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렉토리열람
  • 디렉토리열람
  • 유형분류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3
  • 이원호에게 답함(答李元浩 乙卯)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3

자료ID HIKS_OB_F9002-01-201801.0003.TXT.0040
이원호에게 답함
망운시(望雲詩)를 보내주시니, 멀리 저버리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깊이 감사합니다. 이보다 앞서 진실로 형이 문단의 거벽이라는 것은 알았는데, 웅장하게 주제를 구성하고 정밀하게 다듬으며 빛나게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데에 이처럼 구비되어 있음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저 같은 사람은 장차 위축되어 물러나 피할 겨를이 없는데 다시 뛰어난 작품으로 한발(旱魃, 가뭄의 귀신)을 꾸짖고 비를 내릴 신룡(神龍)을 감동시켜 한 번 하토(下土)에 비를 뿌려주기를 바랐으니 이것이 어찌 시 제목에 맞는 말이겠습니까? 또한 생각해볼 때, 옛날에 영웅호걸로 진나라 황제가 달을 꾸짖고주 108) 노양(魯陽)이 해를 휘둘러 되돌아가게 했다주 109)는 일들은 원래 이치를 벗어난 세속의 이야기에 속합니다. 오직 문공 한유의 정치하고 진실한 문장만이 형산의 구름을 몰아내고주 110) 조주의 악어를 길들였으니주 111) 이것은 믿을 만하지만, 이를 본받고자 한다면 적합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만두지 말라고 한다면, 하늘을 공경한 시인의 뜻을 체득하여 온 세상 사람들과 더불어 두려워하고 반성하여 하늘을 감동시켜 재앙을 내린 것을 후회하도록 하는 것이 역시 하나의 일일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학인(學人)이 어느 때나 어느 곳에서나 그 공경함을 쓰는 도리이니, 애오라지 이런 뜻을 받들어 화답합니다. 그러나 어찌 시라고 하겠습니까. 진실로 못난 사람의 평범한 말이니, 부디 비웃지 않으시겠지요?
주석 108)진나라……꾸짖고
당나라 때 시인 이하(李賀, 790~816)의 시 〈진왕음주(秦王飮酒)〉에서는 "술에 거나하게 취해 달을 꾸짖어 거꾸로 가게 하는구나, 은빛 구름 촘촘히 덮힌 궁궐은 환하기만 하구나〔酒酣喝月使倒行, 銀雲櫛櫛瑤殿明〕"라 했다.
주석 109)노양(魯陽)……했다
전국 시대 초(楚)나라 노양공(魯陽公)이 한(韓)나라 군대와 한창 전투하던 중에 해가 서쪽으로 기울자, 창을 휘둘러서 태양을 90리나 뒤로 물러나게 했다는 전설이 있다. 《회남자(淮南子)》 〈남명훈(覽冥訓)〉
주석 110)형산의……몰아내고
한유의 시에 "내가 찾아온 것은 마침 가을비 내리는 계절이라, 음기가 어둑하건마는 씻어낼 맑은 바람도 없네. 마음을 가라앉히고 말없이 기도를 올리니 뭔가 반응이 있는 듯도, 신명이 어찌 정직한 자의 기도를 들어주지 않겠는가. 조금 있자 운무가 개며 드러나는 뭇 봉우리, 쳐다보니 우뚝하게 창공을 버티고 서 있구나.〔我來正逢秋雨節, 陰氣晦昧無淸風. 潛心默禱若有應, 豈非正直能感通. 須臾靜掃衆峯出, 仰見突兀撑靑空〕" 하였다. 《한창려집(韓昌黎集)》 권3 〈알형악묘수숙악사제문루(謁衡嶽廟遂宿嶽寺題門樓)〉 소식(蘇軾)의 〈조주한문공묘비(潮州韓文公廟碑)〉에 "공의 정성이 형산의 구름을 걷히게 할 수는 있었지만, 헌종의 미혹을 돌릴 수는 없었다. 〔公之精誠 能開衡山之雲, 而不能回憲宗之惑〕" 하였다.
주석 111)조주의……길들였으니
당 헌종(唐憲宗) 때 이부 시랑(吏部侍郞) 한유(韓愈)가 조주 자사(潮州刺史)로 폄척되어 나갔는데, 그곳 악계(惡溪)에 사는 악어(鰐魚)가 백성들의 가축을 마구 잡아먹어서 백성들이 몹시 고통스럽게 여기고 있었다. 이에 한유가 마침내 직접 가서 〈악어문(鰐魚文)〉을 지어 악계에 던졌더니, 바로 그날 저녁에 시내에서 폭풍과 천둥벼락이 일어나고, 며칠 후에는 물이 다 말라서 악어들이 마침내 그곳을 떠나 60리 밖으로 옮겨가 더 이상 조주에는 악어의 폐해가 없게 되었다
答李元浩 乙卯
望雲詩見惠, 深感不遐。 前此固知兄之爲詞林巨擘, 而不圖意匠之雄, 鍊工之精, 出色之燁, 若是其備也。 如弟者, 將畏縮退避之不暇, 乃復以雄篇傑作, 呵旱魃動神龍而一霑下土望之, 是豈著題語哉? 且念古之雄傑, 如秦帝之喝月ㆍ魯陽之揮日, 元屬理外野說, 惟韓文公精誠文章, 開衡山之雲, 馴潮州之鳄, 此則可信, 而欲效嚬, 則非其人焉。 無已則體詩人敬天之意, 欲與擧世之人, 恐懼修省, 以冀感天悔禍, 亦一事也。 此爲學人無時無處不用其敬之道, 聊將此意奉和, 然豈詩乎哉? 眞陋生常談, 幸不見哂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