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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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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재 소장에게 답함(答悦齊蘇丈 癸酉)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5

자료ID HIKS_OB_F9002-01-201801.0005.TXT.0011
열재 소장에게 답함
추석이 어찌 일 년 중 가장 아름다운 명절이 아니겠습니까? 이 날 보내주신 편지와 문장이라는 선물을 받았습니다. 이날 밤엔 좋은 달이 바야흐로 둥그니 이른바 일 년 중에 명월은 오늘밤에 가장 밝다는 것주 48)입니다. 어른의 시는 청절하여 또한 이전에 지은 것보다 뛰어나 날마다 발전하여 더욱더 공교해졌으니, 감히 노련하여 일가를 이루었다고 말하거나 아니면 또한 바쁜 중에도 마음을 고요히 하여 전일하게 하는 남다름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요컨대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람 가운데는 적수가 없습니다. 가장 밝은 달을 마주하여 무적의 시를 읊으니, 시와 달이 둘 다 맑아서, 이를 읊조리는 사람까지도 맑아지니 그 즐거움이 또한 어떠하겠습니까? 그 기쁨과 그 즐거움은 진실로 옛날에 친히 창수(唱酬)를 할 때보다 못하지 않고 아름다운 때의 좋은 달은 또한 옛날에는 없었던 것으로 스스로 좋다고 말할 수 있는데 하물며 궁벽한 거처에서 드물게 있음에랴. 다만 생각건대, 시를 짓는 방법은 성정의 바름을 얻는 것으로 귀결됩니다. 그러므로 공자께서는 "시 삼백 편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사무사(思無邪)'라고 말했습니다."주 49) 시교(詩敎)의 요점은 이를 벗어나지 않거늘, 어찌하여 근세의 학자는 대부분 시를 짓는 것은 유가가 숭상할 바 아니라 여겨서 대단히 경시하는지요. 만약 "오늘의 시가 어찌 옛날의 시와 같은가"라고 말할 뿐이라면, 오늘의 문장이 또한 어찌 《상서》나 〈계사〉와 같겠습니까? 그러나 기어코 문장만을 숭상하고 시를 무시하니, 미혹된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옛날에 바른 시는 대부분 음악으로 연주되었는데 이제 음악은 없어지고 시는 오히려 남았으니 음악의 뜻도 있는 것으로, 《예기》에 말하기를 "예악은 잠시라도 몸에서 떠나게 해서는 안 된다."주 50)라고 했으니, 음악을 떠나게 해서는 안 됨을 알았다면 또한 마땅히 시를 떠나게 해서는 안 됨을 알아야 합니다. 오늘의 시작(詩作)이 비록 옛날에는 미치지 못한다 하더라도, 만약 우연히 중화(中和)의 소리에서 나와 의리의 바름에 합치한다면, 정아(正雅)한 〈주남(周南)〉·〈소남(召南)〉과 함께 그 귀결이 어찌 다르겠습니까. 도를 걱정하고 세상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과 곤궁함을 참으며 스스로 수양하는 뜻과 세속을 초월하려는 생각이, 사물을 보고 흥을 일으키고 경치를 대하고 정신을 즐겁게 하는 시작(詩作)이 비록 소종래가 각각 다르다 하더라도 모두 사악하고 더러운 것을 씻어내고 지기를 안정시켜서 화평하고 정직한 데로 돌아가게 합니다. 음악의 남은 뜻을 잃지 않는다면 스스로 그 선함을 느끼고 그 방일함을 징계하여, 성정에 어긋나지 않는 효과가 있으니, 과연 어찌 대뜸 변풍(變風) 변아(變雅)주 51)만 못하겠습니까? 풍월에 번뇌하고 화조에 근심하여 신심과 관계없는 작품으로 말하자면 어찌 시뿐이겠습니까? 존장께서도 부화(浮華)하고 배우(俳優)한 점이 있으니 이것들은 전부 논할 거리가 못됩니다. 마침 존장께서 자정(子貞)에게 준 편지의 시에 또 존성(存省)으로 한결같이 도우라는 말씀을 한 것을 보았는데, 깊이 제 견해와 부합됩니다. 삼가 여기에서 부연하여 우러러 그 자세한 것을 갖추었는데 당신께서는 다시 어떻게 여길지 모르겠습니다.
주석 48)명월은 오늘밤에 가장 밝다는 것
한유(韓愈)가 8월 보름에 대해 지은 시에 나오는 말이다. 《한창려집(韓昌黎集)》 권3 〈팔월십오야증장공조(八月十五夜贈張功曹)〉
주석 49)시……말했습니다
《논어(論語)》 〈위정(爲政)〉편에 나오는 말이다.
주석 50)예악은……없다
《예기(禮記)》 〈악기(樂記)〉에 "군자가 이르기를 '예악은 잠시도 몸에서 떠나게 해서는 안 되나니, 음악을 사용하여 마음을 다스리면 평이하고 정직하고 자애롭고 선량한 마음이 뭉클뭉클 생겨난다.'라고 했다.〔君子曰: 禮樂不可斯須去身, 致樂以治心, 則易直子諒之心, 油然生矣〕"
주석 51)변풍(變風) 변아(變雅)
국풍 가운데 〈주남(周南)〉·〈소남(召南)〉은 주나라 초기의 태평시대에 지어진 노래로 '정풍'이라 한 데 대해 기타의 국풍은 "왕도가 쇠미해지고, 기강이 무너진" 때의 노래라 하여 변풍이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치세의 시가는 정풍으로, 난세의 시가는 변풍으로 본다. 후대에는 역사의 변화와는 무관하게 정교의 득실에 표준을 두고, 정치의 잘못을 풍자하는 작품을 변풍이라 규정했다. 이 때문에 변풍이라는 개념은 시가가 사회 현실을 반영한다는 데 근거를 두고 과거 문인들이 빈번하게 사용했다.
答悦齊蘇丈 癸酉
嘉俳, 豈非一年中最勝佳節? 以是日, 獲拜寵章瓊什之嘉貺。 是夜, 好月正圓, 所謂一年明月今宵多者。 尊詩淸絶, 亦越勝前昨, 日進益工, 非敢道於老鍊成家, 抑亦以煩劇靜專之有異歟? 要之所識吾黨中, 無敵手。 對最多之月, 誦無敵之詩, 詩與月兩淸, 誦之者亦淸, 其樂又何如哉? 其喜其樂, 固不下曩者親承唱酬, 而佳辰好月, 又曩時所無, 自謂佳, 况竆居罕有。 第念, 詩之爲道, 歸於得性情之正。 故孔子曰: "詩三百, 一言而蔽之曰'思無邪'", 其爲敎要切, 莫過於此者, 柰之何, 近世學者, 多以爲詩非儒家所尙, 而其輕之也。 如曰: "今之詩, 安得如古之詩也"云爾, 則今之文, 又安得如尙書繫辭也耶? 然而必右文而左詩, 多見其惑也。 蓋古之正詩, 多被之於樂, 今樂亡而詩猶存, 有樂底意思, 記曰: "禮樂不可斯須去身", 知樂之不可去, 則亦宜知詩之不可去也。 今詩之作, 雖不及古, 然如有偶然出於中和之聲, 而合於義理之正, 則與周召正雅, 其歸奚異? 其爲憂道憫世之心, 固竆自修之意, 超麈拔俗之想, 樂群輔仁之思, 與夫覽物起興, 對景怡神之作, 雖所從各殊, 而皆足以蕩滌邪穢, 安定志氣, 要歸於平和正直。 不失樂之遺意, 則自感其善, 自懲其逸, 不悖性情之效, 果何遽不若變風變雅哉? 若乃惱風月, 愁花鳥, 無涉身心之作, 豈惟詩已? 丈亦有浮華而俳優者, 此皆在所不論矣。 適見尊與子貞書中有詩, 亦爲存省一助語, 深有契於淺見。 謹此敷演, 仰備其詳, 未審尊意復以爲如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