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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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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재 소장에게 올림(上悅齋蘇丈 丙子)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5

자료ID HIKS_OB_F9002-01-201801.0005.TXT.0015
열재 소장에게 올림
풍조는 날로 나빠지고 앞길은 날로 험악하여 문을 닫고 자취를 감추어 단발의 재앙을 면한 것이 이에 반년이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80세 된 어른께 나가 문후 드리려 한 것이 3년이 되었으나 뵙지 못하고 격조했던 나머지 아직도 이루지 못하고 있으니, 이야말로 난세의 일입니다.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때때로 여중(汝重)이 왕래할 때면 삼가 소식을 들었는데, 환한 얼굴빛은 줄어듦이 없고 정신과 풍채 모두 더욱 왕성하시다 하니, 이것은 평소에 우러러 기도하여 바라던 마음입니다. 식견은 더욱 높아지고 의론은 더욱 정밀해지셨을 것을 다시 생각하니, 아마도 나이가 더욱 높아지는 때에 문을 닫고 저술하신다면 붓 한 자루의 힘이 충분히 풍조를 막고 양이 회복되는 기반을 다질 수 있지 않겠습니까? 오직 이런 소식이 들리기를 바랍니다.
오호라, 세상의 나쁜 풍조는 진실로 한없이 통탄할 바이나, 오늘 우리 문하의 풍조는 이보다 더 심합니다. 지난날 스승의 무함을 변론하는 일에 당당하여 문필로 성토하고 벌을 내리기를 서릿발같이 했던 사람들이 지금은 모두 음성의 오진영 바람에 휩쓸려서 그와 더불어 배읍하고 강론하던 예전의 기쁨을 말하고 끝내는 그를 계화도 제사의 주헌관(主獻官)이 되도록 하고는 도리어 오진영과 통하고 일을 함께하는 자들을 배척하는 한두 사람을 원수처럼 보고 있으니,【소장과 김택술은 처음부터 오진영과 통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편지가 있었기 때문에 더욱 원수처럼 보았다.】고금 천하에 이 무슨 변고란 말입니까? 고요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하면 사람 마음을 두렵게 하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 재앙을 피하는 길은, 비단 문을 닫고 종적을 감춰야 할 뿐만 아니라 사귐을 끊고 종적을 없앤 이후에나 거의 가능할 것 같으니,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비록 그러나 일이 이 지경에 이르러 저 사람의 반복무상한 것도 말할 것이 없고 우리가 원수 취급당하는 것도 근심할 것이 없습니다만, 오직 스승의 무함이 물이 더욱 깊어지는 것처럼 심각해지는 것은 참으로 한심한 일입니다. 이 일을 글로 써서 훗날 논의가 정해지기를 기다리지 않을 수 없으니, 이는 일세의 풍조를 막는 것보다 더욱 절실한 일이 될 것입니다. 삼가 문하에서도 이를 도모해주시기를 바랍니다.
上悅齋蘇丈 丙子
風潮日惡, 道塗日險, 杜門斂跡, 免遭薙禍者, 半歲于茲。 是以凖擬進侯於八耋老丈, 於三年阻拜之餘者, 尙未之遂, 此眞亂世事也。 夫何言哉? 時於汝重來往, 竊伏聞韶顏無減, 神彩愈朗, 是爲平日仰禱之協。 更念見彌高論彌精, 蓋在年彌高之日, 閉戶著書。 一筆之力, 有足以捍風潮而基陽復者否? 惟是之願聞。
鳴呼, 一世之惡潮, 固所痛恨罔極者, 而今日吾門之風潮, 視此更劇。 前日之堂堂於辨師誣之役, 而文討筆誅, 霜雪如也者, 今皆靡然於陰風, 旣與敘拜揖講論之舊歡, 終以致其爲華祀之主獻, 而反讐視一二人之斥通陰同事者【丈與澤述, 自初有不當通陰之書, 故尤爲讐視】, 古今天下, 此何變也? 靜言思之, 使人心悸, 罔知所爲。 此禍之避, 非但杜門斂跡, 乃至息交滅迹而後, 庶可爾, 未知如何。 雖然事至於此, 人也之反覆無常, 固不足道, 吾身之遭讐視, 亦不足恤, 惟師誣之如水益深, 誠可寒心。 此事之不可不著書以俟異日之論定者, 尤爲切近於捍一世之風潮。 伏望門下亦惟是之圖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