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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재 소장에게 올림(上悅齋蘇丈 乙丑十二月)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5

자료ID HIKS_OB_F9002-01-201801.0005.TXT.0010
열재 소장에게 올림
지난번 보내주신 편지에서, 어른께서는 주된 논의를 담당하시고 시생은 통문 만드는 것을 담당하자고 하셨으니, 마치 '죽어서 함께 열전에 오르자'주 43)는 뜻을 보이신 듯하였고, 급기야 시생이 10일에 검사국(檢事局)에 답변한 말주 44)을 들으시고 또 말씀하시기를, "마치 내 입에서 나온 것과 같을 뿐만이 아니다." 하셨습니다. 이에 감히 인정해 주시는 끝자리에 외람되이 끼어 있지는 못하나 피차 간직하고 있는 마음은 차이가 없다고 믿었는데, 과연 19일에 어른께서 검사국에 써서 보인 한 편의 시는 어쩌면 그리도 시생이 마음속 깊이 지니고 있는 뜻과 하나하나 부합하는지요? 시에 "무함을 변론하는 것은 일생의 일이고, 유훈을 지키는 것은 만 번 죽어도 하리라.〔辨誣一生事 守訓萬死爲〕"라는 구절을 바로 쓰셨으니, 단지 무함을 변론하고 유훈을 지켜서 죽어 지하에 돌아가 선사를 배알한다는 의미만 있을 뿐입니다. 시가 이 외에 다른 뜻은 없으니, 바로 쓰는 것은 달리 말할 만한 것이 없는 것입니다. 우리 어른께서 이른바 "마치 내 입에서 나온 것 같다." 하신 것이 이것이 아니겠습니까? 듣자하니 검사가 다른 사람에게 시생을 기롱하여 말하기를, "도는 본래 광대한데, 김 아무개는 이와 같이 소견이 좁다." 하였다 합니다. 생각해보면 우리 어른은 노성한 분이신데 또한 시생과 같은 사람이 되었으니, 한층 더 기롱 받음을 면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저 한바탕 웃고 맙니다. 가는 해를 전송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시기가 바로 앞에 닥쳤으니, 새해에 복을 받기를 축복하는 것이 서신을 주고받는 사이의 예인데, 우리들은 바야흐로 호랑이 꼬리를 밟은 듯 근심스럽고 위태로운 상황에 있으니,주 45) 길상(吉祥)에 대해서는 말할 바가 아니고 오직 '의리를 지키고주 46) 몸을 깨끗이 한다주 47)〔守義潔身〕'는 네 글자로 서로 신년에 대한 축원을 다할 수 있을 뿐입니다.
주석 43)죽어서 함께 열전에 오르자
송나라 때 명신인 범진(范鎭)은 사마광(司馬光)과 우의가 두터웠는데, 사마광에게 "그대와는 살아서 뜻을 함께하고 죽어서 전을 함께할 것이다.〔與子生同志死同傳〕"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치의집전(緇衣集傳)》 권3 〈일류장(壹類章)〉 중국의 기전체(紀傳體) 역사서에서는 성향이 같은 인물을 한 열전(列傳)에 모아 엮기 때문에 한 말로, 이 말은 뜻을 같이 하자는 의미이다.
주석 44)시생이……말
오진영의 제자인 강태걸(姜泰杰)이 후창 김택술 및 최병심 측을 업무방해죄와 명예훼손죄로 고소하였는데, 이는 인가 받아 간행한 진주본을 구독하지 못하게 선동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검사국(檢事局)에서 후창을 불러 조사하였는데, 이 조사에 응하여 답한 말이다.
주석 45)호랑이……있으니
《서경(書經)》 〈군아(君牙)〉에 "내 마음의 근심되고 위태로운 것이 마치 범의 꼬리를 밟은 듯, 봄날의 얼음 위를 걷는 듯하다.〔心之憂危 若蹈虎尾 涉于春氷〕"라는 말이 나온다.
주석 46)의리를 지키고
《주역》 〈곤괘(坤卦) 문언(文言)〉에, "군자는 경을 주장하여 그 마음을 곧게 하고, 의를 지켜 그 밖을 방정하게 한다.〔君子主敬以直其內 守義以方其外〕"라고 하였다.
주석 47)몸을 깨끗이 한다
자기 한 몸 깨끗하게 하고자 윤리를 어지럽히는 것을 말한다. 《논어》 〈미자(微子)〉에, "자로가 말하기를, '벼슬하지 않는 것은 의(義)가 없으니, 장유(長幼)의 예절을 폐할 수가 없거늘 군신(君臣)의 의를 어떻게 폐할 수가 있겠는가. 이는 자신의 몸을 깨끗하게 하기 위하여 큰 윤리를 어지럽히는 것〔潔身亂倫〕이다.' 하였다." 하였다.
上悅齋蘇丈 乙丑十二月
頃承下狀, 以丈之自擔主論, 生之自擔製通, 有若示死同傳之意。 及聞生初十日答檢辭, 則又謂不啻若自己口出。 顧不敢僭厠於引與之末, 已信彼此所存之無間矣, 果爾十九日, 丈之示檢一詩, 何其與生之衣帶書, 一一相符也? 詩之"辨誣一生事, 守訓萬死爲", 卽書之, 只有辨誣守訓, 歸拜先師於地下也。 詩之此外無他意, 卽書之, 他無可言者也。 吾丈所謂若自口出者, 非此歟? 聞檢向人譏侍生曰: "道本廣大, 金某若此狹隘。" 吾丈之老成, 而亦同於侍生, 則想不免加受一屑譏矣。 旋堪一呵, 餞迓在卽, 頌新福, 往復間例也, 而吾儕則方蹈虎尾, 吉祥非所言, 惟可以守義潔身四字, 交致新年之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