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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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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원호기완에게 보냄(與李元浩起完 ○戊寅)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3

자료ID HIKS_OB_F9002-01-201801.0003.TXT.0039
이원호기완에게 보냄
오래전부터 명성을 우러러보았는데 매번 만나지 못했다는 근심이 간절하던 차에 최근에 노정(路程)이 귀향(貴鄕)을 지나게 되어 문하에 이르러 덕스런 모습을 뵐 수 있었습니다. 이미 뵈었다는 기쁨을 또한 어찌 헤아리겠습니까? 이전에는 만나지 못해 근심하고 이후에는 만나서 기뻐했으니, 이런데도 왜 우리 당이 더욱 외롭게 되었습니까? 벗이 서로 도와 덕과 학업을 이룰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모처에 학사가 있다고 들었지만, 그 사람을 통하여 자신을 완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없다면, 이것은 근심이 되지 않겠습니까? 이미 만나서 강론하여 유익함이 있도록 도와주고 보좌하여 터득함이 있도록 독려한다면, 어찌 기쁘지 않겠습니까? 하물며 우리 형은 밖으로는 덕스런 모습이 화기애애한 기운을 드러내고 안으로는 밝은 식견이 시비를 엄격히 분별하며, 인의(仁義)를 겸하고 강유(剛柔)를 갖췄으니 진실로 금세의 만나기 드문 사람입니다. 간옹이 '타고난 자질이 도에 가깝다'주 107)고 칭찬한 것은 진실로 까닭이 있었던 것입니다.
저 같은 사람은 큰일을 해내고자 하는 뜻은 있지만 재주가 너무 졸렬하고, 현명함과 강인함이 부족하여 맞닥뜨리는 상황마다 잘못을 범하여 막혀버리고, 국량이 좁아서 타인을 수용할 수 없습니다. 이런 까닭으로 현자는 저를 버리고 뭇사람들은 저를 원수로 삼아서 거의 이 세상에 행세할 수 없습니다. 오직 우리 형만이 한번 만남에 오랜 친구와 같으며, 매우 후대하여 닭을 잡아주고 쌀밥을 차려주며, 피차 조금의 차이도 두지 않아 시문의 비평을 구하며, 이별에 임해서는 조만간에 한번 왕림하겠다는 약속을 했으니, 잘 모르겠으나, 저같이 못난 사람이 어떻게 당신께 이와 같은 대접을 받았습니까? 또한 매우 특이한 일입니다. 비록 그러할지라도 피차간에 서로 느낌이 이미 이와 같았다면 오직 바라는 것은 더욱 실덕(實德)으로 권면하고, 실효(實效)로 기약하여 이런 사귐이 후세에 할 말이 있게 하고, 한번 방문하여 한바탕 말한 것으로 끝나지 않는 것이니, 대단히 바라는 바입니다.
주석 107)타고난 자질이 도에 가깝다
《간재집(艮齋集)》에는 이원호에게 한 말은 안 보인다. "타고난 자질이 도에 가깝다"라는 말은 《간재집(艮齋集)後篇》 권1 〈답류문여(答柳文汝)〉에 보인다.
與李元浩起完 ○戊寅
久仰聲聞, 每切未見之憂。 頃因路出貴鄉, 得以詣門觀德, 既見之喜, 又何可量? 夫前之憂後之喜, 何以故今吾黨益孤? 麗澤無所矣。 如聞某處有學士, 而無以須其人以資成己, 則此不可爲憂乎? 及其既見, 而將講之有益, 責輔之有得, 則如之何不喜? 而况吾兄, 外而德容著和睟之氣, 內而明識嚴是非之辨, 仁義并而剛柔備, 實今世之所罕覯者乎。 艮翁稱以天資近道者, 良有以也。 如弟者志欲有爲, 材太劣焉, 明剛不足, 而觸處失錯見滞, 量狹而不能容物。 以故賢者棄之, 衆人仇之, 殆無以行乎世矣。 獨吾兄一面如舊, 待之甚厚, 而加鷄稻之設, 與之無間, 而求詩文之評, 至於臨別, 而有從近一枉之約, 未知無似何以得此於高明? 亦可異也。 雖然, 彼此相感, 既得如此, 則惟願益以實德相勉, 實效相期, 使此契有辭於後, 無歸於一番過從, 一場說話而止, 深所望焉。