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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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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재 족숙에게 답함(答涵齋族叔 戊辰)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5

자료ID HIKS_OB_F9002-01-201801.0005.TXT.0039
함재 족숙에게 답함
출가한 딸을 위해 입는 복은 예법에 대공복인데, 개가(改嫁)를 했다는 이유로 복을 입지 않는 것은 전거에 보이지 않습니다. 어른께서는 다만 우리나라는 이미 개가를 금지했으니 복도 마땅히 끊어야 한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에 이런 의론을 하셨으나 국전(國典)에서는 다만 "개가한 여자의 자손은 현직(顯職)에 서용하지 말라." 하였을 뿐, 처음부터 개가를 금지하는 것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현직에 서용하는 것을 금지했기 때문에 사대부집안에서는 자손들이 사람 축에 끼지 못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 일단 청상과부가 있으면 백방으로 개가하는 것을 막고 심한 경우에는 독약을 투약하거나 피를 말리고 살집을 벗겨서 사람으로 살 생각을 끊어버리게 합니다. 이에 대한 율법이 비록 성문화 된 것은 없으나 풍속으로 거의 금법이 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항상 우리나라는 개가를 금한다고 말하니, 이것은 매우 불분명한 말입니다. 이미 개가를 금한 적이 없으니, 복을 끊을지 말지를 또한 어떻게 논하겠습니까? 현인을 세우는데 출신성분을 가리지 않는 것주 135)은 선왕의 제도입니다. 그러니 개가한 여자의 자손이라 해서 인재를 버려고 쓰지 않는 것은 진실로 바꿀 수 없는 법이 아닙니다. 또 문왕의 정치는 반드시 홀아비와 과부를 먼저 위하였는데, 늙어서 지아비가 없는 사람을 과부라고 하였으니, 옛날 성인의 세상에서는 젊어서 지아비가 없는 사람은 대부분 개가시켰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성왕이 금법을 세운 적도 없다는 것 역시 알 수 있습니다. 남녀가 가정을 이루는 것은 사람의 큰 욕망이니, 사람의 욕망을 막는 해로움은 냇물을 막는 해로움보다 심합니다. 이에 변고가 골육 간에 생겨나 금수에 빠진 이후에 그치게 되는 것을 오히려 차마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다른 사람에게 시집을 보내 흉악함을 면하게 하는 것만 못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개가하는 것을 형세상 금할 수 없는 경우에 그리 하는 것입니다. 성현이 복을 만든 의리에 이르러서는 은혜로 복을 입는 것이 가장 으뜸이니, 만약 딸이 개가를 했다는 이유로 그 복을 끊는다면 이것은 생육의 은혜를 끊는 것입니다. 어버이와 자식, 자식과 어버이 사이는 생육의 은혜가 동일합니다. 어버이가 이미 개가한 자식의 복을 입지 않아 생육의 은혜를 끊을 수 있다면, 자식 또한 개가한 어머니의 복을 입지 않아 생육의 은혜를 끊을 수 있으니, 천하에 어찌 이런 이치가 있겠습니까? 이 복을 끊어서는 안 되는 것이 옳습니다. 어른께서 "주공과 공자가 우리나라를 맡아 다스린다면 반드시 의로 일으켜주 136) 복을 끊을 것이다." 하셨는데, 제 생각으로는 삼가 주공과 공자가 우리나라를 맡아 다스린다면 반드시 먼저 근본을 바로잡아 개가한 여자의 자손을 현직에 서용하지 말라는 규정을 혁파하고 개가를 억지로 막고 독하게 금하는 풍속을 제거하여, 마땅히 잘못된 법규의 말류에 따라 다시 복을 입지 않는 법을 새로 만들어서 불인(不仁)한 죄과로 귀결되지는 않을 것이라 여깁니다. 어른께서 또 "《춘추》에 다만 난신적자는 사람마다 죽일 수 있다는 것만 쓰고, 적처(賊妻)를 사람마다 죽일 수 있다는 것은 쓰지 않았으니, 개가하는 문을 열어놓기 위해 그런 것이다."라고 하신 것은, 저는 삼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춘추》는 노나라 사관의 기록을 인하여 지은 것입니다. 사관이 기록할 수 있는 것은 조정의 정사와 군신부자 사이의 이야기가 대부분이고, 가정의 부부에 대한 것은 드물게 출현합니다. 그러므로 그 쉽게 볼 수 있는 것을 들어서 나머지를 갖추었던 것입니다. 만약 개가하는 문을 열어주기 위해 적처의 죄를 용서했다고 말한다면 이것은 성인이 개가를 중요하게 여기고 삼강을 없애는 것을 가볍게 여긴 것이니 천하에 어찌 이와 같은 성인이 있겠습니까? 그러나 삼가 어른의 생각에 이른바 적처라는 것을 자세히 살펴보면 개가한 자에 해당시키신 것 같은데, 이 또한 저의 견해와는 다릅니다. 제 견해는 이렇습니다. 반드시 지아비를 시해하고 지아비의 집안을 멸망시킨 부류가 있은 연후에야 적처라고 말할 수 있고 사람마다 죽일 수 있는 데에 해당합니다. 만약 이런 악한 자가 있다면 그 어버이가 복을 끊는 것은 진실로 논할 것도 없고, 음란하고 추악하여 행동이 개돼지와 같은 자도 복을 입지 않는 데에 해당합니다. 이외에 지아비가 죽어 개가했는데 다른 문제가 없는 자는 마땅히 본래 정해진 복을 입을 따름입니다. 어른께서 다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주석 135)현인을……것
《맹자(孟子)》 〈이루 하(離婁下)〉에 "탕 임금은 중도를 잡고 행하였으며 유능한 인재는 출신을 따지지 않고 등용하였다.〔湯, 執中, 立賢無方〕"라고 하였다.
주석 136)의로 일으켜
원문의 '의기(義起)'는 예문(禮文)에는 없지만 의리에 입각해서 행하는 예법을 말한다. 《예기(禮記)》 〈예운(禮運)〉의 "선왕의 예법에는 그러한 예가 없을지라도, 의리에 입각해서 적절하면 새로 일으킬 수도 있다.〔禮雖先王未之有, 可以義起也〕"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答涵齋族叔 戊辰
爲出嫁女服, 在禮爲大功, 而其以改適而絶服, 不見前據。 尊意特以爲我國旣禁改嫁, 則服亦當絶, 故有是論。 然國典, 但曰'改嫁女子孫, 勿敘顯職'而已, 初無改嫁之禁。 然以其禁敘顯職也, 故士大夫家, 恥其子孫之不得齒人, 一有孀婦, 百方防禦, 甚者投之毒藥, 枯血脫肉, 俾絶人道之思。 於是律雖無文, 俗幾成禁。 故人恒言我國禁改嫁, 此太不別白之說也。 旣未嘗禁改嫁, 則服之絶否, 又何論哉? 夫立賢無方, 先王之制也。 以其爲改適者子孫, 而棄材不用, 固非不易之典。 且文王之政, 必先鰥寡。 而老而無夫謂之寡, 則古昔聖世, 少而無夫者之多改適, 可知, 而聖王之未嘗立禁, 亦可知也。 夫男女室家, 人之大欲也, 防人之欲, 甚於防川。 於是變生於骨肉, 陷於禽獸而後已, 尙忍言哉? 故不若嫁與別人, 俾免凶惡之爲愈也。 此改適之勢不可禁者然也。 至於聖賢制服之義, 以恩服居其首, 若以其女之改適而絶其服, 是自絶其生育之恩也。 親之於子, 子之於親, 其生育之恩一也。 親旣可以不服子之改適者, 而絶其生育之恩, 則子亦可以不服母之改適者, 而絶其生育之恩矣。 天下安有此理乎? 此服之不當絶者, 然也。 尊喩謂 "周孔當路我國, 必義起而絶服", 淺見竊謂 "周孔當路我國, 必先正其本, 革勿敘顯職之政, 而祛強防毒禁之俗, 不應循其謬規之末流, 復倡不服之法, 而歸於不仁之科也。" 尊喩又以"春秋, 但書亂臣賊子人人得誅, 不書賊妻人人得誅, 爲開改適之門而然"者, 竊以為未然也。 春秋者, 因魯史記作也。 史之可記者, 多在於國朝政事君臣父子之間, 而罕出於家庭夫婦之際。 故擧其易見者, 以該其餘矣。 若謂爲開改適, 而容賊妻之罪, 則是聖人以改適爲重, 而滅網爲輕, 天下安有似此聖人? 然竊詳尊意之所謂賊妻, 似以改適者當之, 此又與淺見異矣。 淺見以爲必有弑害其夫滅亡夫家之類, 然後乃可謂賊妻而當人人誅矣。 如有此惡者, 則其親之絶服, 固在勿論, 其有奸滛醜汙, 行同狗彘者, 亦在不服。 外此而夫亡改適, 更無他故者, 只當服本服已矣。 未知尊意復以爲如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