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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몽 정장에게 답함(答惟夢鄭丈 乙丑十一月)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5

자료ID HIKS_OB_F9002-01-201801.0005.TXT.0031
유몽 정장에게 답함
편지에, "스승을 위해 무함을 변론하는 것은 대의가 있는 바다. 어찌 그만둘 수 있겠는가? 각수(刻手 간행 업자)에게 대신 인가 받게 해서 간행하기를 청한 것은 용서하고 오진영의 편지를 대신 초안한 것을 성토함에 미쳤으니, 선사를 무함한 죄를 자복하지 않고 있는 저 오진영이 옆에서 보고 의혹하는 바가 여기에 있다. 다른 사람을 접하고 일을 처리함에 미쳐 반드시 천리(天理)를 다하여 한 터럭의 사심도 없어야 한다." 하신 말씀은 우러러 의리가 엄정하고 마음이 공평하여 지극한 의론이 같은 무리를 훨씬 뛰어넘었음이 있음을 알겠으니, 진실로 경복하는 바입니다. 다만 제가 충심을 올리는 사사로운 마음에 있어 삼가 자임하는 것이 간혹 무겁지 않고 사실을 근거하는 것이 간혹 상세하지 않고 남을 꾸짖는 것이 간혹 너무 높아서 자신을 처신하고 남을 대하는 도리에 십분 지극한 논의가 부족함이 있을까 염려됩니다. 외람되게도 이렇게 갖추어 다 말씀드리니 부디 살펴주시기 바랍니다.
청도(淸道)의 간역(刊役)주 98)이 모든 문하(門下)와 공적으로 함께 도모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작은 일입니다. 큰 문제는, 심혈을 기울인 스승의 원고를 원수에게 넘겨 인가를 구걸한 것이니, 정말로 말이 되지 않습니다. 몇 사람의 주모자뿐만 아니라 바른 말로 꺾어 깨뜨리지 못하는 자와 억지로 구차하게 동조하는 자까지 모두 마땅히 공적인 의론으로 성토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문인이 죄를 지은 사안인 만큼 구차하게 동조한 자가 후회하여 등을 돌리고, 주모한 자가 깨달아서 그만둔다면 이에 그만둘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마침내 어떤 일종의 거리낌도 없고 두려움도 없는 자가 감히 스승을 끌어들여 사람들의 공격을 막고 자기 죄를 벗어 스승에게 전가하려는 마음을 내서는 무함하고 증명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리하여 선사의 밝고도 빛나는 의리가 애매하고 어둡다는 의심을 받게 하였으니, 문인의 의리 상 마땅히 변론하고 성토하는 것을 그만둘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비록 이전에 구차하게 동조한 사람이라도 진실로 피하고 혐의하여 성토하지 않아서는 안 되는데 하물며 맑고 깨끗한 우리 어른의 처음부터 청도의 간역에 관여하지 않은 의리로 만약 그 대열에 끼기에는 부족하다며 겸손히 물러나 '앞장서 밝히는 것을 어찌 그만둘 수 있으랴' 하는 대의를 자임하지 않으신다면 스승의 의리가 밝혀지기 어렵고 공적인 논의가 행해지지 못할 뿐만 아니라 세도(世道)의 근심을 우리 자신에게 돌이켜 구해도 또한 옮길 데가 없게 될 것입니다. 청도 사람들이 아예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으니, 스승을 위해 무함을 변론하는 사람에게 화를 낸다는 혐의가 크게 불안해서일까요? 각수가 대신 인가 받게 해서 간행하기를 청한 문제는 한 번 현동의 선사 묘소에 고하고 한 번 많은 사람들을 수긍시켜서 스스로 자신의 죄를 자복했을 뿐만 아니라 은행나무 아래에서 독대했다는 말은 원래 대신 초안을 쓴 자가 지어내 제 입에서 나오고 제 손으로 쓴 것입니다. 각수가 대신 인가 받게 해서 간행하기를 청한 자가 애초에 이른바 선사께서 홀로 앉아계실 때 그 자리에 참여하지 않았으니, 진실로 다른 서적이 각수가 대신 인가 받게 하고 대신 초안을 쓴 것과는 나란히 논할 수 없습니다. 또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선사께서 일찍이 인가 받을 뜻이 있으셨다."【오진영이 정재에게 대답한 말】, "선사께서 말씀하시는 즈음에 인가 받을 뜻을 내비치셨다."【오진영이 송병진에게 대답한 말】, "선사께서 일찍이 업자가 대신 인가를 받으면 저자는 관련이 없으니 깊이 구애할 필요가 없다고 지시하셨다."【오진영이 이자승에게 답한 편지】, "선사께서는 인의를 홀로 하지 않으셔서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오현수언(五賢粹言)》과 예설(禮說)을 인가 받아 간행하게 하셨다."【오진영이 김용승에게 답한 편지】라는 말들은 오진영이 모두 한 말이고 최병심과 성기운이 말한 것은 없으니, 한 쪽을 놔두고 한 쪽을 성토함에 있어 자연 올바른 척도가 있을 것입니다. 강성하고 사나운 저 오진영이 끌어다 핑계대며 무함한 죄를 자복하지 않는 것은 이미 말할 것이 없으니, 옆에서 보고 의혹하는 바가 또한 여기에 있다면 더욱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천리를 다하여 터럭만큼의 사심도 없는 것은 성현의 성대한 덕이니, 학자가 진실로 이것을 표준삼아서 터럭만큼이라도 감히 스스로 용서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지 만약 반드시 우리가 이치를 다하고 사심이 없기를 기다린 뒤에야 스승을 높이고 도를 보호하는 의리를 밝힐 수 있다고 하며, 또 반드시 의리를 다하지 못하고 사심을 없애지 못한 사람으로서는 스승을 높이고 도를 보호하는 의리에 참여할 수 없다고 한다면 주자의 이른바 "사람마다 성토할 수 있으니 반드시 성현일 필요는 없다."는 가르침이 천고에 바뀌지 않는 기준이 되지는 못할 것입니다. 우리 어른께서는 다시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어제 다시 어른께서 현동의 첨좌(僉座)에게 보낸 편지에 "선사의 대고(大稿)는 차라리 발간하지 않을지언정 바름을 잃은 상태로 발간할 수는 없다." 하신 말씀을 읽어보니, 대의가 환하게 밝혀진 것이 중천에 해가 뜬 것과 같아서 많은 사악한 무리가 그 형체를 숨길 수 없고 세도가 의지할 바가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우러러 존경하는 사사로운 마음을 이길 길이 없을 뿐입니다.
저들에게 모록(冒錄 거짓 기록)을 당한 것이 어찌 우리 어른뿐이겠습니까? 죽은 지 이미 3년이 된 이석승(李鍚升)도 면하지 못했으니, 이른바 '천하에 없는 것이 없다'는 것이 이런 것입니까? 한바탕 웃고 박수칠 일입니다.
주석 98)청도(淸道)의 간역(刊役)
청도는 경북(慶北) 청도군(淸道郡)을 말한다. 간재 사후에 간재의 아들인 전화구(田華九) 및 오진영(吳震泳), 최병심(崔秉心) 등의 제자들이 모여 경북 청도군에 간소(刊所)를 마련하고 간행작업에 착수하였는데, 이때 일제에 인가를 받아 문집을 간행하지 말라는 간재의 유언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각수에게 대신 인가를 받게 해서 간행하는 방법을 택하였다.
答惟夢鄭丈 乙丑十一月
所示中, "爲師辨誣, 大義所在, 何可已也? 及赦請代, 討代草, 彼之不服, 傍觀所惑在此, 及接人處事, 必其有以盡天理無毫私之喩", 仰認嚴正之義, 公平之心, 極致之論, 有迵出等夷者, 誠所敬服。 但在區區獻忠之私, 竊恐自任也, 有或不重, 據實也, 有或未詳, 責人也, 有或太高, 於自處處人之道, 有欠十分盡頭之論也。 猥此備陳, 幸垂察焉。
夫淸役之不謀全門公共, 猶是小事, 大之欲將心血所注底師稿, 投所讐而乞認, 誠不可說。 非惟幾箇人主謀者, 凡不能正言折破, 及黽勉苟同者, 幷宜遭討於公議也。 然此係門人之罪, 苟同者, 悔而背之, 主謀者, 悟而罷之, 斯可已矣。 乃有何許一種無忌憚者, 敢生援師禦人, 脫罪嫁師之心, 誣之證之, 不一而足, 使先師皜皜炳炳之義, 受䵝䵝昧昧之疑。 凡門人之義當辨討, 在所不已, 則雖前日之苟同者, 固不可避嫌而不討也, 况以吾丈淸淸椘椘, 初不關淸役之義, 若退托於不足齒數, 而不自任倡明何可已之大義, 則非惟師義之難明, 公議之不行, 爲世道之憂, 反求乎己, 無亦有遷。 淸人都無一言相及之, 怒加之於爲師辨誣人之嫌之大不安者乎? 請代者, 非但有一告玄阡, 一服衆中, 而自首其罪; 杏下之說, 元是代草者之白撰, 出自自口, 錄自自手。 請代者。 初不參於所謂獨坐之時, 則固不可與他書之請代代草者, 比並論也。 且非獨此也。 曰: "先師曾有認意"【吳對靜齋說】, 曰: "先師帶著認意於言語之際"【吳對宋秉眞說】, 曰: "先師嘗敎業者代認著者無關, 不必深拘"【吳答李子乘書】, 曰: "先師仁義不獨, 使人認印粹言禮說"【吳答金容承書】等說, 吳之總有, 而崔成之所無也, 則一捨一討, 自有權衡。 彼之強項悍戾, 援托不服, 已是無謂, 傍觀之所惑, 亦在乎此, 則尤所未喩也。 盡天理無毫私, 聖賢之盛德也, 學者固準的乎是, 一毫不敢自恕。 若謂必待吾之盡理無私, 然後可明尊師衛道之義, 又必以人之不能盡理無私, 不與其尊師衛道之義, 則朱子所謂, "人人得討, 不必聖賢"之訓, 不得爲千古不易者矣。 未知吾丈, 復以爲如何。
昨又讀丈與玄洞僉中書, 先師大稿, 寧可不刊, 不可失正而刊之語。 則大義明彰如日中天, 群邪莫逃, 其形而世道其有所賴, 區區不勝景仰之私爾。
爲彼冒錄, 豈獨吾丈? 沒已三年之李鍚升, 亦且不免, 所謂'天下無所不有者'此耶? 可笑可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