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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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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재 족숙에게 답함(答涵齋族叔 癸酉)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5

자료ID HIKS_OB_F9002-01-201801.0005.TXT.0044
함재 족숙에게 답함
저번에 김동봉(김시습)과 안중근의 우열을 물으셨는데 물러나 생각을 하니, 두 사람의 품류가 같지 않아서 수립한 것이 각자의 품류를 따랐으니 나란히 비교하여 우열을 논한 수는 없습니다. 동봉은 고아(高雅)한 선비이고 안 씨는 무용(武勇)이 있는 사람이니, 안 씨가 하는 것을 동봉이 반드시 할 수가 없고, 동봉이 하는 것을 안 씨 또한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 충의(忠義)라는 하나의 절개가 똑같이 지성(至誠)에서 나온 것은 무엇 때문이겠습니까? 천성의 타고난 본성은 품류 때문에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평민이 의리를 지켜 천만 번 고초를 겪어도 후회하지 않고, 필부가 용기를 떨쳐서 큰 우두머리를 죽이고 치욕을 설욕한 것은 모두 탁월하고 빛나서 이전의 역사에서 찾아보아도 필적할 사람이 없고 후세에 전하더라도 할 말이 있으니, 어찌 위대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그들의 행적을 더듬어 중정(中正)의 도로 논한다면주 144), 동봉은 중이 되어 자식이 없으니 이미 지나친 데에 문제가 있고, 안 씨는 모습을 바꾸었을 뿐만 아니라 신학문을 숭상했으니 또한 중도라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안 씨가 처형될 때 《상서(尙書)》의 '인심은 위태롭고 도심은 미약하니 정밀하고 한결같아야 중도를 잡을 수 있다〔人道危微 精一執中〕'주 145)는 말을 외웠으며, 양복을 벗고 한복을 입어 바른 죽음의 의미를 얻었으니, 또한 신학문을 한 사람의 소행과는 같지 않거니와 오히려 몸으로는 유학을 통달하고도 끝내 중의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한 자보다 나으니, 또한 숭상할 만합니다. 어른의 견해는 다시 어떻게 여기실지 모르겠습니다.
주석 144)그러나……논한다면
출처거취(出處去就)를 중정(中正)한 도리에 맞게 하여 은둔하는 것을 말한다. 《주역(周易)》 〈돈괘(遯卦) 구오(九五)〉에 "아름다운 은둔이니, 정하여 길하다.〔嘉遯貞吉〕"라고 하였는데, 이에 대한 전(傳)에서 "구오는 중정이니, 은둔하기를 아름답게 한 자이다. 처함이 중정의 도를 얻어서 때에 맞게 멈추고 행함이 이른바 아름다움이란 것이다. 그러므로 정정하여 길함이 된다.〔九五, 中正, 遯之嘉美者也, 處得中正之道, 時止時行, 乃所謂嘉美也, 故爲貞正而吉〕"라고 하였다.
주석 145)인심은……있다
원문의 '인도위미 정일집중(人道危微精一執中)'은 《서경(書經)》 〈대우모(大禹謨)〉에서 순(舜) 임금이 우(禹)에게 "인심은 위태롭기만 하고 도심은 미약하기만 하니, 오직 정밀하게 살피면서 한결같이 행해야만 진실로 그 중도(中道)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라고 당부한 16자(字)를 압축한 말인데, 정주학(程朱學)에서 이것을 유가(儒家)의 도통(道統)인 십육자 심전(十六字心傳)으로 강조하면서 개인의 수양과 나라를 다스리는 최고의 원리로 삼았다.
答涵齋族叔 癸酉
向詢, 金東峰安重根優劣, 退而思之, 二人之品類不同, 其所樹立, 各從其類, 不可得以比並, 而論優劣也。 東峰儒雅人, 安氏武勇人, 安氏所爲, 金必不爲, 東峰所爲, 安亦不爲。 然其忠義一節, 同出於至誠者何也? 以其天性之秉彝, 不以品類而有間也。 蓋其布衣守義, 經千辛而不悔, 匹夫奮勇, 殪巨酋而雪恥, 俱卓然赫然, 求之前史而無匹, 傳之後世而有辭, 詎不偉然? 然迹其行而論以中正之道, 東峰之爲僧無子, 旣失之過, 安氏則非惟變形, 所尙乃新學, 亦不可以語中矣。 但安氏之受戮, 誦尙書人道危微精一執中語, 去洋服服韓衣, 而得正終之意, 則又不類新學人所爲。 而猶賢於身通儒學而終歸釋形者, 亦可尙也。 未審尊見復以爲如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