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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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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재 족숙에게 올림(上涵齋族叔 丙寅)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5

자료ID HIKS_OB_F9002-01-201801.0005.TXT.0038
함재 족숙에게 올림
듣자하니 저 일제가 장차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강제로 복표(服標)주 133)를 달게 한다고 하니, 이것은 15년 전인 임자년(1912)에 이미 있었던 일인데, 통치 기간이 오래되고 자신들의 세력이 굳건해지자 아마도 다시 더욱 빽빽한 그물을 펼치려고 그러는 모양입니다. 말을 하자니 분통이 터져 차라리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비록 그러나 저들은 저들의 일을 하고 우리는 우리의 의리를 지킬 것이니, 우리 대한민국 사람으로 혈기가 있고 타고난 본성이 있는 사람이면 어찌 기꺼이 저 오욕을 받으려 하겠습니까? 이것은 또한 우리들이 사는 것을 버리고 의를 취할 때주 134)입니다. 이때를 당하여 이를 위해 죽는다면 후세에 할 말이 없지 않을 것이니,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주석 133)복표(服標)
상복을 대신하여 일상복의 왼편 가슴에 상례를 치르고 있음을 알리기 위해 다는 표지이다.
주석 134)사는……때
원문의 '사어취웅(舍魚取熊)'은 《맹자(孟子)》 〈고자 상(告子 上)〉에 나오는 말이다. 생선요리와 곰발바닥요리를 다 원하지만 한 가지를 택해야 할 때에는 곰발바닥요리를 택한다는 말인데, 더 좋고 가치 있는 것을 취한다는 요지로, 사는 것과 의를 둘 다 취할 수 없을 때에는 의리를 취함을 비유한 것이다.
上涵齋族叔 丙寅
聞彼將勤加我韓人以服標, 此是十五年前壬子已事。 而時久勢固, 想復益張密網, 言之痛憤, 寧欲無言。 雖然彼爲彼事, 吾守吾義。 凡我韓人有血氣彝性者, 豈肯受其汙哉? 此又吾輩舍魚取熊之時也。 當此時, 死此事, 不爲無辭於後世矣, 未知如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