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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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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암 이장유흥에게 답함(與誠菴李丈裕興 ○庚申)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5

자료ID HIKS_OB_F9002-01-201801.0005.TXT.0022
성암 이장유흥에게 답함
삼가 생각건대, 병옹(炳翁 병암 김준영)은 순수하고 소박한 자질로 여러 해 동안 독실한 공부를 하였으니 우뚝하여 그 덕이 높고 깊숙하여 그 학문이 깊습니다. 광명정대하고 작은 일에 얽매이지 않는 심사(心事)와 겸손하고 충일하며 엄중하고 삼가는 기상(氣像)으로, 사람을 사랑하기를 봄비가 벼의 싹을 적셔주듯이 하고 의리로 재단하기를 가을 서리가 풀을 떨구듯 하시는 데다 세상에 맞서 격렬하지도 않고 물들어 더렵혀지지도 않으며 자신을 높이 내세우지도 않고 낮추지도 않으시면서 중정(中正)과 확실(確實)을 절충하시니, 이것이 평생 논리를 세우고 자신을 처신해온 표준이었습니다. 제가 선생을 보건대, 자못 인의가 몸에 갖추어진 군자입니다.
이와 같은 포부를 지니고 임하(林下)에서 늙어죽어 위로는 임금과 재상의 알아줌을 얻지 못하였고, 아래로는 사문의 맹주가 되지 못하였습니다. 덕을 아는 자가 드물어 훌륭한 명성이 드러나지 못했으니, 어찌 개탄하고 애석함을 이길 수 있겠습니까? 오직 옛날에 부지런히 도를 구했던 뜻과 정성스럽게 다른 사람에게 베풀었던 선과 비통해 하며 세상을 근심했던 마음이 환히 유고 안에 실려 있으니, 만약 유고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선생의 마음이 죽지 않을 것이고, 유고가 공적으로 전해진다면 선생의 은택이 세상에 미칠 것입니다. 원고를 간행하는 일이 어찌 동문으로서 아직 살아 있는 사람의 책임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선생에 대해서 평소에 기꺼이 감복하여 진실로 사문의 아성(亞聖)으로 생각했고 선생이 가르침을 베풀 적에도 또한 선생을 이렇게 일컬었으니, 이 어른의 이러한 은혜를 죽도록 잊을 수 있겠습니까? 만약에 유고를 간행하는 공역에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어찌 감히 수고로움을 꺼려서 사양하고 피하겠습니까? 이것이 명을 들으면 즉시 행하여 한 팔뚝의 힘이라도 도와야 하는 이유입니다. 모두 굽어 살펴주기를 바랍니다.
與誠菴李丈裕興 ○庚申
竊念, 炳翁以純粹樸茂之資, 用積累篤實之工, 卓乎其崇德, 淵乎其邃學, 光明磊落之心事, 謙沖儼恪之氣像, 愛人也, 春雨之潤苗, 裁義也, 秋霜之隕草。 乃若不激不汙, 匪抗匪卑, 而折哀乎中正確實, 是其生平立論行己之準的也。 以余觀乎先生, 殆乎其仁義具體之君子也。
以若抱負, 老死林下, 上之不得爲君相之知, 下之不得主斯文之盟。 知德者鮮, 令名不彰, 曷勝慨惜? 惟昔孜孜求道之志, 惓惓及人之善, 惻惻憂世之心, 班班載在遺稿中, 苟遺稿不泯, 則先生之心不死, 遺稿公傳, 則先生之澤被世。 刊稿之役, 豈非同門後死之責歟? 澤述之於先生, 平日悅服, 誠居師門之亞, 而先生之施敎也, 亦稱此焉。 此翁此恩, 沒世可忘? 苟可以爲功於稿役者, 豈敢憚勞而辭避也? 此所以聞命卽行, 庸助一臂之力也。 綂希俯諒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