다면 남을 사주한 자는 우선 제쳐두고 남에게 사주를 받은 자는 어떠한 사람이란 말인가? 내가 마땅히 박인규에게 편지를 보내어 그가 말을 조작주 175)했다는 것을 책망하겠다."라고 말씀하시고, 근래에 다시 현동으로 찾아가 김 씨를 본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이전에 김 씨와 절교한 것이 어찌 그가 스승을 배신했기 때문이 아닙니까? 이미 절교했는데 이제 찾아가 만난 것은 김 씨가 더욱 거리낌 없이 드러내놓고 스스로 일가를 이루었다 하여, 간옹(艮翁)의 의견과 대립하고 그 학도들이 윤문으로 포장하는 날이 있기까지 이르렀으니 이것은 과연 무슨 의리인지 모르겠습니다. 오호라, 어른께서 나이가 많고 덕이 빛나는 때에 스승을 존중했던 대의가 곳곳에서 파괴되니 어찌 한스럽지 않겠습니까? 원컨대 정신을 맑게 하고 생각을 깊이 하셔서 빨리 훗날을 잘 마무리하는 쪽으로 바꾸신다면 참으로 다행이겠습니다.
주석 171)당여(黨與)
같은 뜻을 가지고 한편이 되는 무리를 말한다.
주석 172)주착(鑄錯)
인간 세상에서 쓸데없이 정력을 낭비하며 계속해서 잘못을 저지르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당 소종(唐昭宗) 연간에 위박 절도사(魏博節度使) 나소위(羅紹威)가 주전충(朱全忠)과 연합하여, 자신을 핍박하는 위부(魏府)의 아군(牙軍) 8천 인을 소탕하는 숙원을 풀었으나, 그 과정에서 주전충을 대접하느라 엄청난 재물을 탕진한 나머지 자신의 세력이 쇠잔해지는 결과를 초래하였으므로, 이를 후회하여 "6주 43현의 무쇠를 모아 줄칼 하나도 주조하지 못했다.〔合六州四十三縣鐵 不能爲此錯也〕"라고 말한 주성대착(鑄成大錯)의 고사가 전한다.《자치통감(資治通鑑) 당소종천우(唐昭宗天祐3年)》 《북몽쇄언(北夢瑣言)》 권14 여기에서 착(錯)은 곧 옥석(玉石)을 다루는 도구인 줄칼(鑢)이라는 뜻과 함께 착오(錯誤)의 의미를 동시에 지니고 있으므로, 스스로 큰 착오를 빚었다는 뜻으로 쓴 말이었다. 그래서 이 주착(鑄錯)의 고사가 만회할 수 없는 중대한 실수라는 뜻으로 쓰이곤 한다.
주석 173)식구덕(食舊德)
옛날의 덕을 먹는다. 즉 본분에 따른 평상의 덕을 누린다는 말이다.
주석 174)독고(瀆告)
독고(瀆告)는 경솔하게 고하거나 번거롭게 묻는다는 말이다. 《주역(周易)》〈몽괘(蒙卦) 단(彖)〉에 "처음 묻거든 고해줌은 강중하기 때문이요, 재삼 물으면 번독함이니, 번독하면 고해주지 않음은 몽을 번독하게 하기 때문이다.〔初筮告 以剛中也 再三瀆瀆則不告 瀆蒙也〕"라고 하였다.
주석 175)조언(造言)
요망한 말을 만들어 조작하는 것으로 주(周)나라에서 제정한 여덟 가지 형벌 가운데 하나였다.《주례(周禮)》 〈지관(地官) 대사도(大司徒)〉
與懶齋宗丈 丙子
澤述於昨春, 連坐於趙子貞, 與扶北僉座書, 華祀齊進陰黨之非, 至得恕貶師之自於宗丈矣。 自是以後, 懔懔惴惴, 日俟誅討之至。 惟其身方遭斥, 雖欲忠告宗丈, 近事之未安, 而無路可通。 竊恨明鑑之失入, 而賤身之難容也。 何幸作冬, 獲拜席洞, 仰質加罪之由, 則答謂, "是何言是何言? 非惟於君, 幷與謂子貞云云。" 而吾知其過矣。 蓋旣已知過而見謝, 則吾何敢記前嫌, 而終不思忠告乎? 昔日, 陰震之誣先師以認敎, 而蔑其大節也, 宗丈以文聲討而幷治其黨與, 以盡尊師之道。 此皆據渠手筆眞贜, 而非偶誤之失入, 將終身以之, 而非一時之事也。 不圖今日改度易轍, 旣進其黨於畵像儼臨咫尺之前, 又與陰震對揖, 敘舊講論禮說, 不覺自陷於妄師附賊之歸也。 蓋此鑄錯, 非比尋常。 而有關大義 則不宜置之, 不復理會也, 明矣。 程子有言 "學問之道, 知其不善, 則速改而從善而已," 宗丈雖人所稱癖於自勝者, 今於此事, 亦應不敢自以爲善矣。 然則何不速改之, 以復食舊之吉乎? 如曰"不以爲不善, 則前日尊銜同參之討震文自在, 卽以其文還可自治, 而無所容身矣" 爲之奈何?
曾以金容承, 瀆告玄阡文添註中, 金泰熙金益容, 諸君子, 知見賣於人請, 復交歡, 如平昔之云。 仰質則答謂, "我無是也, 若是則賣人者姑舍, 見賣者爲何等人? 我當致書朴仁圭責其造言矣"云, 而近乃往見金於玄巖何也? 蓋前之絶金, 豈非以其倍師乎? 旣絶之矣, 今之往見, 正在金益無忌憚, 顯有自成一家, 對立艮翁之意, 至有其從輪文鋪張之日, 未知此果何等義理。 鳴呼, 宗丈以年高德邵之時, 尊師大義, 在在破壞, 豈非可恨? 願澄神深念, 亟改以善後則幸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