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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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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소 서장에게 보냄(與近小徐丈 丁卯元月)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5

자료ID HIKS_OB_F9002-01-201801.0005.TXT.0029
근소 서장에게 보냄
제가 몇 년 전에 호남에서 인가 없이 문집을 간행하게 되어 현동(玄洞)에서 일을 보고 있었는데, 최병심의 비문에 대해 악을 편든다고 어른에게 의심을 받았습니다. 이에 대략 의리와 사실을 들어서 의리를 봄이 명확하지 못하고 남을 꾸짖음이 실정이 아니라는 말로 고하였으나, 어른께서 잘 이해하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얼마 있다가 호남에서 스승을 무함한 일로 오진영을 성토할 때에, 어른께서 "석농(石農 오진영)이 우암(尤菴 송시열)과 매우 흡사하다."라고 하셨다는 말을 듣고 또한 가만히 한탄하며 "깨닫지 못한 것은 그래도 말할 수 있으나 의리를 봄이 명확하지 못한 것이 한결같이 이 지경에 이른단 말인가?" 하였습니다.
근래에는 어른께서 마침내 오진영의 편지를 보여주면서 "그가 사실은 원래 선사께서 말씀으로 하지 않으신 지시를 따른 것이다." 하셨으니, 이것은 사람들에게 인가를 받으라고 지시했다는 무함의 실상이 있음을 알도록 하신 것입니다. 이와 같은 실제적인 근거를 어찌하여 여러 해 동안 감추어서 그의 죄를 숨긴단 말입니까? 이리하여 어른께서는 스스로 오진영에 대해 그 악을 편들고 스승을 잊었으니, 한갓 의리를 봄이 명확하지 못할 뿐만이 아닙니다. 비록 그러나 그의 죄는 이미 사실이고 끝내 달아날 수 없기 때문에 하늘이 어른의 충심을 유인하여 그 편지를 내놓게 하였으니, 어른에게 있어서도 끝까지 감추는 것보다는 나으니 저들의 죄를 알고 자신의 실수를 후회할 기회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나간 일은 간해야 소용없지만 앞으로의 일은 바로잡을 수 있으니,주 96) 어른의 자처하는 도리에 있어 오직 속히 전날에 어둡고 어긋났던 사실과 지금 후회하고 깨달은 사실을 가지고 위로 현동에 있는 스승의 묘에 고하고 아래로 사우(士友)들에게 사죄하는 길이 있을 뿐입니다.
주석 96)지나간……있으니
《논어(論語)》 〈미자(微子〉에 나오는 말이다. 초(楚)나라의 은자(隱者)인 접여(接輿)가 공자에게 더 이상 정치에 간여하지 말라고 충고한 말로, '래유가추(來猶可追)'가 논어에서는 지금이라도 은거할 수 있다는 의미로 쓰였으나 여기서는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의미로 쓰였다.
與近小徐丈 丁卯元月
澤述於年前, 以湖無認, 而有事玄洞也, 以黨惡崔碑, 見疑於丈。 畧擧義理事實, 告以見義不明, 責人非情, 而未知丈之鮮悟與否。 旣而湖之討吳以誣師也, 聞丈有石農, 酷似尤翁之語。 又竊歎以爲不悟, 猶可說見義不明, 一至於此乎矣。 近日則丈乃出示吳書所云, 其實原從先師不言之敎, 於人俾知有認誣之實, 如此實據。 胡爲掩藏多年, 而匿其罪乎? 於是乎, 丈自是黨惡於吳而忘師, 不徒見義不明已矣。 雖然彼罪旣實, 終不可逃。 故天誘丈衷而出其書也, 在丈, 亦賢乎終於掩匿, 而足以見知彼罪而悔己失矣。 往不可諫, 來猶可追, 在丈自處之道, 惟有亟將前日昧錯, 今者悔悟之實, 上告玄阡, 下謝士友而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