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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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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구에게 답함(答金聖九 辛酉)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4

자료ID HIKS_OB_F9002-01-201801.0004.TXT.0004
김성구에게 답함
간옹(艮翁)이 유자가 삭발을 당하여 자살하는 것주 10)을 의론한 설은 지난번 편지에 대략 이미 제기해 말하였으니, 보시고 다 아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천근하고 비루한 저는 진실로 정밀한 의리를 더불어 논하기에 부족하지만 만일 반드시 한 말씀을 해주기를 바란다면 한 가지가 있습니다. 저 삭발을 당하여 자살한 자는, 그 덕망과 품행이 높은지 낮은지는 논하지 않더라도 중화를 존중하고 오랑캐를 천시하는 마음은 과연 진실하고 간절했습니다. 이것은 그가 평상시 말마다 반드시 중화와 오랑캐를 분별하고, 일마다 반드시 중화를 따르고 오랑캐를 등졌기 때문입니다. 그가 삭발을 당할 때 정색하고 엄한 말로 거절하였으니, 마땅히 하지 못할 것이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위협이 우레와 같고 날카로운 칼날은 번개와 같음에 속수무책이고 죽으려고 해도 죽지 못하니 어쩔 것입니까? 이때에는 만약 만 명을 당할 힘이 있지 않으면 비록 성인의 큰 덕이라 할지라도 아마도 역시 어찌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저 사람은 또 분노와 수치심을 깊이 품고 즉시 한 번 죽는 것으로 스스로 밝혔으니, 그 심사의 명백하고 곧음은 조금도 의심할 것이 없습니다. 만약 겉모습이 억지로 바뀐 것을 이유로 더 나아가 절개를 잃었다고 결론을 내린다면 사람을 너무 가혹하게 논하여 그로 하여금 너무 억울하게 만드는 것이 어찌 아니겠습니까?
김씨의 일과 같은 경우는, 죽음에 임했을 때 쓴 한 장의 유언과 의론하는 자들의 조소를 모두 아직 보지 못했으니, 제가 어찌 감히 알겠습니까. 다만 보내온 편지를 참작하고 제 소견으로 헤아려 본다면 김씨의 잘못은 죽음에 임했을 때 쓴 유언에 있지 않고, 아마도 자결이 너무 늦은 것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의론하는 자들의 비웃음은 삭발을 당하여 자결한 것에 있지 않고 아마도 삭발 이후에 의리를 너무 크게 말함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대가 보기에 다시 이를 다시 어떻게 여길지 모르겠습니다.
주석 10)간옹이……것
간재는 "삭발을 당하고 대의를 말하는 자는 그 가소로운 것이 여기에 있지 훗날 자결하는 데에 있지 않다. 성구는 매우 마땅하다고 운운하는데 이는 좋다. 그 대인의 뜻도 그러한가?〔被削而談大義者, 其可笑在此, 非在後日自裁. 聖九甚當甚當之云, 善矣, 未知其大人之意亦然耶〕"라고 하였다. 《간재집(艮齋集)후편》 권7 〈답김택술(答金澤述)〉.
答金聖九 辛酉
艮翁所論儒者被削自死之說, 向書畧已提陳, 想經覽悉。至於淺陋, 固不足與議於精義, 而如欲言之無已, 則有一焉。蓋彼被削自死者, 未論其德望品行之或高或下, 其尊華賤夷之心, 則果眞切矣。是其平日, 言言必華夷之辨別, 事事必華夷之向背也。方其被削也, 正色嚴辭之拒斥, 宜亦無所不至矣。其柰衆脅如雷, 利械如電, 束手無策, 求死不得何? 當此之時, 如非有萬夫不當之力, 雖聖人之大德, 恐亦無如之何也。彼又深懷憤恥, 即以一死自明, 是其心事白直, 無少疑也。若以外形之強變, 進而歸之失節, 豈非論人太苛, 令人太冤乎? 至若金氏事, 其臨死之一紙、論者之嘲笑, 俱未及見, 吾何敢知? 但參之來書, 揣乎鄙見, 金氏之失, 不在於臨死之一紙, 恐在於自裁之太晚也。論者之笑, 不在於被削而自裁, 恐在於削後之大談義理也。未知盛見復以爲如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