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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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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재 족숙에게 올림(上涵齋族叔 戊辰)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5

자료ID HIKS_OB_F9002-01-201801.0005.TXT.0040
함재 족숙에게 올림
고모, 자매, 조카딸로 개가한 자는 복을 끊는다고 하신 말씀은 이끌어주시는 가르침을 중히 받았으나 감히 견해를 바꾸어 가르침을 따를 수 없습니다. 다만 이것은 인정과 천리에 관계되어 구차하게 마무리 지을 수 없는 점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다시 보잘것없는 견해를 말씀드려 질정을 받겠습니다. 핏줄로 이어진 지친이 죽어 복을 끊을 수 있는 경우는 반드시 큰 악행을 저질러 생전에 이미 그 은혜가 끊어진 경우입니다. 가령 족숙의 고모, 자매, 조카딸 중에 가난하여 의탁할 곳이 없어서 개가한 자가 있다면 과연 문득 배척해 버리고 절대로 얼굴을 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인정으로 따져 볼 때 차마하지 못하는 것은 분명 천리와 합치되지 않는 것입니다. 만약 살아서 은혜가 끊어졌다고 한다면 그만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죽어서 복을 끊을 수 없습니다. 만약 또 살아서 비록 은혜가 끊어지지 않았더라도 죽어서 마땅히 복을 끊어야 한다고 말한다면 제가 감히 알 바가 아닙니다. 개가한 어머니에 대해 복을 낮추어 입는 것으로 방증을 세워 "삼년상은 비록 낮추나 대공·소공복에 해당하는 상은 끊어야 하는 것이 맞다."라고 하심에 이르러서는 또 그렇지 않은 점이 있습니다. 아버지의 아내는 자식의 어머니입니다. 이미 아버지의 처가 되지 못했으니, 자식이 어머니라고 말할 수 없고, 어머니라고 말할 수 없으면 복이 없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차마 복을 입지 않을 수 없어서 복을 낮추어 입는 것은 나를 낳아준 은혜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계모가 시집을 가면 상복을 입지 않습니다. 대체로 어머니가 개가를 하여 복을 낮추는 것은 아버지와 관계가 끊어졌기 때문이니 복을 낮추지 않으면 오히려 아버지를 끊는 것입니다. 아버지는 자식의 하늘이니 끊을 수 있는 도리가 없습니다. 저 고모, 자매, 조카딸이 끊은 지아비는 나와 무슨 중한 관련이 있겠습니까? 만약 그가 끊은 지아비 때문에 나의 지친의 복을 입지 않는다면 이것은 그가 끊은 지아비를 보기를 나의 아버지처럼 중하게 보는 것입니다. 그러나 또한 인정과 천리의 편한 바는 아닙니다. 또 만약 개가한 것이 살아서 은혜가 끊어져 죽어서 복이 끊어진 경우에 해당한다면, 정자(程子)는 반드시 과부가 된 조카딸을 시집보낸 일을 태중대부의 행장에 기록하지 않았을 것이고, 주자(朱子)는 반드시 유공작(柳公綽)이 사위를 택하여 과부를 시집보낸 것을 《소학》에 기록하지 않았을 것이며, 하숙경(何叔京)의 묘문에 반드시 그 딸이 나점(羅點)에게 개가한 것을 기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정자와 주자는 대현입니다. 고인이 말하기를, "감히 자신을 믿지 말고 스승을 믿으라."주 137) 했으니, 조카도 족숙께 또한 이런 것을 바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석 137)감히……믿으라
《근사록(近思錄)》 권3 〈치지(致知)〉에, 정이(程頤)가 문인(門人)에게 답하기를 "공자와 맹자의 문인들이 어찌 모두 현철(賢哲)이었겠는가. 진실로 보통 사람들도 많았으니, 보통 사람으로서 성현(聖賢)을 보면 알지 못하는 것이 많았겠지만 오직 감히 자신의 소견을 믿지 않고 스승을 믿었다. 이 때문에 구한 뒤에 얻었는데, 지금 제군들은 나의 말에 대해 조금만 자신의 뜻에 합하지 않으면 버려두고 다시는 생각해 보지 않으니, 이 때문에 끝내 다르게 되는 것이다. 곧바로 버려두지 말고 다시 생각해야 하니, 이것이 치지(致知)하는 방법이다.〔孔孟之門, 豈皆賢哲. 固多衆人 ,以衆人觀聖賢, 弗識者多矣, 惟其不敢信己, 而信其師. 是故求而後得, 今諸君於頤言, 纔不合 則置不復思, 所以終異也. 不可便放下, 更且思之, 致知之方也〕"라고 한 데서 보인다.
上涵齋族叔 戊辰
姑姊妹女姪改適者絶服, 重荷提諭, 敢不改見而從敎。 但此有關人情天理, 而不可苟然了當者。 故復陳瞽見, 而就質焉。 夫天屬至親死, 可以絶服者, 必其元惡大憝, 生前已絶其恩者也。 假使叔主有姑姊妹女姪之貧竆無託而改適者, 果能輒斥去之, 絶不對面乎? 求之人情而所不忍者, 必其天理之所不合者也。 如曰"生當絶恩"則已, 不然則死, 不可以絶服也。 如又曰"生雖不絶恩, 死當絶其服", 則非吾所敢知也。 至於以稼母降服, 立旁證而曰: "三年之喪, 雖降, 功服之喪, 當絶, 的矣", 則恐又有不然者。 父之妻者, 子之母也。 旣不得爲父妻, 則子不可以謂母, 不可謂母則可以無服。 然而不忍不服, 降其服而服之者, 以有生我之恩故也。 故繼母嫁則不服。 蓋母嫁而降者, 以其絶於父也, 不降, 猶絶其父也。 父者, 子之天也, 無絶道也。 彼姑姊妹女姪所絶之夫, 於吾有何關重? 若爲其絶夫, 而不服吾至親, 是視其所絶之夫, 重之若吾父者。 然亦非人情天理之所安也。 且若改適者之當生絶恩死絶服者, 程子必不載嫁寡甥女之事於太中行狀, 朱子必不記柳公綽擇壻嫁嫠於小學, 何叔京墓文必不錄其女改適羅點也。 程朱大賢也。 古人云 "不敢信己而信其師", 姪於叔主, 亦不能無望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