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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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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재 종장에게 보냄(與懶齋宗丈 丁巳)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5

자료ID HIKS_OB_F9002-01-201801.0005.TXT.0047
나재 종장에게 보냄
불초한 제가 지금 《예기》를 읽으며 매번 긴요하지 않은 의문점을 제기하여 어른의 귀를 더럽힘에, 문득 넓은 전거와 자세한 해석을 보여주셨으니 참으로 가르침에 게으르지 않는 인자함주 152)을 받았습니다. 다만 수집하고 찾으실 적에 노쇠하신 정력이 한 배나 소비되셨을 것을 생각하니, 노인을 편안히 모시는 도에 흠이 있지는 않았을까 매우 송구스럽습니다. 그러나 학문을 익히는 것은 천하의 공도(公道)입니다. 하나의 이치와 하나의 의리는 진실로 질문하고 답하는 것을 통해 의혹을 변론할 수 있으니, 남을 유익하게 하는 사람은 진실로 마땅히 그 실마리를 상세히 드러내 밝혀 자신의 수고로움을 잊어야 하고, 또한 마땅히 끝까지 질문을 철저하게 하여 다른 사람의 수고로움을 안타깝게 여길 겨를이 없어야 합니다. 하물며 전례(典禮)는 성인의 학문 중에서 큰 절목입니다. 천하에 있어서는 치란의 이유가 되고 나라와 가정에 있어서는 흥망이 달려 있으며, 사람에 있어서는 사람과 짐승의 분별이 되니, 어찌 더욱 마땅히 강구하여 밝혀서 잠시도 버려두지 말아야 할 것이 아니겠습니까? 또한 이때는 어느 때입니까? 태양이 서쪽으로 기울어 사방이 깜깜하고 도깨비와 이리같은 자들이 야유하고 날뛰어 선조에게 제사지내는 것을 우상 숭배라 하고, 검은 양복을 상복이라 하고, 형수와 간통하는 것을 종사를 잇는다 하고, 지아비를 버리는 것을 자유라 하고, 군신이 평등한 것을 자유라 하고, 부자(父子)간에 재산을 두고 송사(訟事)하는 것을 일반적인 일이라 하고, 내외간에 구별하는 것을 나쁜 풍속이라 하니, 말할 수도 있으나 말하면 추해집니다. 오호라, 세운이 더렵혀지는 것을 우리가 어찌할 수 없습니다. 이에 선성(先聖)이 남겨준 제도를 강구하여 서책에 실어놓아 하늘이 회복되는 날을 기다릴 것이니, 이것은 우리들의 책임이요 머뭇거리며 시간만 보낼 수 없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종장께서 부지런히 가르치시는 것은 진실로 저를 사사로이 해서가 아니며 제가 고맙게 여기는 것은 도리어 이기적인 사심을 면하지 못한 것입니다. 밝히 알아주심에 저의 속마음을 다 드러내었습니다. 삼가 즐거운 마음으로 들어주시고 나무라지는 않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주석 152)가르침에……인자함
이 말은 《논어(論語)》 〈술이(述而)〉의 "묵묵히 마음속에 새겨 두고, 배움에 싫증내지 않으며, 남을 가르치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 것, 이 셋 중 어느 하나인들 내가 제대로 하는 것이 있겠는가?〔子曰, 默而識之, 學而不厭, 誨人不倦, 何有於我哉〕"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與懶齋宗丈 丁巳
澤述不肖, 見在讀禮, 每提不緊疑題, 仰瀆崇聆, 輒蒙博據詳剖以示之, 固荷不倦之仁。 但想蓃索之際, 向衰精力, 一倍耗費, 大悚有欠安老之道也。 然講學者, 天下之公道也, 一理一義, 苟有因問難答述, 而可以辨惑, 益人者, 固當詳發其端, 而忘己之勞也, 亦宜竆質到底, 而不暇憫人之勞也, 况典禮, 乃聖學中大節也。 在天下而爲治亂之由, 在國與家而爲與亡之係, 在人而爲人獸之分, 豈非尤當講明而不暫舍者乎? 且此時, 何時? 太陽西沒, 四郊昏黑, 魍魎狐狸, 捓揄跳踉, 以祭先謂(食+高】魔, 以黑裝謂服喪, 以烝嫂謂繼宗, 以棄夫謂自由, 君臣平等爲自由, 父子訟財爲常事, 內外防閑謂惡俗, 所可道也, 言之醜也。 鳴呼, 世運之汙, 吾無如之何矣。 乃講先聖之遺制, 而寓之簡編之中, 以俟天復之日, 是吾人之責也。 其不可虛徐也審矣。 然則宗丈之勤敎, 固非私我也, 澤述之感荷, 反不免有我之私也。 知照所及, 聊暴蘊衷, 竊想樂聞而不誚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