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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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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재 족숙에게 답함(答涵齋族叔 乙丑八月)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5

자료ID HIKS_OB_F9002-01-201801.0005.TXT.0035
함재 족숙에게 답함
스승을 속인 것을 아직 씻지 못했는데 사화가 매우 비참하니 통곡하며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상촌 신흠의 이른바 "무릇 어진 이를 해치고 바른 선비에게 해독을 끼치는 부류들은 살아서 도마 위에서 살점을 저미지 못하였다면 죽어서도 십대(十代)가 지나도록 용서하여서는 안 되니"주 120)라 하였으니 바로 이것입니다. 비록 그러할지라도 "내가 죽어야 화가 그칠 것입니다"라는 것은 범공주 121)이 이처럼 말한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이 만약 목숨을 버려서 한번 죽는다면 천하에 어려운 일이 없으니 출세하고 출세하지 않는 것은 모두 스스로 나의 의리를 다하는 것입니다. 다만 처음부터 한 번도 출세하지 않고 저항하는 말을 하거나, 혹은 투서하여 뜻을 보이고 문을 닫은 후 스스로 바르게 할 따름이라면, 우리 족숙이 인가를 금지하고 속임을 성토하니 한결같이 하나의 절개가 순수하게 명백합니다. 오직 하나일 뿐 둘이 아닌 대의를 한 번도 세계에 널리 알릴 수가 없어서 묵묵히 뱃속에 감춰놓고 돌아간다면 어찌 답답하지 않겠습니까? 이것은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요컨대 죽을 만함이 명백하다면 이것은 명예로 삼을 수 없으며, 스승의 의리를 밝히고 세도를 경계하는 방법은 아마도 이와 같아야 할 것인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자경문을 백번이나 엄숙히 읽으니 몸을 지키는 의리와 스승을 섬기는 의리는 진실로 이와 같아야 한다는 것으로 사람들을 감복하게 합니다. 왕망이 한나라를 찬탈했을 때 도적을 토벌하다 죽은 사람은 오직 동군태수 적의(翟義)주 122)였고 안록산이 당나라를 혼란시킴에 성을 지키다 죽은 사람은 오직 수양(睢陽)의 장순(張巡)과 허원(許遠)주 123)이니, 저 높은 관직과 많은 녹을 받으며 임금의 은혜를 충분히 받은 자들은 처음에는 나라를 그르치고 마침내는 적에게 아부했습니다. 의리를 앞세우고 충성으로 보답하여 나라를 위해 죽어도 후회하지 않는 사람들은 곧 먼 지방의 산관(散官)주 124)들이었습니다. 아, 오늘의 일이 어찌 이것과 다르겠습니까? 근래에 족제 건식도 호출을 당하였습니다. 검사가 "어찌하여 강태걸(姜泰杰)의 생활을 파괴하며 방해했는가?"라고 말하니, 그가 답하기를 "오진영을 금지하고 토죄한 일은 강태걸과는 상관이 없다."고 했습니다. 이에 검사가 다시 묻기를 "쥐를 잡다가 그릇이 깨진다.주 125)"라고 했습니다. 이것에 대한 대답은 마땅히 "그릇이 깨지는 것은 손해이지만 마땅히 쥐를 징벌해야 한다."고 말해야 합니다. 검사가 반드시 "쥐가 어떻게 돈을 낼 수 있겠는가."주 126)라고 하였을 것이니, 그렇다면 대답하기를 "오진영은 사람쥐이니 돈을 낼 수 있다."라고 하였다면 적당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문답이 여기에는 이르지 않았습니다. 최성겸이 경존에게 준 편지에서 말하기를 "오진영이 '내가 돈이 있다면 마땅히 강태걸의 손해를 배상해줬을 것인데, 가난하여 할 수 없으니 곧 그 고소를 금지할 수 없다.'"라고 했습니다. 이미 마땅히 보상하겠다고 말했다면 오진영에게 대신 돈을 내도록 하는 것이 어찌 부당하겠습니까. 또 '그 고소를 금지하지 않겠다'고 했다면 비록 그로 하여금 죄 짓는 것을 면하게 하고 싶더라도 될 수 있겠습니까? 이것은 정말로 자복(自服)주 127)하면서 한 말입니다. 권순명이 편지에서 '사림이 재앙을 면하기 어렵다'고 한 말은 오히려 상도를 지키려는주 128) 것이 있어서 생의가 완전히 사라짐에는 이르지 않았습니다. 오진영이 답한 것에 이르면 사림에게 재앙을 끼칠 뿐만 아니라 선사에게도 누를 끼치는 말이니, 경중을 전도시켜서 황홀하고 번쩍거리게 하는 기교는 이미 후회하여 자복할 희망은 없으니 비록 그 악을 가리고 싶다 하더라도 또한 무슨 이익이 있겠습니까? 다만 서글프게만 보일 따름입니다.
주석 120)무릇……안 되니
김택술이 《상촌집(象村集)》의 내용을 직접 인용했기 보다는 홍직필이 말한 "상촌(象村 신흠(申欽))이 말씀하시기를 "무릇 어진 이를 해치고 바른 선비에게 해독을 끼치는 부류들은 살아서 도마 위에서 살점을 저미지 못하였다면 죽어서도 십대(十代)가 지나도록 용서하여서는 안 된다〔象村嘗云凡係戕賢毒正之類, 生不能劊肉机上, 則死當十世不宥〕"라고 한 것을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주석 121)범공
범방(范滂)을 말한다. 여남의 독우(督郵)인 오도(吳道)가 조칙을 받고 범방(范滂)을 체포하러 왔다. 范滂이 이를 듣고 말하기를 "내가 죽으면 화가 그칠 것이니, 어찌 감히 君에게 죄를 연루시키며 또 老母로 하여금 流離하게 하겠는가." 하였다. 《통감절요(通鑑節要)》 권21
주석 122)적의(翟義)
전한 말기의 인물이다. 동군 태수(東郡太守)로 있을 때 간신 왕망(王莽)이 나이 어린 영(嬰)을 천자로 세우고 섭정하자, 유신(劉信)을 세워 천자로 삼고 스스로 대사마(大司馬)라 칭하며 기병(起兵)하였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은 인물이다. 《한서(漢書)》권84 〈적의전(翟義傳)〉에 자세하다.
주석 123)장허(張許)
당(唐)나라 현종(玄宗) 때 안녹산(安祿山)의 난이 일어났는데, 장순(張巡), 요은(姚誾), 남제운(南霽雲), 허원(許遠) 등이 수양(睢陽)을 굳게 지켜 2년 동안이나 버텼으나 성이 고립되고 식량이 떨어져 함락되고 말았다. 《구당서(舊唐書)》 권187 〈충의열전하(忠義列傳下)〉
주석 124)산관(散官)
고려와 조선시대에 실제 근무처는 없고 명칭만 있는 관직인 산직(散職)을 가진 사람.
주석 125)쥐를……깨진다
가의(賈誼)의 〈치안책(治安策)〉에서 속어(俗語)의 "돌을 던져 쥐를 잡고자 하나 그릇이 깨질 것을 꺼린다.〔欲投鼠而忌器〕"라는 말을 인용한 데서 온 말인데, 해(害)를 제거하고자 하나 꺼리는 바가 있음을 뜻하는 말이다.
주석 126)징출(徵出)
세금이나 빚 따위를 갚지 않을 때에, 그 친척이나 관계자에게 물어내게 하는 것을 말한다.
주석 127)자복(自服)
친고죄에서, 범인이 피해자에게 자기의 범죄 사실을 알리는 일을 말한다.
주석 128)병이지심(秉彛之心)
타고난 착한 선성을 지키는 마음을 말한다. 타고난 선성(善性)을 지니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병이는 《시경(詩經)》 〈대아(大雅) 증민(蒸民)〉에 "백성들이 떳떳한 선성을 지니고 있어서 이 아름다운 덕을 좋아하네.〔民之秉彛, 好是懿德.〕"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答涵齋族叔 乙丑八月
師誣未雪, 士禍孔慘, 痛哭何言? 申象村所謂, "戕賢毒正之類, 生不能膾肉机上, 則死當十世不宥者"此也。 雖然, "滂死則禍塞", 范公云然。 人苟拚得一死, 天下無難事, 出與不出, 皆可以自盡吾義。 但初不一出抗辭, 或投書見意而閉戶自靖而已, 則如吾叔主禁認討誣, 終始一節粹然明白。 獨一無二之大義, 不能一番暴揚於世界上, 默默藏腹中而歸, 豈不可悶? 等是死矣。 要死得明白 非以爲名, 明師義警世道之道, 恐當如此, 未知如何。 自警文百回莊讀, 守身之義, 事師之忠, 固當如是, 令人感服。 蓋王莽之篡漢, 討賊而死者, 惟東郡之翟義, 祿山之亂唐, 守城而沒者, 惟睢陽之張許, 彼高官厚祿, 飽受君恩者, 始以誤國, 卒以附賊。 至於仗義報忠死國無悔者, 乃遠方之散官也。 噫, 今日之事, 何以異此? 近日族弟建植, 亦被呼。 檢曰: "胡爲破妨姜泰杰生活?" 答曰: "禁討吳震泳, 非關姜泰杰。" 檢曰: "投鼠則器破。" 此答當曰: "器破則損害, 當徵於鼠。" 檢必曰: "鼠何以徵出金錢?" 又答曰: "吳震泳人鼠也, 可以徵出"云, 則的當矣。 惜乎, 其未及此也。 崔性謙與敬存書云, "震言'吾有錢則當償姜害, 而貧不能則不得禁其告訴'", 旣云當償, 則徵出於震者, 豈不當乎? 又云'不禁其訴', 則雖欲免使之之罪得乎? 此實自服之供辭也。 權書'難免禍士林之'云, 猶有秉彝之存, 而生意不至全滅。 至於震答, 不狙禍士林累先師之云, 其顛到輕重, 怳惚閃矂之巧, 已無望於悔服, 雖欲掩其惡, 亦何益矣? 只見其可哀也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