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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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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족숙 창암(鬯庵)【낙규(洛奎)】, 함재(涵齋)【낙두(洛斗)】에게 답함(答鬯庵【洛奎】涵齋【洛斗】族叔 乙丑)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5

자료ID HIKS_OB_F9002-01-201801.0005.TXT.0019
족숙 창암(鬯庵)【낙규(洛奎)】, 함재(涵齋)【낙두(洛斗)】에게 답함
오늘 아침은 해가 새롭고 달이 새롭고 일자가 새로운 때입니다. 천도가 이미 새로우니, 인사가 어찌 유독 그렇지 않겠습니까? 음기가 다해서 이미 물러났으니 일음(一陰)의 무함주 64)이 장차 사그라짐을 볼 수 있을 것이고, 삼양이 비로소 돌아왔으니주 65) 육양(六陽)의 덕이 크게 빛남을 흔연히 볼 것입니다. 천도와 인사가 서로 관련된 것이 비록 그러하여 이와 같지만 또한 사람이 마음을 경건히 하고 하늘을 받들며 음기를 억누르고 양기를 부지하며 바름을 지키고 사악함을 물리쳐서 천리를 밝히고 인심을 바르게 하며 세도를 돕고 사람의 떳떳한 본성을 세우는 데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므로 《주역(周易)》에 "천지의 도를 마름질하여 이룬다." 하였고,주 66) 전(傳)에 "천지의 화육(化育)을 도울 수 있다." 하였으니,주 67) 어찌 감히 힘쓰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오호라, 근래에 사문(師門)의 일은 비록 불행이라 하겠지만 또한 다행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밝고 밝은 우리 육양옹(六陽翁 간재 전우)의 더할 수 없는 가을 햇살 같은 밝음이 한 음인(陰人 오진영)의 어둡게 퇴색시키는 것을 심하게 입어서 인가를 지시했다는 무함으로 온 나라에 의심과 비방을 가득 차게 하였으니, 그 어떤 불행이 이보다 심하겠습니까? 이에 우리 함재 족숙이 계셔서 처음에는 편지를 보내 인가 받는 것을 배척하고, 마지막에는 의리에 의거하여 무함을 성토하여 글자마다 혈성이 서리고 구절마다 충심이 깃들인 "결단코 나 자신을 욕보이는 것이다."라고 하신 유서주 68)로 하여금 천하와 후세에 널리 알려지게 하여 선사의 마음을 중천의 해와 달보다 밝아지게 하였으니, 그 다행함은 또한 무엇이 이것보다 크겠습니까? 도적놈을 몰아내다가 도리어 적반하장을 당하는 것은 옛날부터 그러했습니다. 그러므로 저들 무리가 간사한 문서와 감춰둔 적반하장의 무함으로 더럽히고 멸시하다가 할 수 없으면 다시 사문을 핍박한다는 말로 사람들의 이목을 현혹시킴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나 저들의 정상은 몸속의 폐와 간을 보는 듯 훤합니다. 설사 정말로 핍박한 죄가 있었더라도 마땅히 그 당시에 따져 물었어야지 무함을 성토한 뒤에 발설하여 자신의 유감을 풀어서는 옳지 않습니다. 하물며 완전히 날조한 허위로 결론이 났으니 말해 뭐하겠습니까.
스승과 제자 사이에는 허물을 대놓고 간함도 없고 은미하게 간함도 없습니다.주 69) 그러므로 의심나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질문하고 생각이 있으면 반드시 토로하는 것입니다. 옛날에 한훤당(寒暄堂 김굉필)이 계집종을 호되게 꾸짖어 말투가 매우 사나웠는데, 정암(靜庵 조광조)이 나아가 말하기를, "군자는 말투를 성찰하지 않아서는 안 됩니다." 하니, 한훤당이 손을 맞잡고 칭찬했습니다.주 70) 계화도(繼華島)에 있었을 때 창암 족숙의 '말이 공손해야 한다'고 고한 것과 선사의 '참으로 옳다'는 가르침은 한훤당과 정암이 이미 행한 일과 더불어 세대는 다르지만 일이 부절처럼 부합될 만합니다. 그런데 저들이 마침내 이 일로 죄를 삼았으니, 저들이 허물을 샅샅이 찾기에 온 힘을 들였어도 얻은 것이 없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저의 경우에 이르러서는 이쪽 문자가 간혹 저의 졸렬한 솜씨에서 나온 것이 심히 저들의 눈엣가시가 되어서 마침내 거짓으로 스승의 명을 바꾸어 묘표를 고쳤다는 죄목과 거상(居喪)에 예의가 없었다는 죄안을 당했습니다. 옛날 사람들 중에는 스승을 위하여 죽음에 이른 자도 있으니, 오늘날 저들의 독설을 만난 것이 무슨 신경 쓸 것이 있겠습니까마는 다만 오진영이 아무 턱도 없이 없는 사실을 날조하여 모함에 빠뜨리고 이전의 말을 한결같이 뒤집으니, 인성을 갖추지 못한 자인가 의심스럽니다. 제가 만약에 거짓으로 스승의 명을 바꾸어 묘표를 고친 자라면 오진영이 무엇 때문에 전후로 논의를 달리 했던 것을 스스로 송구스러워 하여 돌려 전해준 뒤에 편지를 보내 사과를 했겠으며, 만약에 거상하면서 예의가 없었던 자라면 오진영이 무엇 때문에 고려 말세의 풍속에서 포은(圃隱 정몽주)의 고상한 행실이 다행스럽게도 봉장(奉狀)을 만났던 것으로 여묘(廬墓)하는 날에 칭찬을 했겠습니까? 아주 괴상하기 짝이 없습니다.
선사께서는 해처럼 빛나고 옥처럼 깨끗하건만 인가를 받을 뜻이 있으셨다느니 인가를 지시하셨다느니 하는 무함을 입으셨으며, 손수 쓰신 마음이 드러난 유서가 못을 끊고 쇠를 자른 듯 분명하건만 가짜 유서라는 배척을 당했는데, 하물며 우리 같은 사람이겠습니까? 선사에 대해서도 저들이 오히려 꺼리지 않는데, 하물며 나머지 사람들이겠습니까? 선사의 무함을 아직도 확실히 씻어내지 못했으니 자신의 몸을 돌볼 겨를이 있겠습니까? 다만 내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다는 것을 믿고 스스로 나의 의리를 다하기를 구할 뿐이니, 어떻게 여기실지 모르겠습니다.
선사께서는 사천년 도학가에 최후의 한사람입니다. 도학가 최후의 한사람으로서 만약에 일제의 인가를 받아 문집을 발간하려는 뜻이 있었다면 이것은 천하의 큰 불의이니, 큰 불의로써 스승을 무함하는 것은 천하의 큰 죄입니다. 지금 오진영이 자칭 수제자라 하면서 사천년 도학가에 최후의 한사람인 선사를 천하의 큰 불의로 무함하니, 그 스스로 빠진 큰 죄는 진실로 용서할 수 없습니다. 만약에 어떤 사람이 그의 수제자라는 호칭 때문에 그 무함을 믿는다면, 이것은 세도의 큰 해악입니다. 오늘날 해야 할 일은 천하의 큰 불의로 만든 무함을 변론하고 천하의 용납하지 못할 큰 죄를 성토하여 이로써 사천년 도학가에 최후의 한 사람인 선사의 심사를 밝히고, 이로써 세도의 큰 해악을 제거하는 것이니, 진실로 천하 만세의 큰일입니다. 오도(吾道)가 보존되느냐 망하느냐와 생민(生民)이 사람이 되느냐 짐승이 되느냐가 모두 이 일에 달려 있으니, 한 집안이나 한 나라의 흥패에 비할 것이 아닙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다른 일은 놓아두고 이 일에 전심하여 천하의 큰 공을 세우십시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주석 64)일음(一陰)의 무함
일음은 음성의 오진영을 비유한 말로 이 구절은 인사를 말한 것이다. 앞 구절의 '음기가 다해서 물러났다'는 것은 천도를 말한 것으로 순음(純陰)의 달인 10월을 상징하는 곤괘(坤卦)의 내괘 3효가 음효에서 양효로 하나씩 바뀌어 새해 정월에는 모두 양효가 되기 때문에 음기가 물러났다고 말한 것이다.
주석 65)삼양이 비로소 돌아왔으니
정월을 상징하는 태괘(泰卦)의 내괘 3효가 모두 양효가 된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천도를 말한 것이다. 뒤 구절에 나오는 육양은 순양(純陽)의 달인 4월에 6효가 모두 양효가 된 것을 말하는데, 이 구절은 인사를 말한 것으로 육양은 간재 전우를 비유한 것이다.
주석 66)주역에……하였고
이 말은 《주역(周易)》 〈태괘(泰卦)〉에 나오는 말로, "하늘과 땅의 기운이 서로 통하는 것이 태괘이다. 제왕은 이로써 천지의 도를 지나침 없이 이루고 천지의 마땅함을 모자람 없이 도와서 백성을 보호하고 인도한다.〔天地交泰 后以財成天地之道 輔相天地之宜 以左右民〕" 하였다.
주석 67)전(傳)에……하였으니
전은 《중용(中庸)》을 가리킨다. 이 말은 《중용장구(中庸章句)》 제22장에 나온다.
주석 68)결코……유서
이 유서는 간재의 신해년 유서를 말하는데, 이 유서에서 "만약 저 일인(日人)에게 청원하여 문집을 간행하고 배포할 계획을 삼는 자는 결단코 나 자신을 욕보이는 것이다.〔若請願於彼以爲刊布之計者 決是自辱〕"라고 한 것을 말한다.
주석 69)허물을……없습니다
《소학(小學)》 〈명륜(明倫)〉에 나오는 말로, 스승을 섬길 때 안색을 범하여 직간함도 없고 은미하게 간함도 없으니, 스승과 제자 사이는 의문이 있는 곳이나 논란할 것이 생기면 곧바로 말하여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석 70)옛날에……칭찬했습니다
《정암집(整庵集)》 〈연보(年譜)〉에 나온다.
答鬯庵【洛奎】涵齋【洛斗】族叔 乙丑
今朝, 歲新月新日新也。 天道旣新, 人事奚獨不然? 竆陰已退, 一陰誣之將熄, 可見矣。 三陽載回, 六陽德之孔昭, 欣覩矣。 天道人事之相關, 雖然如此, 亦在人虔心奉天, 抑陰扶陽, 守正斥邪, 以明天理正人心, 補世道立民彝也。 故易曰: "裁成天地之道" 傳曰: "可以贊天地之化育" 曷敢不勗哉?
鳴呼, 近日師門之事, 雖曰不幸, 亦可云幸矣。 皜皜我六陽翁之秋陽不可尙者, 厚被一陰人之䵝昧, 以認誣漲疑, 謗於四海, 其不幸孰甚焉? 乃有吾涵齋族叔, 始投書而斥認, 終據義而討誣, 使字血句忠, 決是自辱之遺書, 揚布於天下後世, 明先師之心於中天日月, 其爲幸也, 又孰大焉? 夫驅逐竊盜, 而反被荷杖, 從古然矣。 故彼輩, 乃以作奸文書, 埋伏杖手之誣, 汙衊而不可得, 則有以挨逼師門之說, 眩人耳目到此, 而彼輩之情狀, 如見肺肝。 使實有挨逼之罪, 當於當日問之, 不宜發之於討誣之後, 以逞其憾, 而况全歸於構虛哉。
蓋師生之間, 無犯無隱。 故有疑必質, 有懷必吐。 昔寒暄堂盛責婢子, 辭氣頗厲。 靜庵進曰: "君子辭氣, 不可不省察也", 寒暄握手稱之。 華島日, 鬯庵叔主言遜之告, 先師誠是之敎, 可與寒靜已事, 異世同符, 彼輩乃以此爲罪, 可見其疲於吹覔而無得也。
至於澤述, 以此邊文字之或出於拙手, 深爲彼輩之眼釘, 竟遭幻命改表之目, 居喪無禮之案。 古之人有爲師而至死者, 今之逢彼毒噬, 何足介意, 但震之白地揑陷, 一反前言, 疑若不具人性者也。 我若幻師命改表者, 震也何以以前後貳論自悚, 而致書謝之於還傳之後也? 若居喪而無禮者, 震也何以以麗氏末俗圃老高行之幸覯奉狀, 贊之於廬墓之日也? 絶可怪也。
先師之日光玉潔也, 而被認意敎之誣, 手筆心畫之斬釘截鐵, 而遭僞遺書之斥, 况如吾輩者乎。 先師乎而彼猶不憚, 况於餘人乎? 先師之誣, 且未昭雪, 遑恤於自身乎? 只信不愧吾心, 只求自盡吾義而已, 未知如何。
先師, 四千年道學家最後一人也。 以道學家最後一人, 如有戴認刊稿之意, 是天下之大不義也, 誣其師以大不義, 天下之大罪也。 今震泳以所稱高足者, 誣四千年最後一人之先師, 以天下之大不義, 彼其自陷大罪, 固在罔赦, 如有人以其高足之稱, 而信其誣, 則是世道之大害也。 今日之役, 辨天下大不義之誣, 討天下所不容之大罪, 以明四千年最後一人之心事, 以除世道之大害, 誠天下萬世之大事也。 吾道之存亡, 生民之人獸, 皆係於此, 非一家一國興廢之比也。 伏願舍置他務, 專心此事, 以立天下之大功, 如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